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서비스로서의 뉴스, 구독을 다시 정의해야 할 때다.”

Written by leejeonghwan

August 27, 2019

서브스크라이브드 컨퍼런스에서 발견한 뉴스 콘텐츠의 미래, “소유에서 구독으로, 구입에서 가입으로의 진화”

(월간 ‘신문과방송’ 2019년 7월호 기고입니다.)

“‘오너십’의 시대는 끝났다. ‘유저십’의 시대가 왔다.(Good bye, Ownership. Hello, Usership.)”

서브스크라이브드(Subscribed) 컨퍼런스는 종교 행사 같은 분위기였다. 신앙 간증이라도 하는 것처럼 주오라(Zuora)를 받아들이고 나서 인생이, 아니 사업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고백하는 발표가 계속됐다.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를 다루는 컨퍼런스라고 해서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정작 뉴스 구독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 여긴 어딘가. 세상이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바뀌고 있는데 나는 여기에 고작 신문 따위를 더 잘 팔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해서 온 것이다. ‘subscription’은 ‘구독(購讀)’이라기 보다는 정기 구입이나 정기 배송, 또는 이런 서비스에 가입한다는 의미라고 이해하는 것이 빠를 것이다. 구독의 개념이 확장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subscription’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게 이 컨퍼런스의 핵심 주제였다.

지난 6월4일부터 5일까지 이틀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 메리어트마르퀴스 호텔에서 열렸던 서브스크라이브드 컨퍼런스는 세계 최대의 구독 결제 솔루션 업체인 주오라가 주관하는 연례 컨퍼런스다.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전부터 주오라의 서비스를 살펴보고 트라이얼 버전도 써보고 온라인으로 컨설팅도 받았지만 도대체 이 회사가 뭐가 그렇게 엄청나다는 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컨퍼런스에 참석하게 됐다.

반짝이는 새 것과 낡고 부담스러운 것들

키노트를 맡은 주오라의 최고 경영자 티엔 추오(Tien Tzuo)는 “모든 것이 서비스로 바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가 무대에 올라섰을 때부터 말끔한 양복에 어울리지 않는 운동화가 눈에 거슬렸던 참이다. “이 멋진 신발을 보세요. 이 ‘연결된 신발(Connected Shoes)’은 내가 하루종일 어디어디를 갔는지 지도에 표시해 줍니다. 오늘 하루 얼마나 걸었는지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비했는지도 알려줍니다.”

물론 사물인터넷(IoT)과 헬스케어의 만남은 딱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가 소비자가전전시회(CES) 기조 연설에서 디지털 기업으로 전환을 선포했던 게 2017년의 일이다. 새로운 게 계속 쏟아져 나오면서 낡고 매력 없는 것들이 늘어간다. “문제는 내 신발장에 있는 수많은 연결되지 않은 신발들이죠.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티엔 추오가 강조했던 건 멋진 신발이 아니라 멋진 신발을 구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다.

“답은 곤도 마리에입니다.” 객석에서 웃음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Tidying up with Marie Kondo)’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정리 컨설턴트’다. “곤도 마리에가 미니멀리즘의 철학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혼란과 끝없는 소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물건들과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티엔 추오는 최근 링크드인 블로그에 쓴 글에서도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내 모든 친구들이 곤도 마리에를 이야기했습니다. 지나가는 유행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거대한 변화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유권의 종말(end of ownership). 우리는 세련된 자동차와 큰 집, 멋진 옷과 같은 물질주의를 성공의 척도로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소유 대신에 경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보세요.”

소유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분석은 여러 산업에서 지표로 확인된다. 150년 이상 지속된 경제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은 2017년보다 2.8%나 줄었지만 주행 거리는 늘어나고 있다.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밀레니얼 세대는 X세대 보다 자동차를 구입할 가능성이 29%나 낮다고 한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자동차 판매가 둔화되고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CD 판매는 줄었지만 음원 판매는 늘어나고 있다. 음원 정기결제 서비스의 매출이 100억 달러를 넘어 전체 음악 판매 매출의 62%를 차지한다. 영화 판매는 줄었지만 비디오 스트리밍 가입자는 계속 늘고 있다.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 가입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6억1300명으로 늘어났다. 뉴스 산업도 마찬가지다. 신문 판매는 3000만 부로 1940년대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디지털 뉴스 소비는 1년 사이에 20%나 늘었다.

신문은 안 팔리지만 뉴스는 더 많이 본다.

