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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라고 부르지 마라.

우리는 박사를 박사라고 부르지만 석사나 학사는 석사나 학사로 부르지 않는다. 석사나 학사는 그냥 학위일뿐이지만 박사는 사회적 직위가 된다.

이를테면 이정환 박사라거나 이 박사님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이정환 석사나 이정환 학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석사님이나 학사님도 마찬가지다. 박사가 상대적으로 드물기도 하지만 어떤 특권 계층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공부를 많이 했고 또는 학교를 오래 다녔고 그래서 특별히 존경을 받을만한 위치에 올랐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그런 의미로 통용된다.

그러나 내가 그들을 존경하거나 말거나와 별개로 박사는 석사나 학사, 또는 고졸, 대졸과 마찬가지로 그냥 학력을 나타내는 호칭일 뿐이다. 기사에서는 박사라는 말을 쓸 이유가 없다. 직장과 직책이 있으면 그 직책을 쓰면 되고 없으면 그냥 누구누구씨라고 부르면 된다.

굳이 그가 공부를 많이 했다는 걸 밝혀서 기사에 신뢰를 억지로 불어넣는 건 정말 촌스러운 짓이다. “박사”라는 수사가 남발되고 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조선일보의 경우다.

KDI 임원혁 박사는 “대우계열사들이 속속 부활하는 것은 ‘김우중식 경영’이 잘못됐었다는 반증(反證)”이라고 주장했다. (11월 29일)
– 기사에는 안나왔지만 임원혁씨는 연구위원이다. 이 경우는 “KDI 임원혁 연구위원은…”이라고 쓰면 된다. 기사 안에서 그가 뭐하는 사람인가 전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냥 “박사”다.

제3부는 우리나라 최고의 심장이식 전문가 송명근 박사의 긴장된 나날로 꾸며진다. (11월 29일)
– 송명근씨는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교수다. 이 경우는 “송명근 교수”라고 쓰거나 “송명근씨”라고 쓰면 된다. 의사라고 앞에서 밝혔으면 그냥 “~씨”라고만 붙여도 충분하다.

이 자리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인 황인성 박사가 현 경제상황에 맞는 경영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11월 23일)
–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이라고 쓰면 될 걸, 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인 황인성 박사”라고 쓰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어법이다.

생명공학硏 유성언·KIST 이철주 박사팀 첫 규명. (11월 15일)
– 심지어 좁은 제목에도 굳이 “박사팀”이라는 단어를 집어넣는다. 이들이 박사가 아니었다면 제목을 뭐라고 달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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