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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7가지 의혹.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16, 2004

우리는 론스타 펀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금융자본은 지난해 9월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 규모가 62조6033억원에 이르는 은행이 단돈 1조3834억원에 넘어갔다. 그리고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떠날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지금 주가대로라면 론스타의 시세 차익은 1조3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혹은 더욱 커져만 간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그 7가지 의혹을 추적해 봤다.

첫 번째 의혹
론스타의 시세차익 1조3704억원

그림 : 매각 전후 외환은행 지분 구조. (이정환닷컴)

론스타는 지난해 9월 외환은행의 주식 3억2585만주를 사들여 51.0%의 지분을 확보했다. 2억6875만주는 새로 주식을 발행해서 넘겨받았고 나머지 5710만주는 각각 최대주주와 2대주주였던 정부와 코메르츠방크에게 넘겨받았다.

먼저 문제는 인수 가격이다. 지난해 여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던 무렵, 증권가에서는 론스타의 인수 가격이 한주에 최소 5000원에서 많게는 7000원에 이를 거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절반 이상의 지분을 넘겨주는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받아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 발행한 주식의 가격은 4000원이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커녕 액면가 5000원에도 못미치는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이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 결정이 떨어졌던 지난해 9월 26일 외환은행의 주가는 4650원, 시장가격에도 못미치는 헐값에 팔려나갔다는 이야기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사실상 최대주주였던 정부의 태도다. 정부 지분이라고 볼 수 있는 건 한국은행 지분 10.67%와 수출입은행 지분 32.50%, 더하면 모두 43.17%가 된다.

수출입은행은 1999년 4월과 2000년 12월 외환은행의 유상증자에 두차례 참여, 7360억원을 출자했는데 이 돈은 모두 한국은행이 댔다. 인수 가격은 한주에 평균 6479원이었다. 그런데 2003년 9월, 수출입은행은 이 주식을 론스타에 5400원씩에 넘긴다. 한주에 1079원씩 모두 333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그리고 1년 뒤, 올해 11월 15일 기준 외환은행의 주가는 8450원까지 두배 가까이 치솟았다. 론스타의 지분 시가총액은 2조7538억원으로 불어났다. 시세 차익은 1조3704억원에 이른다. 1년 2개월만에 거의 두배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두 번째 의혹
기존 주주들의 손실, 3387억원

파격적인 조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론스타는 주식 51.0%를 사들인 것뿐만 아니라 추가로 14.23%를 더 사들일 수 있는 콜 옵션을 받아냈다. 콜 옵션은 정해진 기간 안에 언제든 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행사가격은 ①4245원과 행사 시점 주가의 중간 값과 ②5400원에서 해마다 4.5%씩 인상한 값, 이 둘 가운데 높은 가격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11월 15일 기준으로는 6347원이 되고 이 경우 수출입은행의 손실은 1366억원으로 늘어난다.

2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도 이해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주식을 넘겼다. 코메르츠방크는 1998년 7월과 1999년 4월, 2002년 12월 세차례에 걸쳐 9948억원을 출자했다. 인수 가격은 한주에 평균 8248원씩이었다. 코메르츠방크 역시 이 주식을 한주에 5400원씩 론스타에 넘기고 한주에 2848원씩 모두 747억원의 손실을 봤다. 콜 옵션이 행사되면 손실은 2021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리해보면 최대주주와 2대주주가 무려 1080억원의 손실을 보면서 론스타에 주식을 넘겼고 게다가 콜 옵션이 행사되면 그 손실이 3387억원까지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외환은행이 새로 주식을 발행해서 팔면(신주 매각) 그 돈이 그대로 외환은행에 들어가지만 이처럼 기존 주주들의 주식을 팔면(구주 매각) 그건 주주들 사이의 거래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외환은행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이야기다. 론스타는 무려 1조750억원어치의 신주를 사면서 3084억원어치의 구주까지 요구했고 정부와 코메르츠방크는 엄청난 손실을 무릅쓰고 지분을 팔아 넘겼다.