해리스(Harris) 그룹이 12개 국가 1만3000명 이상의 성인들을 조사한 결과 57%가 물건 구입을 줄이고 싶다고 답변했다. 70%가 정기 결제 서비스로 구매와 소유의 부담에서 벗어났다고 답변했고 74%는 미래에 더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의 사회적 지위가 더 이상 그들이 소유한 것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다고 답변한 사람이 70%에 이른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티엔 주오는 주문을 외우듯이 반복해서 말했다.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usership, not ownership)입니다. 사용권의 개념과 아이디어가 구독 경제의 핵심이자 미래 산업 성장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모든 게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 이제 물건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시계와 초인종과 오븐, 창문, 책상, 신발,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다.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시동을 거는 시대고 머지 않아 빨래방에 갈 때도 동전을 준비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가트너는 2021년까지 250억 개의 IoT 디바이스가 서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사용량이 정확하게 집계되고 스마트폰 결제가 가능하게 되면서 소유에서 구독으로, 구입에서 가입으로의 전환이 확산되고 있다. 주오라의 분석에 따르면 구독 또는 가입 기반의 서비스 비즈니스가 지난 7년 동안 3배 이상 늘어났다. 주오라가 집계하는 구독 경제 지수(SEI)는 S&P500 지수보다 5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구독은 구입하는 것과도 다르고 빌려 쓰는 것과도 다르다. 자동차를 구입하면 목돈이 든다. 사는 순간 감가상각이 시작된다. 반면, 우버나 타다를 호출하는 것은 기사 달린 차량을 단기 임대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렌트카를 빌리면 쓰는만큼 돈을 낸다. 대부분의 경우 기름도 직접 넣어야 한다. 자동차를 리스(lease)를 하면 빌리는 기간에 따라 비용을 낸다. 세단을 타다가 스포츠 유틸리티나 컨버터블을 타고 싶으면 계약을 중단하고 새로 해야 한다.

자동차를 구독한다는 것은 원하는 자동차를 골라 탈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에서는 검정색 세단을 타다가 강원도에서는 4륜 구동 스포츠 유틸리티를 탈 수 있다. 굳이 서울에서 강릉까지 차를 몰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제주도에 가서 차를 새로 빌리는 게 아니라 달마다 비용을 내고 필요한 장소에서 필요한 시간에 적당한 차를 골라 타면 된다. 유지 보수도 필요 없다. 다른 차를 갖다 달라고 하면 된다.

모든 게 서비스로 바뀐다.

휴대전화 해외 로밍 서비스와도 비슷하다. 이제는 샌프란시스코에 출장 갈 때 굳이 미국 유심을 갈아 끼울 이유가 없다.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 이용자가 쓰던 단말기 그대로 미국에서 AT&T나 티모바일, 버라이존 등의 회선을 이용해 전화를 걸거나 받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꽃배달 서비스처럼 어느 꽃집에서 배달되든 상관은 없다. 규격화된 요금에 규격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면 된다. 연결된 서비스와 통합된 과금 시스템이 핵심이다.

이제 모든 게 서비스로 간다. 전기와 가스, 수도 같은 유틸리티 서비스는 쓰는 만큼 돈을 낸다. 이제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를 넘어 서비스로서의 자동차(Car as a Service)와 서비스로서의 호텔(Hotel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옷(Clothes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식품(Food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장난감(Toy as a Service) 등의 시대로 간다. 빌려 쓰는 것이 아니라 수도꼭지를 트는 것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서비스로서의 옷장(Closet as a Service)도 등장할 것이다. 이를 테면 샌프란시스코에 출장 갈 때도 정장과 셔츠, 구두 등을 챙길 필요가 없다. 사이즈는 미리 지정돼 있고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스타일의 옷만 몇 개 골라 담으면 지정된 시간과 장소에 잘 세탁된 옷이 잘 포장돼 배달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옷은 아니지만 새 옷 같은 딱 맞는 옷이다. 잘 입고 반납하면 짐 가방 없이 홀가분하게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된다.

