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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언론 살리기, 25년 전의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Written by leejeonghwan

May 13, 2020

이정환 발행인이 말하는 창간 25주년을 맞는 미디어오늘의 결의.

“국가의 형식적 검열이 헌법적으로 철폐됐고 음성적이고 불법적으로 자행돼 왔던 권력적 언론 간섭마저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래 완전히 소멸됐다고 하는 이 개명 천지에 언론의 죽음과 붓끝의 휘어짐이 웬 말인가. 누가 언론을 죽이고 유린하고 있단 말인가.”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련) 언론개혁위원회가 1995년에 펴낸 ‘죽은 언론 살리기’ 가운데 한 대목입니다. 25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한국의 언론 자유는 크게 개선됐지만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미디어오늘은 민주화 이후 1988년에 출범한 언론노련(지금의 전국언론노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의 정체성은 1985년 보도지침 폭로와 1984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 1980년 광주 민중항쟁과 언론인들의 제작 거부 투쟁,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진실 앞에서 타협하지 않았던 정의로운 선배 언론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미디어오늘이 있는 것입니다.

언론 자유를 외쳤던 해직 기자들이 언협을 결성하고 그 기자들이 보도지침을 폭로하고 6월 항쟁을 끌어냈습니다. 해직 언론인들이 언론노련을 결성하고 언론노보를 만들기 시작한 게 1995년 5월 미디어오늘 창간으로 이어졌습니다.

감시자는 누가 감시할 것인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이 스스로 권력화하고 기득권과 결탁해서 진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할 때 진실의 맥락을 파고 들고 언론을 움직이는 힘의 실체와 작동 방식을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 미디어오늘의 창간 정신이었습니다. 비판을 넘어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고 방향을 제안하는 것이 미디어오늘이 지난 25년 동안 붙들고 온 과제였습니다.

46년 전 동아투위 기자들이 선언했듯이 언론의 자유는 언론인의 실천 과제일 뿐 정치 권력이 던져주거나 민중이 찾아다 쥐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35년 전 보도지침을 폭로했던 김주언 기자는 “과거엔 언론을 통제하는 정부에 부역하는 언론이 있었다면, 지금은 국민을 대변하는 공정 언론, 민주 언론이 아니라 정파나 진영논리에 휩쓸려 자사 이익을 위한 왜곡 보도가 넘쳐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991년 김중배 당시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언론은 이제 권력과의 싸움에서 보다 원천적 제약 세력인 자본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선언한 것처럼 언론의 자유는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부단하게 싸우면서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언론은 이제 자본 권력의 압력 뿐만 플랫폼의 지배와 의제 설정 시스템의 붕괴에 맞서야 합니다. 허위 조작 정보의 범람에 맞서 진실을 지키는 것은 더욱 힘든 싸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미디어오늘은 싸우는 언론인들의 동지였고 불편한 진실의 수호자였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언론과 자본의 결탁을 비판했고 기득권 패러다임과 진영 논리에 맞섰습니다. 주류 언론의 사각지대와 왜곡 보도를 파고 들면서 질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수억 원대의 소송을 감당하면서 진실의 편에 섰습니다. 25년 전 창간사에서 밝혔듯이 미디어오늘의 기록은 한국 언론의 자화상이면서 참회록입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도전과 기회이기도 합니다. 독자들은 이제 언론 보도를 액면 그대로의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진실은 한쪽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질문 끝에 찾아가는 것입니다. 언론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칼을 휘두르며 파편화된 사실을 꿰맞추고 일그러진 진실을 강요한다면 계속해서 외면 받고 결국 도태될 것입니다. 우리는 언론에 대한 냉소와 불신에서 오히려 진짜 저널리즘에 대한 강한 열망을 읽습니다. 미디어오늘 창간 25주년을 맞는 2020년이 언론 개혁의 원년이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창간사에서 밝혔듯이 시민들이 저널리즘의 주체로 참여할 때 많은 것이 달라질 것입니다. 언론과 독자의 관계도 달라질 것이고 의제 설정 방식도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최선의 진실에 이르기 위한 좀 더 정확한 질문입니다.

창간 25년을 맞는 미디어오늘은 저널리즘 복원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언론 개혁의 방향을 제안하고 저널리즘 생태계의 혁신을 모색하겠습니다. 죽은 언론의 자리에 저널리즘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겠습니다.

거창한 전망 대신에 더욱 겸허한 태도로 진실에 접근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현장을 놓치지 않되 맥락과 본질을 파고 들고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불의에 맞서고 진실을 지키는 언론인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뉴스의 이면과 사실 너머의 진실, 미디어오늘에 부여된 사명과 책무를 잊지 않겠습니다.

창간 25주년, 미디어오늘의 새로운 진화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사장·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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