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삼성을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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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한때 부당해고 당한 노동자들과 하청업체 직원들이 모여서 노조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불법 복제한 휴대전화로 이 조합원들 휴대전화의 위치를 추적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누구였을까. 그는 왜 이들의 위치를 알려고 했을까.

삼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이 사건이 삼성 무노조 경영 신화의 한 단면이라고 보고 있다. 월간 ‘말’이 검찰 수사기록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위치 추적은 모두 수원 팔달구 인근에서 이뤄졌다. 삼성 SDI 공장이 있는 근처다. 삼성의 노무담당 직원, 신아무개 과장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검찰은 한번도 그를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2월, 검찰은 혐의가 없다고 수사를 종결했다. 오히려 법원은 삼성을 고소한 김성환 위원장에게 명예훼손을 이유로 징역 10월을 때렸다. 김 위원장은 지난 집행유예를 포함, 3년 10월의 징역을 살고 있다. 그는 삼성SDI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면서 보름이 넘도록 단식을 해왔다. 아무도 그의 외로운 싸움을 돌아보지 않았다. 언론도 모두 무시했다.

지난주 금요일, 김 위원장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아들이 왜 감옥에 가야했는지도 모르고 돌아가셨다. 김 위원장은 구속집행정지를 받아서 잠깐 나왔다. 월간 ‘말’ 5월호에는 김 위원장이 표지 사진으로 나와있다. 후배 기자에 따르면 그 책을 어머니 영전에 갖다드리면서 펑펑 울더라고 했다.

그리고 사흘 뒤, 월요일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예 철학박사 학위 수여식이 있었다. 400억원짜리 건물을 지어줬다고 해서 주는 고려대학교의 감사 선물이었다. 학생들이 반대시위를 했고 어찌됐든 잔칫집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니 찬반양론이 거세게 엇갈렸다. 명예 박사학위의 자격요건을 400억원과 재벌의 무노조 경영신화,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다.

400억원뿐만 아니라 좋게 포장하면 삼성그룹과 이 회장의 사회적 공헌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다. 어떤 사람들은 이들의 사회적 공헌에 의미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사회적 공헌의 이면, 이들의 노동 탄압에 주목한다. 명예박사 따위 별것도 아니지만 그 알량한 명예조차 이건희에게는 자격이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할만한 이유가 그들에게는 충분히 있다.

막연한 호의 또는 맹목적인 선망이 모든 비판을 무력화시킨다. 학생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삼성의 힘은 더욱 막강해진다. 자본은 이제 대중적 지지 기반까지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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