한국에서도 셔츠를 정기 배송해주는 업체가 몇 군데 있다. 1주일에 한 번 셔츠를 수거해서 세탁한 다음 배송해주는데 셔츠 10벌을 구입해서 격주로 5벌씩 배송 받을 수도 있고 같은 사이즈를 입는 다른 회원들과 5벌씩 공유할 수도 있다. 어차피 말끔하게 세탁해서 잘 다려진 셔츠라면 내 셔츠냐 아니냐가 큰 의미가 없다. 언제나 최상의 상태로 관리된 거의 새 셔츠가 배송되기 때문에 김치 국물을 흘리거나 셔츠 옷깃이 낡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구독은 회원제 서비스에 가입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옷을 한 번 빌리는 게 아니라 동일한 금액으로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만큼 빌려 쓸 수 있다는 의미다. 빌린다는 개념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 것은 아니지만 사용량에 따른 추가 과금이 없기 때문에 내 것과 마찬가지거나 소유 자체가 의미가 없게 된다. 음성 통화 300분, 문자 메시지 500건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비슷한 개념이 된다.

펜더(Fender)는 기타를 판매하는 회사였는데 기타 판매량이 지난 10년 동안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고객의 대부분이 이제 막 기타를 배우려는 사람들인데 문제는 이들 가운데 90%가 1년 안에 기타 배우기를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들이 계속 기타를 배우고 기타를 더 잘 치게 되면 주변의 더 많은 사람들이 기타를 배우게 되고 또 더 고급 기타를 사게 될 거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펜더는 그래서 펜더디지털이라는 온라인 기타 교육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탈률을 10%만 줄여도 시장의 크기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는 게 펜더디지털의 전망이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펜더디지털의 디지털 담당 부사장 에단 카플란(Ethan Kaplan)은 “우리는 70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들이 우리 악기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게 됐는데 이를 테면 기타를 조율하는 데 평균 2.5분이 걸린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놀라운 통찰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이탈률 10%를 줄이면 시장이 두 배.

펜더디지털은 제품을 파는 회사에서 서비스를 파는 회사로 변신한 사례다. 펜더디지털의 구독 연장 비율은 90%에 이른다. 고객의 문제가 빠른 포기에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참여를 늘리는 데 서비스의 목표를 주력했다. 에단 카플란은 “우리는 단순히 온라인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게 아니라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고객의 요구를 예측하고 해결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티엔 추오에 따르면 구독 솔루션은 비즈니스 지원 시스템(BSS)과 운영 지원 시스템(OSS)으로 나뉜다. BSS가 서비스의 요금제를 어떻게 설계하고 어떻게 가격을 책정하고 결제를 유도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반영한 수익화 시스템이라면 OSS는 기업 안에서 어떻게 이런 전략을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조직 운영 원칙을 반영한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기업이 취약한 게 바로 이 오케스트레이션이다.

구독 경제의 대표 기업들은 모두 고객과의 상호 작용(interaction)을 강화하고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면서 제품 대신 서비스를 수익화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이다. 주오라의 고객 데이터에 따르면 하나의 인터랙션을 위해 15개의 후속 작업(downstream)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과의 인터랙션을 조정하는 것은 복잡하고 어렵지만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걸 잘하는 기업은 번창하고 실패하는 기업은 구독자가 떠나게 돼 있습니다.”

맥킨지(Mckinsey) 조사에 따르면 구독 비즈니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사업 시스템의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B2B 비즈니스에서는 기존의 고객들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B2C 비즈니스에서는 교차 판매(cross selling)가 큰 의미가 없다. 요금제와 옵션 수가 적은 기업들이 더 빨리 성장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구독 기간이 길면 전환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모두 기존의 비즈니스 문법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디지털 전환과 새로운 독자의 발견.

미국의 시애틀타임스의 사례는 상당수 언론사들이 부딪히는 문제에 대한 힌트를 준다. 커티스 휴버(Curtis Huber) 구독 담당 부사장의 이야기다. “우리는 2013년부터 구독 우선 전략으로 전환을 서둘렀습니다. 종이신문 구독자 중에도 디지털 독자가 늘고 있었고 온라인에서 기꺼이 구독료를 지불하려는 독자도 늘어났죠. 그런데 디지털 유료 구독을 포기한 독자의 62%가 결제 과정에서 포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많은 신문사들처럼 시애틀타임스에게는 기존의 종이신문 구독 시스템에 약간의 디지털 감성을 불어넣거나, 아예 송두리째 뒤집어 엎고 디지털 구독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갈아타거나, 두 가지 선택이 가능했다. 시애틀타임스는 완전히 갈아엎는 쪽을 선택했고 주오라와 손을 잡았다. 그 결과 디지털 신규 가입이 30% 늘어났고 구독 연장 비율도 25%나 늘어났다. 한 번도 신문을 구입해 본 적 없는 독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의 가디언은 2014년 후원회원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독자들과의 관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독자들은 기자와 취재원들의 토론과 인터뷰에 우선적으로 참여하거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오라 관계자는 “후원의 일시 중지 및 재개, 쉬운 업그레이드와 취소 기능 등 고객 중심 인터페이스가 잠재적 후원자들의 신뢰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뉴스코퍼레이션과 HBO, 파이낸셜타임즈, 페어팩스미디어 등이 주오라의 고객이다.

