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카잘스와 무반주 첼로 모음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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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카잘스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둘러싼 이야기는 정말 놀랍지만 간단한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첫째, 파블로 카잘스가 이 곡의 악보를 헌책방에서 발견한 것은 사실이다. 바흐가 이 곡을 작곡한 게 1720년으로 추정된다. 카잘스가 이 악보를 발견한 건 카잘스가 열세 살인 1889년. (정확하게는 바흐의 부인인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필사본 악보였다.)

둘째, 카잘스는 이 곡을 내가 발견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 200년 동안 묻혀 있던 악보를 천재 첼리스트가 발견했다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이미 1825년에 인쇄돼서 출간된 적 있고 다만 관심을 끌지 못했을 뿐이다.

셋째, 카잘스가 이 곡의 가치를 발견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맞다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듣도 보도 못한 악보를 카잘스가 발견한 것은 사실이다. (멘델스존이 마태 수난곡을 발견한 것처럼 운명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마태수난곡 역시 바흐 사후에는 한 번도 공연되지 않다가 멘델스존이 악보를 발견하고 초연을 하고 난 뒤에서야 인정 받게 된다.)

카잘스가 이 악보를 발견한 날은 카잘스가 처음 첼로를 선물 받은 날이었다. 바흐 시절에는 첼로라는 악기가 없었다. 이 곡은 비올라 폼포자(pomposa)를 위해 만든 춤곡이었고 첼로로 연주된 적은 없었다. 애초에 3옥타브를 넘나드는 곡이라 첼로로 연주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카잘스는 무려 12년 동안이나 연습을 한 끝에 스물다섯인 1901년에서야 초연을 했다. 첼로에 맞게 일부 편곡도 하고 모음곡으로 다시 구성한 것도 카잘스의 중요한 공헌이었다.

“나는 12년 동안 매일 그 곡을 연구하고 연습했습니다. 그래요, 12년이 지나서야 나는 그 모음곡 가운데 하나를 공개 연주회에서 연주할 만큼 용기가 생겼는데 그때 내 나이는 이미 스물다섯 살이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어떤 바이올리니스트나 첼리스트도 바흐의 모음곡을 전곡으로 완주한 적이 없었습니다. 사라방드, 가보트나 미뉴에트를 따로 떼어서 하나씩 연주했지요. 그러나 나는 그걸 하나의 전체 음악으로 연주했습니다. 전주곡에서부터 다섯 개의 춤곡에 이르기까지, 반복 부분도 모두 켰어요. 반복 부분을 연주해야 비로소 놀라울 정도의 전체적인 짜임새가 생기고 모든 악장의 속도와 구조, 건축적인 구조와 예술성이 완성됩니다.

그 곡들은 학술적이고 기계적이며 따뜻한 느낌이 없는 작품이라고 여겨져 왔습니다. 생각해보세요! 그 곡은 그렇게 폭넓고 시적인 광휘로 가득 차 있는데 그걸 어떻게 차가운 곡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그런 특징들은 바흐의 본질 그 자체이며, 또 바흐는 음악의 본질입니다.”

“나는 악보 뭉치를 뒤져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오래돼 변색되고 구겨진 악보 다발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를 위한 모음곡이었습니다. 첼로만을 위한 곡이라니! 나는 놀라서 그걸 바라보았습니다. 첼로 독주를 위한 여섯 개의 모음곡이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어떤 마술과 신비가 이 언어 속에 숨겨져 있을까?

그런 모음곡이 있다는 말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나는 곧 그 상점에 갔던 목적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오로지 그 악보 한 뭉치만을 들여다보면서 조심스럽게 어루만지기만 할 뿐이었어요. 그 장면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전혀 흐려지지 않았어요. 지금도 그 악보의 표지를 보면 바다 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먼지투성이의 오래된 가게로 다시 돌아가 있는 듯이 느껴집니다. 나는 그 악보가 왕관의 보석이기나 한 것처럼 단단히 움켜쥐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방에 들어가서는 그것을 읽고 또 읽었어요.”

(파블로 카잘스,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가운데.)

넷째, 카잘스는 아흔이 넘어서도 날마다 6시간 이상 연습을 했다고 한다. 날마다 연주 실력이 향상된다고 믿었다고. 여든두 살인 1957년에는 60년 차이가 나는 여성과 결혼을 하기도 했다. 장인 어른보다 서른 살이 더 많았다고. 1973년 96세의 나이로 사망.

“카잘스는 나이를 초월한 사람이었어요. 그는 나이든 사람의 지혜와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이의 패기를 겸비한 사람이었어요. 그런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요.”

(마르타 카잘스, 팜비치데일리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경제 기사에서 인용)

모두 6개의 모음곡이고 1번은 낙관적(Optimistic), 2번은 비극적(Tragic), 3번은 영웅적(Heroic), 4번은 장엄하고(Grandiose), 5번은 격정적(Tempestuos)이고 6번은 목가적(Bucolic)이라는 게 카잘스의 해석이었다. 모두 프렐류드-알르망드-쿠랑트-사라반드-미뉴에트(혹은 부레나 가보트)-지그의 6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흔히 피에르 푸르니에와 안너 빌스마의 연주를 최고로 치지만 파블로 카잘스의 1938년 녹음이 주는 운명적인 존재감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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