코메르츠방크야 자금난에 쫓겼다고 하지만 당장 원금을 회수할 이유가 없는 정부는 왜 그런 손실을 자초했을까. 론스타에 이익을 안겨주는 것 말고는 아무런 다른 이유도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세 번째 의혹
론스타에 쩔쩔매는 금감위

2003년 7월 25일 금감위 은행감독과 회의록을 보면 정부가 얼마나 비굴한 태도로 나섰는가 확인할 수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 자료 첫 페이지에는 ‘대외 보안’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다. 금감위 승인을 두달 앞둔 무렵이다.

이날 회의의 주요 안건은 외환은행에 외자 유치가 필요한데 투자 의향을 보이고 있는 론스타가 국내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것, 그래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먼저 은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국인이 국내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금융회사거나 금융지주회사여야 한다. 론스타는 여기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은행법 시행령은 예외 규정을 두고 있는데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대주주가 될 수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외환은행은 부실금융기관에 해당되지 않지만 잠재부실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경영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채택됐다. 그 근거로 “1999년 12월 뉴브리지 캐피털이 제일은행을 인수할 때도 제일은행은 부실금융기관이 아니었다”는 선례가 적용됐다.

결국 이날 회의의 결론은 외환은행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론스타의 투자 유치가 절실하다는 것으로 났다. 투자 유치가 아니라 사실상의 매각이었지만 회의록 어디에도 매각이라는 표현은 없다.

그리고 두달 뒤, 9월 26일 회의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이번에는 미국의 은행지주회사법이 문제가 됐다. 외환은행은 미국에 지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되면 미국연방은행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 론스타가 지분구조와 경영상황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답변이 가관이다. “론스타 쪽에서 2년간 유예기간을 달라고 FRB를 설득하고 있다. 또 제한된 범위에서 미국 지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금감위 위원들끼리 모여서 한 이야기가 이렇다. 이들은 왜 이렇게 론스타에 목을 맸던 것일까.

우리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전체 9명 가운데 6명의 금감위 위원만 참석했다. 이동걸 부위원장과 양천식, 이성태, 이효익, 이태훈, 하성근 위원이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론스타의 주식취득 승인 요청은 100%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회의록의 몇 장면을 더 옮겨본다.

– 론스타가 2년동안 유예기간을 달라고 했다는 건 2년 안에 팔고 떠나겠다는 거 아닌가.
“투자계약서에 2년동안 팔지 말라는 조항을 넣었다. 장기투자를 하겠다는 서약서도 받았다.”

– 론스타가 얼마나 건전하고 도덕적인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부실채권 매입과 부동산 취득, 기업 인수 등 3개 사업부문에 투자를 하는 기업이다. 구체적인 운영실적은 알아보기 어렵다.”

– 외국 자본이 제조업과 금융업에 동시에 투자하는 것 문제가 있지 않나.
“은행법에 규제 장치가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 론스타는 투자구조가 왜 이렇게 복잡한가.
“조세회피 목적이라고 한다.”

– 의사결정 주체가 누구인가 알 수 없다.
“최종적으로 LSF-KEB홀딩스라는 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된다.”

네 번째 의혹
론스타의 위험, 재경부는 알고 있었다

그림 : 외환은행 팔아넘긴 세명의 부총리들. (이정환닷컴)

회의록에서 드러나듯이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경영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투기적 목적의 단기 펀드라는 사실을 금감위 위원들은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재정경제부도 알고 있었다. 재경부에서는 모두 금감위에서 처리했으니 책임이 없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금감위 위원 가운데는 재경부 차관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외환은행 매각에는 재경부 산하의 한국은행과 한국은행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수출입은행이 관련돼 있다. 이미 준 공적자금이 투입돼 있는 상태였다는 이야기다. 재경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당시 금감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위에서 모두 결정돼 내려왔기 때문에 그냥 통과시킬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넘길 거라고 처음 공개한 사람은 김진표 당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었다. 김 전 장관은 일찌감치 지난해 7월 22일, 블룸버그통신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방크의 지분을 론스타에 매각할 용의가 있다.” 김 전 장관의 이 발언은 사흘 뒤 금감위 회의에 영향을 미쳤다. 회의 내용은 앞서 확인한 바와 같다.

