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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 이야기 네번째.

택시 요금이 17.52% 올랐다. 2킬로미터 기준으로 기본 요금은 1900원이 됐다. 1995년 1천원에서 1998년 1300원으로, 그리고 2001년 1600원으로 10년 사이에 세번, 두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 한시반인데 길거리에는 빈 택시가 가득이다. 가뜩이나 오늘은 월드컵 예선 경기가 열리는 날이다.

“손님만 태워다 드리고 일찍 회사 들어가서 축구나 봐야겠습니다. 돌아다녀봐야 손님도 없을 거고.”

성진운수 택시 기사 김성태씨는 택시 요금 이야기를 꺼내자 한숨부터 내쉰다. 낮 시간에는 사납금도 채우기 어렵고 저녁 때도 12만~13만원 버는 게 고작이라고 했다. 사납금이 8만8천원에다 가스 값이 1만원, 결국 하루 2만~3만원 벌이도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낮 시간에 일할 때는 사납금을 못채워 기본급을 깎이는 형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택시기사들 연봉은 평균 924만원에 그쳤다. 월급으로 치면 77만원 수준이다. 개인택시는 제외했다.

택시 요금이 오르면 손님은 줄어들지만 사납금은 사납금대로 내야하고 결국 모든 부담을 택시기사들이 떠안게 된다. 시간이 지나 손님들이 늘어나면 택시회사들은 사납금을 또 올릴 게 뻔하다. 요금이 올라서 돈을 버는 건 택시회사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정말이지 돈깨나 좀 있으면 택시회사나 하면 좋겠어요. 이런 택시 한대 해봐야 1천만원이면 뽑는데 한달에 200만원 이상 고정적으로 수입이 들어온다는 거 아닙니까. 그것도 모두 현금으로 말이죠. 차 값이야 할부로 물면 되는 거고 기사들한테도 그 부담을 물려요. 새차를 몰면 하루에 7천원씩을 사납금을 더 내야 됩니다.”

그럼 새 차를 안 몰면 될 거 아닙니까.

“그게 맘대로 됩니까. 순번 정해서 돌아오는 건데.”

노조가 있긴 하지만 죄다 어용이다. 조합장 선거 한번 나가는데 천만원을 쓴다는 이야기가 들릴만큼 노조와 회사는 주고 받는 게 많다. 노조가 활성화될 수 없는 게 날마다 사납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단체행동은 꿈도 못꾼다. 파업이라도 하면 하루 8만8천원의 사납금을 무엇으로 메꾼단 말인가.

택시기사도 많이 줄고 요즘은 도급택시가 부쩍 늘어났다. 김씨네 회사에도 도급택시를 모는 기사들이 여럿 있다고 한다. 이들은 기본급도 없이 아르바이트로 일하는데 회사에 하루 5만5천원만 내면 된다. 도급택시는 회사에서 가스를 넣어주지 않기 때문에 2만5천원 정도 가스를 직접 넣어야 한다. 결국 이들 역시 하루 3만원 벌기도 힘들다는 이야기다.

부쩍 늘어난 대리운전도 택시기사들 밥줄을 끊는다. 강남에서 상계동을 가려면 2만5천원은 줘야 하는데 대리운전을 시키면 1만5천원만 주면 된다. 요즘 같으면 굳이 차를 놓아두고 택시를 탈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대리운전 기사가 70만명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때 강남역에서 강북 가는 택시를 잡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강남역에도 빈 택시가 줄을 섰다고 한다.

오늘은 서대문에서 탔는데 꼬박 1만원이 나왔다. 요금 오르기 전만 해도 8천원이면 오던 거리다. 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택시 안에는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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