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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자본의 조력자, 김앤장의 강철 회전문.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5, 2018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12월5일 방송 내용입니다. 대표 이미지는 영화 ‘데블스 애드버킷’의 한 장면.)

오늘 뉴스의 재발견은 사법 농단 사태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연루 의혹을 살펴봅니다.

1. 충격적인 뉴스가 있었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앤장 변호사가 만나서 강제징용 재판 진행 상황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앤장이 이 사건의 피고, 일본의 전범 기업들의 변호를 맡았죠. 그런데 대법원장이 피고측 변호사에게 재판 정보를 흘렸다면 이거 정말 큰 사건인데요.

= 네. 그동안 거의 뉴스에 드러나지 않았던 김앤장이 뉴스의 핵심으로 등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검찰이 지난달 12일 김앤장을 압수수색한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는데요. 김앤장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도 처음이고요. 김앤장이 직접 수사 대상이 된 것도 처음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의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죠. 1심과 2심에서 원고 패소했는데 3심에서 뒤집혔습니다. 그게 2012년인데요. 그래서 파기환송심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왔는데(재상고) 이걸 확정 판결만 하면 되는데 안 하고 시간을 끌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청와대가 재판을 질질 끌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벌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드러난 건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만나서 재판 진행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조언을 해줬다는 겁니다.) 김앤장이 일본 기업들을 변호하는 로펌인데 대법원장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피고측 변호인을 만난 것은 매우 부적절하죠.

2. 이 사건이 어떻게 드러난 건가요?

= 사법 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김앤장의 한아무개 변호사를 소환해서 조사했더니 털어놓았습니다.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의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이 사람은 김앤장에 있다가 청와대에 갔다가 다시 김앤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가 좁혀 들어오자 “행정처 요청으로 개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시 검찰 수사의 핵심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지난 3일이죠. 검찰이 박병대 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는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직접 개입 의혹이 드러난 건 처음이죠? 청와대와 대법원, 김앤장의 삼각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거론되는데요.

= 네. 청와대는 일본 기업들이 패소하면 한일 관계가 경색될 거라면서 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강제 징용 피해자들, 이분들 이제 모두 아흔 살 안팎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입니다. 많이 돌아가시고 남아있는 분도 몇 분 안 되고요. 그런데 정부가 국민들 편을 들지 않고 일본 기업들, 그것도 전범 기업이라는 비난을 받는 기업들 편을 든 것이죠.

단순히 재판을 지연시킨 것 뿐만 아니라 재판을 파기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습니다.

4. 그러니까 정리해보면, 우리 국민들이 2심까지 이긴 재판이었는데 청와대가 3심에서 뒤집힐 수 있도록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야기네요.

= 네. 이번에 드러난 건 김앤장이 재판 거래 의혹의 중심에 있다는 겁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김앤장 출신이고 김앤장에 있을 때 이 재판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 국민들 반대편에서 일본 기업들을 돕던 사람이 외교부 장관이 되고 외교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재판을 질질 끌면서 선고를 미루도록 대법원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외교부 차관보를 지내고 참여정부 시절 안보수석, 그만두고 김앤장, 외교부 장관)

결국 외교부와 청와대, 대법원, 모두가 김앤장의 사람들이었던 거죠. 한국 국민이 아니라 일본 기업들을 위해 재판을 뒤집으려 했던 겁니다. “피해자들이 승소하면 한일 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게 과연 한국 외교부가 할 이야기인가 싶습니다.

5. 김앤장이 논란이 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국내 최대의 로펌인데 사실상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 최근에 ‘국가 부도의 날’이란 영화가 개봉했죠. IMF 이후 제일은행과 한미은행, 외환은행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김앤장이 뉴브리지와 칼라일, 론스타 등 외국계 사모펀드의 대리인을 맡았습니다. 재판을 한 게 아니라 법률 조언을 하고 한국에서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가 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법의 구멍을 알려준 것입니다.

