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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 읽기 모임.

기차를 기다리면서 책을 펴드는 순간, 천둥이 치고 회오리 바람이 불고 우박이 쏟아졌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이 책에 빠져든다. 푸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고개를 드는 순간 다시 세상은 고요해진다. 그리고 일상적인 소음이 그 자리를 파고들어 메운다. 들뢰즈를 읽는 일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일이었다.

옛날에 나는 금이나 꿈에 대하여 명상했다
아주 단단하거나 투명한 무엇들에 대하여
그러나 나는 이제 물렁물렁한 것들에 대하여도 명상하련다
장정일, ‘햄버거에 대한 명상’ 가운데.

나는 한때 자연과학이 유일하게 의미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는 세상을 바꾸려면 정치와 경제, 사회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테면 나는 좀더 구체적이고 좀더 현실적인 걸 배우고 싶었다. 철학이나 그것도 형이상학 같은 걸 공부할 여유가 내게는 없었다.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나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정우의 들뢰즈 입문서, ‘사건의 철학’을 처음 펴들던 날, 나는 밤을 꼬박 새워 책을 읽었고 아침에는 출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우와. 왜 나는 좀더 빨리 들뢰즈를 읽지 못했던가. 산더미처럼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있고 바다처럼 해야할 공부가 밀려있는데 내가 들뢰즈 따위를 읽다니.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이를테면 들뢰즈는 나에게 물렁물렁한 어떤 것이었다.

들뢰즈가 대안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들뢰즈 너머에 이르려면 들뢰즈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들뢰즈 읽기 모임을 시작했다. 첫번째 모임이 오는 일요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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