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효과’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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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몇일 뒤 미국 뉴욕에서는 허리케인이 불어닥친다. 작은 움직임이 엄청난 변화를 불러온다. 원래 세상은 그렇게 혼란스럽다. 나비의 날개짓이 어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비가 날지 않았으면 허리케인도 오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이다.

에반은 어린시절 일기장을 읽다가 갑자기 잠깐 과거로 돌아간다. 숨겨져 있던 암울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에반은 이번에는 강력하게 저항한다. 이딴 거 당장 집어치워. 아니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그리고 다시 현재. 놀랍게도 에반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다. 에반은 이제 밝고 쾌활하다. 여자친구 켈리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우리는 비슷한 줄거리의 영화를 알고 있다. ‘백 투 더 퓨쳐’에서 마티의 소심한 아버지는 뚱뚱한 못된 친구 밥을 때려 눕힌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인생은 뒤바뀐다. 친구를 때려눕히지 못했다면 그는 첫번째 현재에서처럼 평생을 비굴하게 타협하면서 살아야 했을 것이다.

‘백 투 더 퓨쳐’에서 과거로 가는 통로가 타임머신이라면 ‘나비효과’에서는 억압된 기억이다. 에반은 기억에 저항하고 수십년의 시간을 넘어 과거를 바꾼다. 그리고 그 날개짓이 허리케인을 불러온다. 밝고 쾌활한 에반과 켈리의 행복한 두번째 현재는 감옥에서 막 출감한 켈리의 동생 때문에 엉망이 된다. 에반은 켈리의 동생을 야구 방망이로 쳐서 죽인다.

에반은 다시 과거로 가서 켈리의 동생의 암울한 과거를 바꾼다. 그가 행복해야 그와 싸우지 않을 수 있고 그를 죽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허리케인은 늘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팔 다리를 못쓰는 장애인이 되거나 정신병자가 되거나 여자친구가 죽거나.

어느날 의사가 에반을 붙들고 소리지른다. 또 다른 현재 따위는 없어. 과거를 바꾼다느니 하는 건 모두 네 망상이야. 불행한 현재를 잊으려고 만들어낸 거짓 기억이야.

이쯤되면 혼란스럽다. 억압된 기억은 이미 모두 바꿔버렸고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든다. 어쩌면 다시 안올 수도 있다. 에반은 결국 켈리를 처음 만나던 날로 돌아간다. 둘다 다섯살 정도 되는 꼬마애들이다. 에반은 켈리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한번만 더 내 옆에 다가오면 너네 가족들을 다 죽여버릴 거야. 켈리는 울면서 엄마에게 뛰어가고 두 사람의 인생은 또 한번 뒤바뀐다.

사랑하는 사이지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은 따로따로 더 행복했을 수도 있다. 영화는 그렇게 겨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감독판에서는 전혀 다른 결말을 맺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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