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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사상’ 종간호를 읽다.

언젠가 조선일보는 베스트셀러 순위를 소개하면서 ‘인물과 사상’을 ‘인물과 상상’으로 적었다. 실수라고 보기 어려운, 고의성이 다분한 오타였다. 그만큼 ‘인물과 사상’은 조선일보에게 위협이 됐다. 풍차와 싸우는 돈키호테처럼 강준만은 무모했지만 그 싸움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그런 그가 스스로 퇴출을 선언했다. 인터넷 시대, 세상의 변화에 순응하기로 했고 그보다는 민주당의 분당과 그 과정에서 이른바 개혁주의자들의 어두운 면을 너무 많이 보았고 너무 많이 겪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쩌면 그를 딛고 한 시대를 넘어섰고 이제는 그를 잊거나 버렸다. 돈키호테처럼 버텨줄 거라고 믿었던 그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줄은 정말 몰랐다.

‘인물과 사상’의 위기는 활자 매체의 위기일뿐만 아니라 매체의 위기고 담론의 위기다. 강준만은 그 위기의식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종간호의 주제는 “인터넷 시대의 글쓰기”다. 아래는 머릿말 요약.

인터넷은 이제 전통적 지식인의 자기검열을 강제하기까지 이르렀다. 논란이 될 발언을 하면 똥물을 뒤집어쓰고 매장당하는 걸 감당해야 한다. 인터넷은 새로운 유형의 패거리 문화를 만들어 냈다. 약자들의 연대가 아니라 힘을 가진 세력들의 갈등 형태로 나타난다. 그들은 갈등하면서도 서로 돕는 적대적 공존관계를 형성한다.

인터넷의 감시와 고발 기능은 때로 마녀사냥으로 치닫기도 하고 침묵하는 일부의 목소리를 묻어버리기도 한다. 참여하는 일부의 큰 목소리가 여론을 왜곡하거나 정부의 정책을 뒤흔드는 경우도 있다. 지식은 파편으로 흩어지고 담론은 피부로 반응한다. 속도에 대한 강박과 원리주의가 정치까지 무너뜨린다. 타협도 전략·전술도 없다.

급기야 이제 매체시장은 무너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신문을 보지 않고 책도 읽지 않는다. 팔리는 책은 얇을뿐만 아니라 얕고 가볍다.

(월간 ‘인물과 사상’은 계속 나온다. 1년 정기구독에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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