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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그래프로 본 양극화의 실상.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서고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가난의 굴레는 여전히 운명처럼 무겁다.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지 않거나 아직도 가난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는 흔히 보이는만큼 보고 그게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아래 그림은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소득 5분위 가계수지 통계를 가공한 자료다. 소득 수준에 따라 나뉘어 있고 각각 소득과 지출, 두개의 막대 그래프가 그려져 있다.

하위 20% 가구의 경우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쓴다. 이들은 한달에 평균 77만7300원을 벌어들여 114만1600원을 썼다. 달마다 36만4300원씩 빚을 내고 있는 셈이다. 한달에 77만7300원을 버는데 1년에 빚이 437만원을 넘어선다. 이건 결코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섯 가구 가운데 한 가구가 이렇게 산다.

상위 20% 가구는 571만2500원을 벌어들여 393만4900원을 쓰고 177만7700원을 저축했다. 1년에 저축만 2133만원을 넘어선다. 빚이 437만원씩 쌓이는 하위 20%와 비교된다.

그림에서는 윗쪽 파란색 막대 그래프가 소득, 아래쪽 여러가지 색깔이 섞인 막대 그래프가 지출을 나타낸다. 지출 그래프에서 비중이 큰 것만 보면 노란색은 식료품비, 빨간색은 교육비, 녹색은 교통통신비다.

식료품비는 상위 20% 가구가 76만5200원에 이르는데 하위 20% 가구는 31만5100원으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전체 지출 가운데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엥겔계수를 보면 상위 20% 가구는 19.4%에 그친 반면, 하위 20% 가구는 27.6%나 됐다. 특히 교육비의 경우 하위 20% 가구는 7만8600원으로 상위 20% 가구, 37만8900원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하위 20% 가구의 가계 흑자율은 -54.8%에 이른다. 가계 흑자율은 가처분 소득 가운데 생계비와 교육비 등 소비성 지출을 빼고 남은 부분의 비율을 말한다. 흑자율이 마이너스라는 건 벌어들인 돈으로 생계비와 교육비도 못낸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지출을 줄일래야 줄일 부분도 없다.

2003년과 비교하면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는 걸 알 수 있다. 2003년에 이들은 평균 74만2700원을 벌어들여 108만4700원을 쓰고 34만2000원이 빚으로 남았다. 살림살이 규모가 조금 커진만큼 빚도 늘어난 셈이다. 소득 대비 적자의 비율도 늘어났다.

통계청은 가계수지 통계를 2003년부터 냈다. 2003년 이전과 비교하려면 도시 근로자 가구 가계수지 통계를 보면 된다. 도시 근로자 가구 하위 20%의 가계 흑자율은 2001년 -9.3%에서 2002년 -8.5%로 잠깐 줄었다가 2003년 -14.8%로, 지난해 -17.5%로 갈수록 적자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프로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1996년부터 잡은 도시 근로자 가구 5분위별 소득 통계다. 상위 20%의 월 평균 소득이 400만원에서 620만원으로 늘어난 가운데 하위 20%는 84만원에서 108만원으로 28.6%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기간 동안 소비자 물가 상승률 37.7%에도 턱없이 못미친다.

다음 그래프는 5분위별 흑자액 추이다. 쓰고 남은 돈이 얼마나 되는가를 나타낸다. 하위 20%의 가구는 내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위 20%의 흑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달마다 흑자가 쌓이는 쪽과 적자가 쌓이는 쪽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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