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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한국형 폭삼 만들어 보자.

비영리 보험회사는 분명히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비영리 보험회사를 사회복지의 확대로 가는 사전 준비단계라고 볼 수도 있다. 아직은 가능성일뿐이지만 노동조합이 비영리 보험회사을 만든다면 다른 보험회사보다 훨씬 싼 보험료를 받으면서 비슷한 보장을 제공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에 따른 문제는 있겠지만 보험회사들의 폭리만 제거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윤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계산은 간단하고 분명하다. 보험개발원의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30세 남성이 5년 이내에 죽을 확률은 0.52%다. 이 사람이 1억원을 보장받는 5년 만기 정기보험에 든다면 보험료는 확률에 따라 52만원, 60개월로 나누면 한달에 8667원이면 된다.

보험료가 너무 싸다고 생각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30세 남성 10만명이 모이면 5년 동안 이 가운데 평균 520명이 죽는다. 10만명이 한달에 8667원씩 내면 8억6670만원이 모인다. 이걸 5년 동안 모으면 520억원이 된다. 이걸로 520명에게 1억원씩 보험료를 줄 수 있다.

같은 계산으로 40세 남성의 경우, 이론적인 보험료는 5년 동안 121만원, 60개월로 나누면 한달에 2만원 정도가 된다. 마찬가지로 50세 남성은 2만8천원, 60세 남성은 8만1천원을 내면 5년 이내에 죽을 경우 1억원의 보험료를 받을 수 있다.
보험 계약자가 10만명 정도 되면 이 같은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게 바로 보험의 마술이다. 보험회사들은 여기에다 이익을 붙여서 8667원의 두배에 가까운 1만5천원을 보험료로 받는다. 종신보험이라면 똑같이 1억원을 보장받는데 17만3천원을 내야 한다. 만약 비영리 보험회사가 만들어진다면 사업비용을 충분히 감안하고도 얼마든지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질병 보험의 경우도 물론 마찬가지다. 위험 확률을 계산하고 그만큼 보험료를 나눠 거두면 된다.

김헌수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직원 20명만 있으면 상호회사 형태의 비영리 보험회사를 만들 수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산을 운용하고 이익을 늘리는게 어렵지 이렇게 보험료를 거둬서 필요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형태의 상호회사는 시스템만 갖춰져 있다면 얼마든지 최소의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만 갖추면 주식회사 형태의 다른 보험회사들보다 절반 이하의 가격에 보험상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

상호회사는 보험업법에도 보장돼 있다. 상호회사에서는 계약자가 사원이 된다. 100명 이상의 사원만 있으면 만들 수 있고 자본금 개념이 없어 설립 비용도 주식회사보다 훨씬 적게 든다. 주주가 없으니까 이익은 대부분 그대로 사원들에게 배분된다. 다만 손실이 나면 사원들의 보험금액을 그만큼 삭감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상호회사 형태의 보험회사가 하나도 없다. 노동조합이 만든 비영리 보험회사의 대표적인 사례는 스웨덴의 폭삼이다. 폭삼은 스웨덴의 4대 보험회사 가운데 하나다.

한국형 폭삼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에 오건호 민주노동당 정책보좌관은 먼저 우려를 보였다. 민주노동당의 큰 방향은 사회보장과 사회복지의 확대다. 노동조합이 보험회사를 만든다면 이런 방향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보험은 결국 여러 사람이 똑같이 보험료를 내고 낸 만큼 가져가는 형태다. 민주노동당이 꿈꾸는 복지를 통한 소득 재분배와는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면서도 “당면한 투쟁 과제들 때문에 사실 여기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시민사회의 성숙도나 노동조합의 신뢰 확보 문제도 아직 걸림돌이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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