서브스크라이브 컨퍼런스의 세 가지 키워드는 미래의 반복적인 수익, 고객의 행동 분석, 그리고 관계의 강화였다. 티엔 추오는 “유저십의 핵심은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고 있는 서비스,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실질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는 서비스, 그리고 물건과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제품을 팔지 말고 관계를 팔라는 것이다.

반복적인 매출과 미래의 수익.

버스 터미널 앞의 50가지 메뉴를 파는 식당처럼 뜨내기 손님들을 상대로 장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매출, 충성도 높은 독자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패키지와 가격 설정, 고객 관계 관리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업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높은 퀄리티, 그리고 충성 고객의 신뢰가 확보돼야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주오라가 소개한 구독 비즈니스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주의할 점 7가지를 정리해 본다.
첫째, 공짜 기사 또는 무료 체험판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지 마라. 돈을 내지 않아도 기사를 읽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 뿐이다.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의 전환 비율은 잘 해봐야 2~3% 정도다.
둘째, 가격을 시스템에 하드 코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모든 종류의 상황과 가능성을 고려해서 유연한 가격 시스템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셀프 서비스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독자들이 참여하도록 만들고 피드백을 반영해야 한다. 독자들이 직접 등급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항의나 불만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 일시 중지 또는 해지 등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모든 과정을 추적하고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청구서(invoice)와 영수증은 독자들과 소통하는 수단이고 중요한 브랜딩 기회다. 단순히 결제 완료를 통보하는 이메일은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한다. 청구서는 직관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서프라이즈가 필요하다. 회원 등급 업그레이드와 부가 서비스, 특별한 혜택에 대한 알림은 얼마든지 추가해도 좋다.
다섯째, 일회성 수익과 반복적 수익이 다르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고객(독자)과의 인터랙션을 감으로 판단하지 말고 통계적으로 추산하고 미래의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여섯째, 구독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미래지향적인(forward-looking) 비즈니스다. 기사의 낱개 판매도 좋지만 장기적으로 반복적인 결제를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일곱째, 조직의 목표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단순 매출 보다는 반복적 매출(recurring revenue)에 중점을 두고 이탈률(churn ratio)을 관리해야 한다. 현재의 수익보다는 미래의 지속적인 수익을 전망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

www.leejeonghwan.com
leejeonghwan.com audio
Voiced by Amazon Polly

Related Articles

Related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오늘 아침 주주총회를 끝으로 미디어오늘에서 제 역할은 끝났습니다. 오후에는 자유언론실천재단에서 “ChatGPT와 저널리즘의 책임”을 주제로 특강이 있는데 이게 제가 미디어오늘 대표로 나서는 마지막 대외 행사가 되겠네요. 끝나고 선배들 저녁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몇 가지 계획이 있는데요. 1. 4월부터 슬로우뉴스 대표를 맡기로 했습니다. 유한회사 슬로우뉴스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제가 100%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기자들도 뽑고 콘텐츠도...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시간 날 때마다 만들었던 라즈베리파이 오디오. 드디어 완성. 사실 별 거 없는데 여기저기서 부품 조달하고 거기에 맞춰 도면 만드는 게 힘들었습니다. build log는 영어로. This is my new network audio system. All in one Integrated Amplifier. 1. Raspberry Pi 4B. 2. Hifiberry DAC+DSP. 3. 7 inch touch screen for raspberry pi. 4. Chromecast...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에 경력 기자로 입사해 편집국장으로 3년, 사장으로 6년을 지냈습니다. 다행히 월급날을 한 번도 밀리지 않았고요. 열심히 벌어서 금융 부채를 모두 정리했고 만성적인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습니다. 언론사 경영이라는 게 날마다 전쟁 같았지만 한 번도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속가능한 미디어오늘을 위한 성장 엔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면 지난 15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오늘 지면에 대해서는 자부심과 아쉬움이...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Join

Subscribe For Updates.

이정환닷컴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

www.leejeonghw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