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낼 돈 3분의 1이면 무상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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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보험을 드는 사람과 들지 않는 사람,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척박한 사회는 보험을 권하고 보험회사는 엄청난 이익을 챙긴다. 우리에게 선택은 보험회사에 돈을 갖다 바치거나 무방비 상태로 미래를 맞이하거나 두가지 밖에 없다. 결국 보험은 들어도 손해고 들지 않아도 손해다.

보험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낸 보험료는 모두 50조392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은 721조3천억원, 이 가운데 7% 가량이 보험료로 들어간 셈이다. 자동차보험이나 손해보험을 빼고 생명보험만 놓고 뽑은 통계다. 한 사람 앞에 한해 109만원 꼴이고 한 집에 3.5명씩 잡으면 한 집에 한해 382만원 꼴이다. 건수로 따지면 집집마다 평균 4.1건씩 보험을 들고 있다.

놀랍게도 이 같은 돈이면 전 국민 무상의료를 실시하고도 남는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비 지출은 한 집에 107만원을 조금 넘는 정도다. 보험료 382만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보험료 낼 돈의 4분의 1만 모아도 온 국민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큰 병에 걸려도 누구나 돈 걱정하지 않고 병원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놀랍지 않은가. 그런데 그 돈을 우리는 보험회사에 갖다 바치고 있다.

보험은 복권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복권은 운이 좋으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보험은 거꾸로 혹시나 있을 수도 있는 끔찍한 불행에서 당신을 건져준다. 복권과 마찬가지로 보험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결국 손해다. 그러나 물론 복권이나 보험이나 손해를 보면서도 투자할만한 가치는 얼마든지 있다.

지난해 우리는 한 사람 앞에 한달 평균 2만5천원씩 의료비를 썼다. 평균이라 그렇지만 실제로는 몇년동안 한푼도 안쓰는 사람이 있고 한달에 수천만원씩 잡아먹고도 결국 죽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보험에 든다. 지난해 우리는 한 사람 앞에 평균 한달에 9만원씩 보험회사에 보험료를 냈다. 9만원을 내고 수천만원의 위험에서 벗어난 셈이다.

사회가 사회적 역할을 못하면 개인이 자구적인 노력으로 현실을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한달에 2만5천원이면 될 무상의료를 9만원씩 내고 보험으로 해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생명보험협회의 표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험 가입률은 89.9%, 10명 가운데 9명이 하나 이상의 보험을 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를 통털어 우리나라만큼 보험을 많이 드는 나라는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렇게 많은 보험료가 모두 어디로 가느냐는데 있다.

지난해 보험회사들이 거둬들인 보험료 50조3924억원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지급된 보험금과 만기 또는 해약 환급금은 모두 해봐야 31조7394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다 투자 수익이 11조8707억원에 이른다. 사업비용 4조7102억원을 빼더라도 무려 25조8135억원이 고스란히 이들의 자산으로 남는다. 어림잡아 계산하면 62조원이 들어와서 36조원이 빠져 나가고 26조원이 보험회사에 남았다는 이야기다.

보험의 만기는 10년이나 20년, 길게는 30년씩 걸쳐있다. 받기는 지금 받지만 돌려주기는 30년 뒤에 돌려줘도 된다. 결국 해마다 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훨씬 많다. 덕분에 보험회사들의 자산은 1993년 50조원에서 지난해에는 187조원으로 세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평균 13.8%씩 늘어났다. 그래서 이를테면 당신이 낸 보험료 1만원 가운데 4193원이 보험회사의 자산이 된다.

보험회사의 수익구조는 크게 사차익과 이차익, 비차익으로 나눠볼 수 있다.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받으면 먼저 예정 사업비를 뗀다. 예정 사업비라는 것은 보험회사를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을 말한다. 보험 설계사들을 동원한 극성스런 판촉 비용도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보험회사는 예정 사업비를 뗀 나머지로 보험금과 만기 또는 해약 환급금을 지급한다.