단순히 법률 조언을 넘어 소버린이 SK를 공격할 때는 김앤장을 통해 SK그룹의 기밀 정보가 소버린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쌍방대리 논란도 있었습니다. 김앤장이 소버린의 법률 자문을 맡았는데 동시에 최태원의 분식회계 사건의 변호를 맡았죠.) (소주 회사, 진로의 파산과 매각 과정에서도 김앤장의 쌍방대리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돈 되면 다한다는 비난도 있었고요.)

더 큰 문제는 김앤장을 둘러싼 회전문 현상입니다. (이번에도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검사 출신인 현홍주 전 주미대사 등이 김앤장 고문으로 있으면서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헌재씨가 김대중 정부에서 금감위원장과 재경부 장관을 지내고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가 노무현 정부에서 다시 재경부 장관을 맡았죠. 이헌재씨가 김앤장에 있을 때 외환은행이 팔려나가서 논란이 됐습니다.

국무총리를 지낸 한승수와 한덕수, 검찰총장을 지낸 송광수, 헌법재판소 소장을 지낸 박한철,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기획재정부 장관을 재닌 윤증현 등이 모두 김앤장 출신이거나 김앤장에서 고문 등을 맡고 있습니다. 장관급 고문은 6억 원대, 차관급 고문은 4억 원대의 연봉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실제로 더 받는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김형민이라고 청와대 비서관이 김앤장으로 갔다가 외환은행 부행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서동원씨라고 있는데 이 분은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장을 지내고 김앤장으로 옮겨갔다가 다시 공정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다시 옮겨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김앤장에 가 있고요. 김회선이란 사람은 법무부 기획관리실 실장으로 있다가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국가정보원 2차장으로 옮겨 갔다가 다시 김앤장으로 복귀했고요.

이 사람들이 김앤장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수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지는 짐작만 할 뿐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변호사도 아닌데 말이죠. 공식적으로 등록된 고문만 40여명에 이릅니다.

6. 국내 최고 사법기관과 국내 최대 로펌의 결탁. 이 사건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앤장이 변호사 1000명,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초강력 로펌으로 성장한 건 이렇게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관예우와 그들만의 이너써클을 동원해 전화 몇 통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있습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김앤장에 맡겨야 재판에 져도 문책을 안 당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김앤장이 못하면 다른 누구도 못한다는 것이죠. 다른 로펌에 맡겼다가 지면 왜 김앤장에게 안 맡겼냐고 문책을 당하니까 훨씬 비싼 수임료를 주고 김앤장을 찾아가게 된다는 겁니다.

김앤장은 자본과 권력의 대변인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굳이 법정까지 가지 않아도 인맥과 로비로 안 되는 걸 되게 만든다는 믿음을 심어준 것이죠.

7. 한국 사회의 숨은 권력이었던 김앤장이 수사 대상이 됐는데요. 언론 보도는 어떻습니까.

= 그동안은 취재가 잘 안 됐고. 한국 사회의 마지막 성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앤장에게 소송 협박을 당한 기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실제로 김앤장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데는 없다. 웬만하면 김앤장과 부딪히지 않는 게 좋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기득권 네트워크의 핵심에 김앤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김앤장이 전면에 드러나긴 했지만 과연 검찰이 김앤장을 건드릴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도 많고요.)

=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언론이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어쩐지 불편해 하는 논조입니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부 때문에 보상이 어렵게 됐다는 보도를 내보냈고 중앙일보는 “한·일 관계는 최악의 국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두 신문은 사법 농단과 재판 개입보다는 대법원의 고뇌를 이해한다는 논조의 기사와 사설을 내보냈습니다.

8. 전직 대법관들에게 구속 영장이 발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 오늘 박병대 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꽤 높다는 관측이 많지만 영장 판사가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팔이 안으로 굽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많습니다. 대법관들이 구속된다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김앤장도 수사하겠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핵심일 거고요. 현재 드러난 것만으로는 김앤장이 직접 수사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김앤장이 중심에 있는 것 같지만 현재로서는 김앤장의 조력자들이 문제가 되는 상황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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