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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온 파이어’를 보다.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다. 개연성은 있지만 지나치다.

용병 출신의 크리시는 처음으로 보디가드 일을 맡는다. 멕시코시티에서는 한시간에 한건 꼴로 유괴가 벌어지고 그 가운데 70%는 돌아오지 못한다. 크리시는 피타의 보디가드가 된다.

영화는 여기서 조금 복잡해진다. 군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크리시는 한번도 다른 사람을 사랑해본 적 없다. 그런데 예쁘고 착한 피타가 크리시를 사랑한다고 한다. 피타는 아홉살 짜리 여자애다. 피타는 너무 예쁘고 착하고 그런데도 별 볼 일 없는 크리시를 정말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피타가 결국 유괴를 당한다. 크리시는 유괴범들에게 총을 맞고 쓰러진다. 그리고 끔찍한 복수가 시작된다.

영화는 뻔한 결말로 달려간다. 피타가 죽지 않았을 거라는 걸 관객들은 안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가 안되니까. 크리시가 결국 피타를 살려낼 거라고 관객들은 믿는다. 그리고 아마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치닫고 그 과정에서 크리시는 죽을 수도 있다. 이 영화는 결국 크리시가 피타를 어떻게 살려내고 어떻게 죽는가에 주목한다. 그 과정은 지극히 뻔하고 지루하면서 끔찍하다.

거침없고 잔인한 보복 끝에 크리시는 유괴 조직의 두목을 만나고 두목은 피타와 크리시의 목숨을 맞바꾸자고 제안한다. 고속도로 한 가운데 크리시가 서고 피타가 건너온다. 피타가 고속도로를 건너가고 크리시가 대신 총을 겨눈 유괴범들에게 끌려간다.

이 영화는 지극히 도식적이다. 피타는 귀한 집의 예쁜 여자아이고 크리시, 덴젤 워싱턴은 무게감 있는 배우지만 흑인이고 가난하고 알코올 중독자고 어딘가 불쌍해보이고 결국 백인 여자아이를 살리려고 죽는다.

또 하나 충격적인 건 변호사 조단으로 잠깐 나오는 미키 루크다. 그가 나오는 장면은 5분도 안된다. 그는 수영장에서 총을 맞고 죽는다. 배역 탓일 수도 있지만 그는 아주 늙었고 언뜻 추해보인다. 10년 전, ‘죽은 자를 위한 기도’에서 미키 루크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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