사차익이란 나갈 걸로 예상한 보험금과 실제로 지급한 보험금의 차이다. 이를테면 1만명이 죽을 걸로 예상하고 보험료를 받았는데 9천명 밖에 안죽었으면 그만큼 보험회사는 돈을 번다. 아픈 사람이 예상보다 적어도 돈을 번다. 이차익은 말 그대로 이자의 차이다. 금리를 5%로 잡고 보험료를 잡았는데 7%로 올랐다면 역시 보험회사는 그만큼 돈을 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차익이다. 비차익은 예정 사업비와 실제 집행된 사업비의 차이다. 예정 사업비를 챙겼는데 실컷 쓰고도 남으면 고스란히 보험회사의 이익이 된다. 보험회사는 예정 사업비를 터무니 없이 높게 잡고 여기서 엄청난 이익을 챙긴다. 예정사업비는 보험상품마다 제각각인데 그 내역은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계약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다.

업계 1위 삼성생명보험의 경우 지난해 회계년도(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에 거둬들인 예정 사업비가 3조6058억원으로 보험료 18조2634억원의 19.7%에 이른다. 주목할 부분은 이 가운데 실제로 집행된 사업비가 2조4187억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머지 1조1871억원은 모두 이 회사의 이익이 됐다. 실제 필요한 사업비의 149.1%를 거둬서 49.1%를 고스란히 이익으로 챙겼다는 이야기다.

외국계 보험회사들은 더욱 과감하다. 프루덴셜생명보험의 경우 지난해 보험료 7516억원 가운데 3391억원이 예정 사업비로 빠져나갔다. 계약자가 보험료 1만원을 내면 45.7%, 4570원이 그대로 보험회사로 흘러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더 놀라운 사실은 실제로 집행된 사업비가 2170억원밖에 안된다는 데 있다. 보험료 1만원 가운데 4570원을 예정 사업비로 챙겨서 그 가운데 2880원을 쓰고 1690원을 남긴다는 이야기다. 이 돈은 계약자들과 무관한 이 회사 주주들의 몫이다. 정작 계약자들이 받은 보험금은 314억원, 이를테면 보험료 1만원 가운데 417원 밖에 안된다.

프루덴셜 뿐만 아니라 메트라이프, 뉴욕, 카디프, 라이나생명보험 등 외국계 보험회사들은 모두 예정 사업비 비중이 높다. 모두 전체 보험료의 50% 이상을 예정 사업비로 챙겼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국계나 국내 보험회사나 다같이 비싸게 보험료를 받고 있고 소비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그 가운데 하나를 들 수밖에 없다.

보험회사 전체를 보면 같은 기간 동안 예정 사업비가 모두 12조3145억원으로 보험료 50조3924억원의 24.4%에 이른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실제로 집행된 사업비는 8조6201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역시 나머지 3조6943억원은 그대로 이들 보험회사의 이익이 됐다.