론스타는 일찌감치 2002년 12월부터 비밀준수협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4월부터 실사에 들어가 6월에 투자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장관이 언론에 공개할 무렵에는 물밑 작업이 모두 끝난 상태였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 두명의 전직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있다. 먼저 당시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재직중이던 이헌재 부총리가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론스타의 법률 대리인이다. 이 부총리는 김대중 정부 시절 재경부 장관을 맡았다가 물러나서 2001년부터 이 회사의 고문으로 일해왔다.

한편 진념 전 부총리는 론스타의 회계법인인 삼정회계법인의 고문을 맡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있는데도 회계법인을 삼정회계법인으로 변경해 눈길을 끌었다. 업계 4~5위 수준이던 삼정회계법인은 2002년 진 전 부총리를 영입한 뒤 1년만에 업계 2위 수준으로 급 부상했다.

부총리들과 함께 이들의 재경부와 금감위, 금감원, 재계 인맥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은 이헌재 부총리와는 중학교(광주 서중) 선후배 관계다.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기도 하다. 이 전 행장은 진념 전 부총리와도 막역한 사이다. 진 전 부총리가 기아자동차 회장으로 일하던 무렵 이 전 행장은 계열사인 기아포드할부금융의 사장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는 외환은행이 팔리고 난 뒤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으로 옮겨갔다.

이영회 당시 수출입은행장도 역시 이헌재 사단의 멤버다. 이 전 행장은 재경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으로 재경부 시절 이 부총리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 이 전 행장은 그 뒤 아시아개발은행 사무총장으로 옮겨갔다.

변양호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매각 과정에서 론스타가 일본에서 4천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외국에서 있었던 일이므로 국내 사정과는 무관한 것 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변 전 국장은 정부측 창구를 맡았던 김석동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에게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적극 검토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옮겨간 김 전 국장도 역시 재경부 장관과 금감위원장을 거쳤던 이헌재 부총리와 인연이 깊다.

관건은 왜 이들이 이렇게 서둘러 외환은행을 매각하려고 했느냐는 부분이다. 그것도 문제투성이의 론스타에,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급박했던 것일까.

다섯 번째 의혹
부풀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부실

그 무렵 외환은행의 재무구조를 놓고는 논란이 좀 있다.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고 당장이라도 무너질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허영구 공동 대표는 지난해 6월 기준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과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각각 9.56%와 3.0%로 매각이 필요할만큼 심각한 위기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보통 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이면 부실로 간주한다.

“외환은행은 1997년 이후 한번도 8%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규정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예급 지급이나 차입금 상환이 정지된 적도 없었고 외부 자금 지원 없이 회생 불가능한 심각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나 금감위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다.

“자기자본비율은 현재 9.56%지만 잠재부실을 반영해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면 6.2%까지 떨어질 수 있다. 영업기반 악화 등으로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금감위가 내놓은 시나리오에서 잠재부실이라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감위는 추가부실을 6205억원으로 잡고 여기에다 출자 주식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3306억원을 추가로 충당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이 6205억원의 추가부실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는데 있다. 여기서 두가지 설명이 가능한데 하나는 금감위가 상황을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개되지 않은 또는 공개할 수 없는 추가부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

출자주식 주가 부분도 석연치 않다. 외환은행은 이미 지난해 1분기 하이닉스반도체의 주가 하락을 반영해 2364억원을 손실처리한 바있다. 기준 주가는 137원, 만약 주가가 0원이 된다고 해도 손실은 1300억원 정도 늘어나는데 그친다. 다른 주식이 더 있기는 하지만 3306억원이나 평가손실을 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추가부실의 가능성이 금감원의 정기 종합검사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금감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내세워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수상쩍은 시나리오는 최근까지 전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여섯 번째 의혹
론스타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그림 :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투자 구조. (이정환닷컴)

한편 금감위 회의록에서도 론스타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이번 취재 결과 론스타 펀드 4호에서 외환은행에 이르는 무려 7단계의 복잡한 지분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금감위 자료에 따르면 론스타는 대출채권과 부동산, 부실자산 등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자산운용 회사다. 198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 부실을 기회로 성장했고 최근 조성된 론스타 펀드 4호는 42억5000달러 규모다. 투자자는 공공연금과 기금, 대학기금, 국제금융기구, 은행지주회사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현재 7호까지 나와있고 세계적으로 200억달러 규모를 굴리고 있다.

