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성장 이데올로기가 한승조와 맞물리는 맥락.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23, 2005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배가 우리나라에 자본주의의 발전을 가져왔는가.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식민지배가 축복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일까.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다. 우리는 식민지배를 부정하면서도 식민지배가 가져온 자본주의 발전은 긍정하는 모순에 빠진다. 모순을 벗어나는 가장 손쉬운 해법은 식민지배와 자본주의 발전이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그 주장을 믿어 버리는 것이다.

박정희의 독재는 조금 더 복잡하다. 박정희의 독재가 가져온 경제 성장은 어느 정도 명확하다.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독재를 부정하면서 동시에 그 성과를 긍정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완용이나 한승조를 비롯한 친일파와 박정희 지지 세력, 그리고 수구 보수 세력은 정말 다들 한끝 차이다. 좀더 냉정하게 보고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경제 성장이 식민지배나 독재와 만나는 지점, 여기에 이 문제의 본질이 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어떤 사람들은 식민지배나 독재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 사람들은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와 노동자들의 희생, 계급 양극화를 모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런 성장 이데올로기가 한승조와 맞물리는 맥락을 직시해야 한다.

월간 ‘말’ 4월호에서 이종태 편집부장은 상황을 이렇게 정리한다.

“북을 포함한 한반도 내 각종 정치 세력들은 민족주의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권력투쟁을 벌이게 된다. 이 권력투쟁에서 자유주의, 즉 사적 소유와 이윤활동의 무제한 자유를 지지하는 세력이 헤게모니를 차지하기는 점점 힘들어질 거라고 본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일본 제국주의와 박정희가 선점해버린 의제이기 때문이다. 여기 한국 자유주의의 위기가 있다.”

민족주의의 함정을 경계할 필요도 있다. 언젠가 김규항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우리의 오랜 적대감은 한국과 일본이 아니라 한국 민중과 일본 제국주의 사이에 있다. 일본 민중도 제국주의의 피해자였다. 진짜 문제되는 건 친일 자체가 아니라 그 친일의 성격이다. 적은 한승조 같은 친일파 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에도 있다. 떠들썩한 민족주의는 가련하다.

.

www.leejeonghwan.com

Related Articles

Related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오늘 아침 주주총회를 끝으로 미디어오늘에서 제 역할은 끝났습니다. 오후에는 자유언론실천재단에서 “ChatGPT와 저널리즘의 책임”을 주제로 특강이 있는데 이게 제가 미디어오늘 대표로 나서는 마지막 대외 행사가 되겠네요. 끝나고 선배들 저녁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몇 가지 계획이 있는데요. 1. 4월부터 슬로우뉴스 대표를 맡기로 했습니다. 유한회사 슬로우뉴스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제가 100%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기자들도 뽑고 콘텐츠도...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시간 날 때마다 만들었던 라즈베리파이 오디오. 드디어 완성. 사실 별 거 없는데 여기저기서 부품 조달하고 거기에 맞춰 도면 만드는 게 힘들었습니다. build log는 영어로. This is my new network audio system. All in one Integrated Amplifier. 1. Raspberry Pi 4B. 2. Hifiberry DAC+DSP. 3. 7 inch touch screen for raspberry pi. 4. Chromecast...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에 경력 기자로 입사해 편집국장으로 3년, 사장으로 6년을 지냈습니다. 다행히 월급날을 한 번도 밀리지 않았고요. 열심히 벌어서 금융 부채를 모두 정리했고 만성적인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습니다. 언론사 경영이라는 게 날마다 전쟁 같았지만 한 번도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속가능한 미디어오늘을 위한 성장 엔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면 지난 15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오늘 지면에 대해서는 자부심과 아쉬움이...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Join

Subscribe For Updates.

이정환닷컴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

www.leejeonghw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