이익은 해마다 늘어난다. 보험회사들은 해마다 더 많은 예정 사업비를 책정하고 보험료는 갈수록 비싸진다. 고스란히 계약자들이 그 비용을 떠안는다는 이야기다. 예정 사업비와 실제 사업비의 차이는 1998년 5542억원에서 1999년 1조2194억원으로 2000년 1조6346억원, 2001년 2조9553억원, 2002년 3조8383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하나의 문제는 보험회사들이 최근 들어 무배당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는 데 있다. 배당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거둔 보험료를 계약자들에게 돌려주는 절차다. 무배당 상품이라는 건 그렇게 난 이익을 계약자들에게 돌려주지 않겠는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은근슬쩍 유배당 상품이 종적을 감추는 추세다. 그야말로 합법적으로 계약자들의 이익을 가로챌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보험회사들이 계약자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4848억원, 1999년의 9104억원에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무배당 상품이 늘어나면서 배당금은 해마다 이렇게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조만간 배당금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보험회사들은 해마다 예정 사업비를 높여잡아 이익을 늘리고 그 이익은 모두 계약자들의 보험료 부담으로 돌아간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횡포는 이들 보험회사들이 담합해서 시장의 질서를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삼성생명보험을 비롯해 대형 보험회사들이 앞장서서 폭리를 챙기는 상황에서 중소형 보험회사들은 굳이 출혈 경쟁에 나설 이유가 없고 그럴 여유도 없다. 그래서 삼성생명보험이 나서면 다른 보험회사들이 따라가는 상황이 계속된다. 예정 사업비를 크게 늘려잡고 무배당 상품을 늘리는 과정에서 보험회사들이 일치단결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보험소비자협회와 보험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들은 보험상품마다 사업비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가 내는 보험료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가 알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상품마다 보험금과 사업비의 비율이 모두 다르고 상대적으로 더 큰 불이익을 보는 계약자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사업비 내역이 공개된다면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보험 혜택이 많고 사업비 비중이 낮은 보험을 골라서 들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런 정보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보험상품을 선택할 아무런 기준이 없었다. 다만 병 걸리면 얼마, 죽으면 얼마를 받을 수 있다는 등의 단편적인 정보만 듣고 보험료를 내 왔다는 이야기다. 시장의 가격결정 원리가 전혀 작동하지 못하고 이야기도 된다.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대표는 우리나라에 특히 저축성 보험이 많다는 부분에 주목한다. 저축성 보험은 보장성 보험과 달리 보장만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만기가 되면 원금에 이자까지 얹어서 돌려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보험료가 턱없이 높으면서도 정작 수익률이 형편없다는 데 있다. 저축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무배당 저축성 보험의 경우 지난해 보험료 14조6621억원 가운데 2조4447억원이 예정 사업비로 빠져나갔다. 또 6조9502억원이 보험금으로 지급됐다. 구체적인 내역은 공개돼 있지 않지만 실제로 잡혀 있는 보험금은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 결국 예정 사업비와 예정 보험금을 모두 빼고 정작 저축에 집어넣을 보험료는 5조9186억원에도 훨씬 못미친다는 이야기다. 이자도 요즘은 5%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보험은 결코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보험으로는 보장만 받고 재테크를 할 거라면 다른 데서 하는 게 훨씬 낫다는 이야기다.
“보험회사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저축성 보험의 경우 보험료를 많이 낼수록 그리고 만기가 길수록 더 손해다. 보험은 다른 어떤 금융상품보다 수익률이 낮다. 심지어 약속한 투자수익률도 제대로 안지켜지는 경우도 많다. 만기 때 가서 전혀 다른 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1980년의 백수보험이 대표적인 피해사례다. 백살까지 살라는 뜻의 이 백수보험은 달마다 3만4600원씩 7년 동안 내면 22년 뒤에 해마다 1천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계약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때만 해도 금리가 25%에 육박했으니 충분히 가능한 계산이었다. 그러나 22년 뒤 금리는 4%까지 떨어졌고 이 보험의 예정금리 12%에도 턱없이 못미쳤다. 결국 해마다 1천만원 주겠다던 약속은 해마다 1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금리에 따라 배당금이 변동될 수 있다는 조항이 약관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보험 계약할 때 약관을 그렇게 꼼꼼히 읽어보는 계약자는 거의 없다. 피해를 본 계약자들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승소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백수보험의 피해자는 모두 9만명을 넘어선다.

요즘 유행하는 종신보험도 속임수 투성이다. 종신보험은 종신토록 보장을 해주는게 아니라 죽을 때 딱 한번 혜택을 받는다. 이를테면 사망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빨리 죽을수록 이익이고 오래 살수록 손해다. 보험회사로서는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최상의 보험상품이다.

삼성생명보험의 무배당 종신보험의 경우 30세 남자가 한달에 17만3천원씩 20년 동안 내면 평생 언제든 죽을 때 1억원을 받을 수 있다. 보험에 들고 한달 뒤에 죽어도 1억원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50세가 될 때까지 20년 동안 달마다 17만3천원씩 낸다면 원금만 무려 4152만원에 이른다. 보험회사가 제시하는 4.8%의 이자를 감안하면 원금과 이자는 모두 6153만원이 된다. 50세에 죽어도 4천만원 가까이 이익을 본다는 이야기다.

