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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었다.” 국가보안법 폐지 무산.

올해 국회의 최대 숙원 과제였던 국가보안법 폐지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30일 수차례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거친 끝에 국보법 처리를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다루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날 오후 한나라당에서 작성한 대체입법 절충안을 놓고 양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여는 등 여야 합의가 이뤄지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열린우리당은 네시간에 걸친 의총 결과 폐기후 형법 보완이라는 당론을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한나라당은 “여당이 대체입법안을 파기, 원내대표간 합의를 번복했다”면서 본회의장과 법사위 회의장 점거에 들어가는 등 연말 국회는 최악의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보법 뿐만 아니라 나머지 개혁입법과 경제관련 법안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날 오후 의총 도중 빠져 나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가보안법은 여야의 합의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며 김원기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유 의원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거면 뭐하러 선거해서 다수당과 소수당을 가리겠느냐”고 반문했다. 다수당이 책임을 지고 입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는 이야기다. 유 의원은 “합의를 해오라는 김 의장의 요구는 이런 기본 원칙을 뒤흔드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세상에 어떤 나라에서 정당한 의결 절차를 무시하고 여야의 합의를 먼저 요구하느냐”며 “다선의원이 될수록 현장의 목소리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고 김 의장을 정면 공격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다른 법은 모두 타협할 수 있지만 국보법은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보법 폐지는 열린우리당이 만든 안건이 아니고 시민사회에서 수십년동안 쌓여온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의 마음대로 야당과 합의할 수는 없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천정배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들고 온 대체입법 절충안에 대해 유 의원은 “화장을 고치는 정도일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사실상 국보법을 이름만 바꾼 거나 다름없다는 의견이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지도부가 법사위를 점거, 정당한 의결절차를 방해한 국회법 위반 사범들과 공모해 당론 변경을 추진하려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비공개로 치러진 이날 의총에서는 표결없이 서로의 입장을 듣고 당론을 그대로 유지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 그러나 강경파 의원들의 목소리에 못지않게 타협을 주장하는 현실파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어떤 의원은 “표결에 부치면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회의장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이날 의총은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분위기에서 대체입법을 막아내는 수준에서 결론이 났고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국보법 처리를 내년 2월로 미루기로 합의가 됐다. 천 대표는 이날 저녁 기자간담회에서 “당론은 국보법 폐지와 동시에 형법을 보완한다는 것”이라며 “연내처리는 당론이 아니라 전술적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과반의석을 차지하고도 법안하나 처리못하는 무능한 여당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연내처리가 물거품이 된 이상 국보법 폐지가 사실상 요원하게 됐다는 전망도 많다. 유시민 의원은 “연내 처리가 안되면 내년이라고 달라지는 게 없다”며 “오히려 내년이 되면 그냥 덮고가자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제 할만큼 했고 의장의 직권상정을 기다리는 것말고 다른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우스갯소리처럼 이야기했지만 탄핵 때와 달리 물리력을 동원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탄핵 당시 열린우리당의 의원수는 58명, 그러나 현재 한나라당 의원수는 모두 121명에 이른다. 50여명에 이르는 국회 경위를 모두 동원해도 물리력으로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로서는 여야 원내대표가 연내 처리에 합의한 과거사기본법이나 신문법 및 언론피해구제법 그리고 민간투자법과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등의 처리도 요원한 상황이다. 이날 여의도 국회 바깥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 시민연대 회원등 1천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한때 국회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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