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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히피를 찾아서… 한대수를 만나다.

소설가 유재현이 가수 한대수를 인터뷰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고 구경이라도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았다. 내가 찾아갔을 때는 인터뷰가 모두 끝난 뒤였다.

나는 두 사람을 모두 처음 봤다. 한대수씨는 먼저 들어갔고 유재현 선생님이 커피라도 한잔 하자고 해서 커피숍에 들어가 마주 앉았다. 인터뷰 내용이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터뷰는 실패였다. (여기서부터는 존칭 생략.)

먼저 한대수는 유재현이 생각했던 진짜 히피가 아니었다. 청바지를 입고 머리를 기르고 기타를 친다고 모두 히피는 아니다. 유재현이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히피에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유재현은 LG칼텍스정유 노동조합의 파업을 자본주의의 탐욕이라고 본다. 연봉 5천을 받는 사람은 6천을 받으려고 하고 6천을 받는 사람은 7천을 받으려고 한다. 자꾸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버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 유재현이 묻고 싶은 것은 “그래서 과연 당신은 행복한가”다.

높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참고 : 파업의 재구성, LG칼텍스정유 노동조합의 경우. (이정환닷컴)

자본주의는 소비를 통해 이윤을 축적한다. 물론 소비를 하려면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더 많은 임금을 받으려고 싸운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는 게 최상의 가치다. 노동운동의 한계도 여기에 있다. 노동조합은 임금인상 투쟁을 넘어서지 못하고 그것만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유재현이 보기에 1960년대 미국의 히피 운동은 “물질적 풍요에 감춰진 야수적 폭압에 맞서는 운동”이었다. 기본적으로 반자본과 반체제의 속성을 띠고 자유와 인권, 반전 평화 등 좌파적 지향도 명확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른 바 ‘계급적 태업’이다. 핵심은 소비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려고 노력할게 아니라 더 행복하고 더 즐겁게 살려고 노력해라. 그게 바로 유재현이 찾고 싶은 히피적 가치다.

그런 의미에서 한대수는 히피처럼 사는 사람이었을뿐 진짜 히피는 아니었다. 한대수는 적당히 보수적이고 체제순응적이었다. 히피를 찾는 시도는 그렇게 끝났고 대안으로서의 히피적 가치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참고 : ‘대마를 위한 변명’을 읽다.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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