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집권 3년차 증후군, 오해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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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재인 대통령이 설날 메시지로 ‘풀꽃’이라는 시를 남겼네요. 어떤 의미일까요?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인데요. 크게 의미를 부여할 것까진 없고요. 다만 지난주에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잇따라 구속된 뒤라 묘한 파장을 남깁니다.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텐데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에 좀 더 지켜봐 달라는 의미가 담겨있을 수도 있고, 양산 자택에서 연휴를 보내면서 꽃 사진을 찍어서 올렸죠. 전쟁 같은 정치 현장에서 한 발 벗어나 오늘 같은 날만이라도 내면을 돌아보고 싶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취임 이후 설이 두 번, 추석이 두 번이었는데 평창 올림픽과 남북 정상회담 등 빅 이벤트와 겹쳤죠. 제대로 쉬는 건 이번 설 연휴가 거의 처음입니다.

2.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반등했다고 하죠?

= 소폭 상승했고요. 김경수 지사 구속이 오히려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지지율도 동시에 오르고 있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중도층이 양쪽으로 갈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특히 낮고, 최근에는 서울 경기 지역에서도 일부 유권자들이 여권으로 돌아서는 움직임도 발견됩니다.

3. 과거 대통령들 보면 집권 3년차에 권력 누수 현상이 생기곤 했죠?

= 네. 3년 차라고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를 2017년 5월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이제 21개월, 이제 막 3분의 1을 지난 상황입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죠. “현행 대통령제 아래서는 임기 3년 차의 저주라고 해야 할 형편이다.” 단임제 대통령제에서는 이제 좀 해볼 만하다 싶으면 벌써 차기 대통령이 누구냐에 관심이 쏠리고 권력의 재편이 시작되는 게 3년차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은 게 햇수로는 6년을 집권해야 되는데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벌써 3년차 증후군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4. 역대 대통령들 설날 메시지와 비교해 볼까요? 어땠습니까.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였던 2015년 2월, 설 연휴 직후 첫 회의에서 “경제를 생각하면 저는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주 퉁퉁 불어터진 국수 같다”고 답답한 심정을 호소했습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한나라당이 친이계와 친박계로 갈려서 거의 분당 직전까지 갔죠. 세종시가 뜨거운 이슈였는데요. 당시 박근혜 전 대표, 이때는 이미 대표가 아니었는데도 강력한 대권 후보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정부가 만든 세종시 수정안을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죠.

이 전 대통령이 설날 메시지로 “나라가 잘 되지 않고 지역이 잘 될 수 없고, 나라가 잘 되지 않고 나만 잘 될 수는 없다”는 말을 했는데요. 이 말은 달리 말하면 충청권이 좀 양보를 해야 한다는 의미죠. 결국 정운찬을 총리로 내세웠는데 세종시 수정안은 부결됐습니다. 박근혜 대타를 키워보려고 했는데 정운찬도 실패했고 김태호도 실패했습니다. (김태호 당시 경남도지사는 총리 후보로 지명됐으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진 사퇴했죠.)

5.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집권 3년차 경제 문제가 화두였죠.

= 설날 메시지를 찾아봤는데요(2005년 2월6일). “올 들어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걱정은 여전합니다”, “재래시장이나 식당, 자영업을 하는 사람, 개인운수업을 하는 사람 등은 여전히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14년 전인데 지금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죠.

=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집권 3년차에 내각제 강령을 삭제한다고 해서 자민련(자유민주연합)과 완전히 틀어졌죠. 그리고 게이트가 계속 터졌습니다. 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월드컵을 앞두고 있었는데 지지율이 급락했죠. 김영삼 전 대통령 때는 노동법 날치기 파동과 한보 비리가 정권을 흔들었고요.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은 특별히 설날 메시지를 내지 않았습니다.

6. 데드크로스를 이미 지났다, 언론에 이런 표현도 많이 나오는데요.

= 부정적인 평가가 긍정적인 평가를 앞지르는 걸 데드크로스라고 하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데드크로스를 지났습니다(1년 8개월 만이죠). 그 뒤로는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인데요. 갤럽 조사 기준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1년4개월 만에 데드크로스를 기록했죠. 문 대통령은 오히려 늦게 온 편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3개월 만에 데드크로스를 맞았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도 4개월로 짧은 편입니다. 애초에 데드크로스라는 말이 얼마 전부터 유행어처럼 쓰이는 말인데요. 데드크로스를 지났다고 하면 뭔가 심각한 민심 이반이 있는 것처럼 보이죠. 레임덕과는 전혀 다른 의미지만 야당이 정부 여당을 공격하기에 좋은 포인트가 되는 것 같습니다.

7. 문재인 대통령이 나흘의 휴가를 끝내고 오늘 복귀할 텐데요. 마음이 무거울 것 같습니다.

=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집권 3년 차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이런 말을 했죠. “언론에서 집권 3년차라 하는데 저는 그 말이 굳어지면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조금 그렇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한 지 1년 7개월이 됐다.” 이 말에 집권 여당의 조바심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 3분의 1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집권 3년차 증후군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니 좀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인수위도 없이 집권했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았습니다.) 원래 지지율은 포물선을 그리게 돼 있고 그래서 집권 초반에 강력하게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되는데 동력이 소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죠. 3년차 증후군, 3년차 징크스, 이런 말이 계속될 텐데요. 야권에서는 정권의 힘을 빼려고 하고, 정부는 이제 막 시작한 포용 성장을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고, 치열한 프레임 전쟁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8. 북미 정상회담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 같은데요.

=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당분간 지지율이 오르겠지만 보수 진영의 반격이 거세질 수도 있고요. 남북 문제는 디폴트고 본격적으로 국내 정치에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국면입니다. 북미 정상회담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겹쳐서 연기하자 말자 논의가 있는데,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 선거가 얼마나 흥행을 하느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북미 회담에 이어서 외교에서 빅 이벤트가 계속될 텐데 한국 정부가 얼마나 주도권을 쥐고 가느냐도 중요하고요. 남북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 문제, 특히 일자리 문제에서 얼마나 의미있는 변화를 끌어내느냐가 집권 3년차 힘의 균형을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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