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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해라. 많이 뭇따 아이가.”

지난 한달 동안 전체 직원 5648명 가운데 500여명이 특별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떠났다. 거기다가 있지도 않는 부서를 만들어 240여명이나 전보 발령을 냈다. 남아있는 사람이라도 안심하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데도 회사는 막무가내다. 숨통을 조이려는지 이젠 아예 묵묵부답이다. 조금도 양보할 수 없으니 알아서 나가라는 분위기다.

외국계 투기자본에게 넘어간 뒤 1년째를 맞고 있는 외환은행에서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급기야 5일에는 노조 집행부가 나서서 삭발 투쟁에 돌입했다. 그래도 회사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당연히 일이 손에 안잡히죠. 내가 나가서 다른 동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쩔 수 없이 나가겠지만 이렇게 나가는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한편으로는 이렇게 물러서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한 노동자의 이야기다.

외환은행이 특별퇴직 접수를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달 5일. 은행은 전체 정규직 직원 5648명 가운데 975명을 잉여인력으로 규정하고 900명에 대해 특별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특별퇴직의 조건은 퇴직금에 18개월에서 많게는 26개월의 급여를 추가 지급하는 것.

그러나 22일까지 퇴직신청은 350여명에 그쳤고 은행은 26일 특수영업팀을 신설, 50여명을 전보 발령한데 이어 이달 1일까지 모두 240여명을 이 부서로 발령했다. 특수영업팀은 카드 판촉과 연체 관리 등을 맡는 부서로 100만원 수준의 기본급에 추가 성과급 체제로 운영된다. 상당 부분 급여가 삭감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노조에 따르면 특수영업팀은 아직 업무 조직조차 꾸려지지 않은 상태로 상당수 팀원들이 출근조차 못하고 있다. 노조는 특별퇴직이 목표에 미달하자 사용자 쪽이 보복성 인사를 단행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조 김보헌 전문위원에 따르면 사용자 쪽은 한해 카드를 1800장 정도 팔든가 모기지론 170억 대출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사실상 알아서 나가라는 협박을 한 셈이다.

노조는 특수영업팀이 임금을 삭감, 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임시 조직이라며 노동조건 저하에는 조금도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지성 위원장은 “이번 전보 발령 대상자 선정에는 아무런 기준도 근거도 없었다”며 “업무상 필요가 아니라 보복 차원에서 단행된 이번 인사는 전면 무효”라고 주장했다.

수세에 몰린 노조는 지난달 29일, 은행과 긴급협상을 갖고 특별퇴직을 이달 1일까지 연장 접수하기로 합의했다. 합의 조건은 노조가 연장 접수를 받아들이는 대신 사용자 쪽은 결과를 따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연장 접수 결과 퇴직자는 1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한달 사이에 무려 500명, 전체 직원의 10분의 1 가량이 특별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는 이야기다. 노조는 특수영업팀을 포함한 나머지 직원들의 고용 보장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노조의 기본 입장은 “외환은행에는 잉여인력이 존재하지 않으며 직원들을 정리해고할 경영상의 필요성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1997년 이후 해마다 1조원 규모의 업무이익을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만 상반기에 7천억원이 넘는 업무이익을 냈다. 게다가 1997년 이후 모두 3325명이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났다.

한편에서는 론스타가 본격적으로 이익 실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다음 털고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노조는 “이번 구조조정은 주가를 끌어올려 지분매각의 차익을 극대화하려는 대주주 론스타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인사적체 문제라면 점포 신설 등 중장기적 발전 계획을 수립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노조는 사용자 쪽에 10일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사용자 쪽의 대응에 따라 앞으로 투쟁 강도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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