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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의 노동자 죽이기.

망한 회사의 노동자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공장의 주인은 공장을 팔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노동자들은 갈 데가 없다. 금강화섬의 노동자들이 그렇다. 이 회사 공장은 가동 중단되고 꼬박 1년이 지났다. 노동조합은 그동안 내내 회사를 지키면서 공장이 다시 돌아갈 날을 기다려왔다. 우여곡절 끝에 금강화섬은 2월 14일 경한정밀에 낙찰돼 팔려갔고 노조는 새로운 주인에게 공장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참고 : 폐업반대 투쟁 330일째, 금강화섬의 겨울. (이정환닷컴)

어제 ‘한국경제신문’은 경한정밀이 법원에 낙찰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노조 탓에 계획대로 공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는 게 그 이유다. “노조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한다”는 제목을 달고 있다. 위압적인 편집의 기술도 돋보인다. 아침에 신문을 펴들고 나는 경악을 했다.

기사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경한정밀은 금강화섬의 15개 생산라인 가운데 4개 라인만 재가동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모두 철거하고 공장 부지는 물류창고 등으로 쓰겠다는 이야기다. 일자리를 되찾게 될 거라고 기대했던 노조는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 신문은 노조의 입장을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

노조에게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이들은 어떻게든 공장을 다시 돌려야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 갈 곳도 없다. 금강화섬의 문제는 굳이 이 회사의 문제라기 보다는 화학섬유산업과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의 문제다. 몇몇 노동자들이 희생을 떠안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회사는 이들에게 40명의 일자리를 제시했다. 만약 이 조건을 받아들이면 40명이 남고 나머지 80여명은 영원히 공장을 떠나게 된다. 노조가 어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노조는 40명의 일자리를 거부하고 120명 모두의 일자리를 요구했다.

경안정밀은 처음부터 공장을 재가동할 의사가 없었을 수도 있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금강화섬 구미공장의 부지는 157억원, 설비와 기타 유형자산을 포함하면 자산은 모두 1441억원 규모에 이른다. 320억원에 샀다면 고철로 뜯어 팔아넘기더라도 남는 장사인 셈이다. “노조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한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억지다. 아무 것? 무엇말인가.

경한정밀 이상연 사장은 지난번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강성노조가 있는줄 알았으면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 320억원을 들여 회사를 인수하면서 이들은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도 찾아보지 않았던 것일까. 노조가 정문 수위실을 차지하고 현수막을 내걸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는데 한번 와보기라도 했다면 어떻게 모를 수 있었을까.

자본은 공장을 사서 더 비싸게 팔고 떠나면 그만이다. 1년이 다 되도록 텅빈 공장을 지키며 다시 일하게 될 날을 기다려 왔던 노동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 신문은 조금도 돌아보지 않는다. 이 기사를 1면 머릿기사로 올리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들의 잔인함이 무섭다.

(경제신문 바로보기 시리즈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게 첫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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