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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피해배상 청구권 팔아 경제발전 자금 조달.

이번에 공개된 1965년 한일협정 문서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피해 배상에 대한 한일 양국의 입장 차이다. 한국 정부가 강제 징용과 징병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배상 성격의 ‘청구권’이라는 명칭을 강조한 반면 일본 정부는 ‘경제협력 자금’이라는 명칭을 고집한 사실이 문서에서 드러났다.

일본 정부 대표로 나온 니시야마 아키다가 “우리 측의 제공은 일종의 정치적인 협력이라는 의미에서 제공하는 것이며 일본의 일방적인 의무에 입각해 제공하는 것으로 되면 곤란하다”고 주장하는 부분도 있다.

문제는 이처럼 일본 정부가 대외적으로 경제협력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면서도 이 협정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배상을 모두 해결하려고 했다는데 있다. 문서에 따르면 “한일 양국 국민은 광복일(1945년 8월 15일) 이전의 재산 권리 이익 등은 어느 것도 상대방 국가나 국민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또 “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임을 확인한다”고 강조돼 있다.

더 심각한 부분은 사망자와 부상자를 포함, 103만여명의 피해자의 배상 금액으로 받아낸 이 5억달러가 피해자들에게 가지 않고 엉뚱한 데로 흘러갔다는데 있다. 피해자들이 받은 돈은 겨우 25억여원, 당시 환율 484원을 감안하면 516만달러 정도다. 결국 피해자들에게 지급된 배상 금액은 1%정도밖애 안됐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청구권 자금의 상당 부분을 포스코, 당시 포항제철 건립을 비롯해 농업과 과학기술 개발, 사회간접자본 등에 투입했다. 청구권 자금은 1970년대 경제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총생산 기여도가 1.04∼1.61%를 차지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결과 대일의존도와 무역불균형이 심화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핵심은 이 5억달러가 강제 징용과 징병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일본 정부가 지급하는 피해 배상금의 성격이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정부가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팔아 넘기고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당겨다 썼다는 이야기다. 피해자에게 갈 돈을 정부가 전용한 셈이다. 그리고 그 결과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에 더이상 배상을 요구할 수 없게 됐다.

일본 정부는 이미 면죄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문서에 따르면 외무부는 “청구권 문제를 해결하면 개인 청구권도 포함해 해결하는 것이므 로 정부는 개인청구권 보유자에게 보상의무를 지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정부가 포괄적인 청구권 해결에 합의한 이상 적절한 배상이 안됐다면 일본 정부가 아니라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이 청구권 자금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지급이 아니라 경제계획에 투입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고 일본 정부도 청구권이 아니라 굳이 경제협력 자금이라는 명분을 고집하는 등 협상 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나 피해 배상의 유효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모두 57권 가운데 5권 분량이다. 정부는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대책기획단을 구성하고 나머지 문서의 공개와 피해자 보상 대책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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