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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메시아’의 트릭.

넷플릭스가 2020년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내놓은 ‘메시아(Messiah)’.

확실히 도발적이고 전복적인 발상이 지배하는 드라마다. 넷플릭스가 돈을 쏟아 부으니 이런 ‘미친’ 이야기도 드라마로 만들 수 있구나 싶지만 의외로 몰입도도 높고 끝까지 감탄하면서 보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 몇 가지 트릭이 있다. 여기 링크한 포브스 폴 타시(Paul Tassi)의 칼럼에 동의하는데, 이 드라마는 (우리 모두에게 남아있는) 신심을 교묘하게 건드린다.

(아래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알마시히(Al Masih)가 진짜 메시아일 수도 있다. 총 맞은 아이를 살려내고 토네이도를 막고 심지어 물 위를 걷기도 한다. 그러나 예수 코스프레를 하는 것 같은 이 사람이 실제로는 무슬림 출신이고 테러리스트들과 어울렸고 스스로 구원자라고 생각해 정신병원에 수감된 경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럴 수도 있다고 치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치고.)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이끌고 이스라엘 국경까지 왔는데 박해를 당하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그를 믿게 만든다. (관객들은 왜 알마시히가 세상을 구원하지 않는가 의심하지만 동시에 메시아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방어 논리에 빠진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까지도 협박을 받고 심각하게 고민에 빠진다. (이 역시 현실성이 매우 낮은 트릭이다.)

알마시히는 진짜 메시아인가? 아니면 사기꾼 또는 테러리스트인가? 이 드라마는 교묘하게 비틀어 트릭을 쓴다. 애초에 잘 설계된 시나리오가 아니라 작정하고 독자들을 현혹하는 시나리오다. (역설적으로 이게 성공했기 때문에 잘 만든 드라마일 수도. 물을 포도주로 만든다거나 앉은뱅이가 일어서는 기적을 보여주지 않았고 사실 그래서 더 알마시히보다는 스스로의 믿음을 의심하게 만드는 효과.) 이를 테면 이런 질문들이다.

예수님이 2020년에 나타나도 같은 취급을 받지 않았을까.
예수님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라면, 알마시히도 예수님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들(정부와 언론)이 말하는 걸 다 믿을 수 있나. 오히려 내가 본 게 진짜 아닐까.
우리는 사람을 믿는 것인가. 그의 메시지를 믿는 것인가.
그를 믿거나 안 믿는 것이 구원의 조건인가. (알마시히가 목사에게 말한다. “나를 신이라 생각하나. 그럼 무릎을 꿇으시라.” 이 질문은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가 엄청난 것은 여기서 이야기를 끝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끝내기 위해 드라마를 끌고 온 것이다.)

애초에 엉성한 시나리오고 장담하건데 시즌 2를 만든다면 엉망이 되거나 시즌 1의 카피일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이 이야기는 메시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즌 2를 만든다면 ‘십계’나 ‘벤허’가 되거나 ‘홈랜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알마시히 같은 사람이 오히려 적그리스도라고 하는 모양인데 그런 분들은 평생 안 보는 게 심간이 편할 것 같다. (작정하고 시즌 2를 ‘오멘’ 스타일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이 드라마를 트릭이라고 말하는 건 알마시히가 사기꾼이라면 굳이 이스라엘의 감옥에서 나온 하루 만에, 폭풍을 뚫고 미국 텍사스에 나타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알마시히가 메시아라면 텍사스에 나타나서 굳이 물위를 걸을 이유도 없고(사실 예수도 비슷한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지만) 대통령과 독대를 할 이유도 없다. (메시아가 메시아라는 걸 입증할 이유가 있나.) 예수의 스타일도 아니고 실제로 효과도 없다. 알마시히가 드라마 속의 무리들을 속이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의 관객들을 기만한다. (사실 그게 종교의 속성일 수도.) 믿음이란 원래 불완전한 것이다. 이 드라마가 노리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다. 당신들이 믿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에 어차피 논리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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