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 감청 논란? 오해와 진실.

Scroll this

1. 뉴스의 재발견, 오늘은 요즘 뜨거운 이슈죠? https 차단 논란 살펴보겠습니다.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테니, https란 게 뭔가요?

= IT 이슈인데 정치 이슈가 됐습니다. 보통 인터넷 주소 앞에 http라고 붙어있죠. 하이퍼 텍스트 트랜스퍼 프로토콜. 하이퍼 텍스트라는 건 클릭하면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는 링크 방식을 말합니다. 트랜스퍼 프로토콜이란 건 전송 방식이고요. 그런데 http에 s가 붙으면 이게 시큐어 소켓(Secure Socket)이라고 해서 보안이 강화된 접속 방식입니다.

2. 그런데 그걸 차단했다고 해서 논란이죠? 좀 쉽게 설명해 주십쇼.

= 정부는 불법·유해 정보로 분류된 사이트를 차단해 왔습니다. 이게 북한 관련 사이트나 성인 콘텐츠 사이트인데요. 접속하려고 하면 warning.or.kr로 옮겨가게 돼 있었습니다. (국내 도메인 네임 서버를 그렇게 강제로 지정해 둔 것이죠. 이 사이트 방문자가, 그러니까 차단 당하는 사람이 하루 150만 명에 이릅니다. 페이지뷰는 500만 뷰가 넘고요.) 그런데 https라고 s만 하나 더 붙이면 차단을 피할 수 있다는 게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SNI(서버 네임 인디케이션) 필드를 차단하는 기술을 도입해서 https로 접속해도 차단되도록 바꾼 겁니다.

2-1. 그래도 어려운데요. 조금 더 쉽게 설명해 주십쇼.

= 이를 테면 포르노닷컴이란 게 있으면 이걸 접속이 안 되게 막아놨는데 https://를 붙이면 접속이 됐죠. 그런데 이게 11일부터 안 되게 됐다는 겁니다.

=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편지봉투의 주소를 보고 이게 불법 사이트인가 아닌가 봐서 편지를 전달되지 못하게 막았는데(특정 주소의 접속을 차단했다는 말이죠.), 그런데 사람들이 편지를 암호화해서 보내니까 어느 주소로 보내는지 알 수가 없게 됐죠. 그래서 정부가 편지를 살짝 뜯어보고 주소만 읽어보겠다, 그래서 불법 주소로 가는 편지는 차단하겠다는 게 이번 https 차단입니다. 그래서 암호화된 정보를 정부가 들여다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인터넷을 감청하고 있다는 격렬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3. 청와대 국민 청원이 20만 명이 넘었다고요.

= 네. 오늘 아침에 보니까 25만 명이 넘었습니다. 이게 20만 명을 넘기면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게 돼 있죠.

= 반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인터넷 검열이 본격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고요. 둘째, 이렇게 막아도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한다든가 얼마든지 우회 방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불법유해 정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보안 접속을 정부가 들여다 보게 되면 단순히 포르노 사이트만 차단하는 게 아니라 국가 권력이 국민들 사생활을 들여다 보고 감시 또는 감청이 일상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쓰는 방식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4. 실제로 정부가 인터넷을 감청할 수도 있을까요?

= SNI 필드를 읽어 들인다고 하더라도 당장 정부가 메일이나 메신저 등의 내용을 다 들여다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단 정부가 차단하는 게 아니라 SK브로드밴드와 KT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차단을 하게 한 거죠. 만약 정부가 내용을 들여다 보려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 받아서 통신사 서버를 압수수색을 해야 합니다. 영장 없이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건 https 차단과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어제 해명 자료를 냈는데요. 감청은 암호화된 통신내용을 열람 가능상태로 전환하는 것이고 SNI 필드는 암호화되지 않고 노출돼 있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말하는 통신비밀이 아니라는 겁니다.

5.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나 하는 방식이라는 지적은 사실인가요?

= 물론 중국은 훨씬 강력한 인터넷 검열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https 차단을 하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 밖에 없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은 2009년부터 그레이트 파이어월이라는 이름으로 음란물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내용을 광범위하게 검열하고 차단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곰돌이 푸라는 만화가 시진핑 주석을 닮았다면서 불법 콘텐츠로 분류했죠.

= 중국에서나 하는 방식이란 말은 좀 과장되긴 했습니다만, 일부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우리가 어느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심지어 암호화된 통신까지 주소를 들여다 보겠다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에 차단된 사이트는 수백 개 정도인데 이걸 차단하겠다고 우리가 접속하는 모든 사이트를 이게 합법인지 불법인지 들여다 보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죠. 불법 감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되느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입니다.

6. 그래도 리벤지 포르노나 몰카 동영상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그럼 이런 걸 방치해도 된다는 말이냐는 이야기도 나올 텐데요.

= 문제는 https를 차단해도 얼마든지 우회 경로가 있다는 것이죠. 더 근본적으로 불법 사이트를 처벌해야 할 텐데, 문제의 원인을 그대로 두고 접속만 차단하면 되겠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버 소재지를 파악해서 물리적인 서버를 압수하거나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죠. 서버가 미국에 있으면 영장을 받아서 미국에 협조를 요청하고 서버를 차단하면 되는 것이고요. 그런데 수사도 하지 않고 이거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으니 접속 금지, 이게 지금 한국 정부가 불법·유해 정보에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 불법 사이트를 찾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지금은 불법 여부를 따지는 절차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임의로 도메인 접속을 차단하는 것으로 해결할 게 아니라(무늬만 민간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결정) 수사와 영장 발부, 사이트 폐쇄로 가는 게 절차에 맞다는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을 얻습니다.

7.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게 정치 문제로 비화하는 것 같습니다.

=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검열이 강화됐다고 볼 수는 없고, 이번에 좀 더 확대됐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기조는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갑자기 ‘사이버 독재’ 운운하는 건 이걸 정치 공세로 이어가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병준 위원장이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고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대한민국 정부가 소설 ‘1984’처럼 전체주의 정부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물론 박근혜 정부 때도 야당에서 이런 비판이 나왔을 거고 문재인 정부도 감수해야 할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기대됩니다.

8. 일부 언론에서는 2030 남성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는데요.

= 일단 “성인이 성인물 보는 게 죄냐”는 주장은 또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실제로 음란물을 못 보게 돼서 불만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구분해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단순히 성인물과 불법 동영상은 구분해야 하고요. 당연히 불법은 불법이고 일부 언론이 이를 야동 볼 권리라고 포장하거나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죠.

= 단순히 불법 포르노 사이트 뿐만 아니라 과거에 성인 만화를 서비스하는 레진코믹스가 차단되기도 했었고 노스코리아테크처럼 북한 관련 사이트가 차단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mb18noma처럼 대통령을 비하한다고 해서 트위터 계정이 차단되기도 했고요. 사이트 접속을 우회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음란물을 안 보면 될 것 아니냐는 식으로 묵살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 한국은 인터넷 부분 자유국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선진국 중에서는 인터넷 심의가 굉장히 엄격한 편이고요.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리벤지 포르노나 불법 촬영 동영상을 뿌리 뽑을 수 없다는 것ㅇ이죠. 좀 더 본질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leejeonghwan.com audio
Voiced by Amazon Po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