창립자는 존 그레이켄 회장은 자금을 끌어모으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스 쇼트 부회장이 아시아 시장을 총괄하고 우리나라 시장은 서열 3위인 스티븐 리 부회장이 맡고 있다. 국내 법인으로는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가 설립돼 있다. 스티븐 리 부회장과 유회원 사장은 외환은행 감사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론스타 4호는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를 6600억원에 사들이는 등 막강한 자금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건물의 현재 시가는 1조원에 이른다. 이밖에도 극동건설을 비롯해 14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알려진 사실은 이 정도고 정작 론스타의 주인을 추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다만 지난해 11월 블룸버그통신 기사에서 ABN암로 홀딩스가 론스타를 통해 외환은행 지분 5%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나머지 95%의 주인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금감위 회의록을 보면 금감위 조차도 론스타의 실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곱 번째 의혹
1조3834억원 외자, 들어오기는 했나

훨씬 더 심각한 의혹은 신주와 구주 인수대금이 외국에서 들어오지 않고 국내에서 조달됐을 가능성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외자유치라는 허울좋은 명분까지도 모두 무너지게 된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 근거가 있다. 먼저 외환은행에서 외화 환전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석연치 않다. 1조3834억원를 환전하려면 수수료만 무려 200억원에 이른다. 아주 당연하게도 외환은행에서 환전을 하는게 회사 수익을 늘리는 방법이고 주가를 끌어올리는데도 도움이 된다. 자그마치 순이익 200억원 아닌가. 그런데 론스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기서도 두가지 설명이 가능한데 물론 수수료가 더 싸거나 거래 관계가 있는 다른 은행을 이용했을 수도 있고 아예 외국에서 자금을 들여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외화를 들여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환전도 필요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다. 국내의 외국은행 지점에서 조달했을 수도 있고 아예 일정 기간 뒤 수익을 보장하고 국내에서 자금을 끌어모았을 수도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거의 100%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론스타가 조만간 털고 떠날 기회를 찾고 있다는 우려도 설득력이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경영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건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 지난 1년동안 외환은행의 만행을 새삼스럽게 다시 거론할 필요도 없다.

한발 더 나아가 삼성증권은 11월 9일 보고서에서 2005년 하반기 무렵 외환은행이 하나은행에 합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박소영 연구원은 그동안 문제가 됐던 카드 부문이 내년 1분기 완전히 흑자로 돌아서면서 경영 정상화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박 연구원의 전망대로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예상 인수가격은 8600원에서 많게는 1만900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론스타의 시세차익은 무려 2조1139억원에 이른다. 콜옵션이나 최근 논란이 됐던 드래그 얼롱 계약까지 끌어들이면 론스타의 이익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주목할 부분은 한때 외환은행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하이닉스의 변신이다. 한때 100원대까지 떨어졌던 하이닉스의 주가는 1만2000원을 훌쩍 뛰어넘었고 외환은행은 엄청난 대손충당금을 다시 풀어쓸 수 있게 됐다. 올해만 462억원의 특별이익을 얻는 것을 비롯해 2006년까지 2000억원 이상의 매각이익을 얻게 될 전망이다. 안타깝게도 그 이익의 상당부분은 론스타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노무현 정부의 외자유치, 첫 작품이었다. 파고들면 들수록 의혹의 색깔은 더욱 짙어져 가고 기사화할 수 없는 숱하게 많은 의혹이 더 있다. 그리고 지금도 제 2, 제 3의 외환은행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 의혹을 제대로 푸는게 2004년 한국 경제 위기의 한 해법이 될 것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참고 : 외환은행 팔아넘긴 세명의 부총리들. (이정환닷컴)
참고 : “고마해라, 많이 뭇따 아이가.”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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