62세가 되면 원금과 이자가 1억원을 넘어선다. 1억원을 내고 1억원을 돌려받는다? 이 남자가 62세 이상을 산다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 남자 입장에서 이 보험은 앞으로 32년 동안만 이익을 내도록 돼 있다. 생명보험협회의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30세 남자는 앞으로 평균 44.4세를 더 살 수 있다. 평균만큼 74세까지 산다면 무려 5천만원 이상 손해를 보게 된다.

만약 이 돈을 이자가 센 상호저축은행에 집어넣는다면 이자율 7%만 잡아도 20년 뒤에 707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복리예금에 넣어둔다면 이자는 훨씬 더 늘어난다. 그러나 이 종신보험은 해약환급금으로 4764만원 밖에 안돌려준다. 무려 2306만원이 손해다. 20년 동안 죽을 때 1억원을 받는다는 보장의 대가로는 너무 비싸다.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동안 이 남자가 죽을 확률은 4.4% 밖에 안된다.

더 주목할 부분은 해약 환급금이다. 해약을 하게 되면 이자는커녕 원금도 못건지는 경우가 많다. 만기가 따로 없는 이 종신보험의 경우 1년 안에 해약하면 단 한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2년 동안 415만원을 내고 해약할 경우도 67만원 밖에 돌려받지 못한다. 원금이라도 건지려면 최소 14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한다.

계약자들은 흔히 죽을 때 받게 될 1억원의 보험금을 생각하느라 정작 해약환급금을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1년이상 계약 유지율은 73.6%, 2년 이상 계약 유지율은 62.6%에 그쳤다. 1년 안에 3건, 2년 안에 4건의 보험이 해약된다는 이야기다. 보험회사들은 그동안 적은 보험료를 내고 높은 보장을 받았기 때문에 해약환급금이 적은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고집해 왔다. 계약자들은 일방적으로 손실을 감수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터무니없는 억지다.

해약환급금이 형편없는 것은 보험회사들이 신계약비를 계약 초기에 몰아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신계약비 이연이라고 한다. 신계약비란 보험 설계사의 수당과 수수료, 서류발행 비용 등 보험 계약을 처음 체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말한다. 지난해 집행된 전체 사업비 가운데 71.9%가 신계약비다. 전체 보험료의 12.3% 수준이다. 이 엄청난 비용을 처음에 몰아서 받기 때문에 해약환급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이렇게 1년에서 길게는 2년 안에 해약할 경우 정작 보험설계사들에게 지급한 수당을 상당부분 회수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 수당을 계약자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아니다. 해약을 핑계로 보험설계사들의 수당까지 뺏고 있는 셈이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한번 계약을 하고 보험료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해약을 하거나 말거나 처음 몇달 동안 이익을 충분히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손해가 없다. 해약을 해도 보험회사는 이익을 낸다. 결국 손해는 모두 계약자의 몫이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사업비 내역 공개가 보험회사들의 담합을 깨뜨리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보험상품마다 각각 사업비를 공개하고 나면 상대적으로 싼 보험과 비싼 보험이 가려지고 그 과정에서 터무니 없이 폭리를 챙기는 보험회사들이 자연스럽게 도태될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보험회사의 이름만 보고 가입하는 수밖에 없다. 조 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만기 때 내가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금융감독원에서 몇가지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보험회사의 전체 통계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내가 내는 보험료가 어떻게 쓰이는가 알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감독당국의 태도다. 금융감독원은 사업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시민단체들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맞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보험사들의 예정사업비를 지수방식으로 비교 발표하고 있다. 이 방식은 정작 보험을 선택하는데 아무런 변별자료가 되지 못한다. 업계 평균을 100으로 놓고 상대적으로 비싼가 싼가를 구분할 수 있을 뿐이다. 시민단체들은 보험료에서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춘근 보험감독국 상품계리실장은 “보험상품마다 조건이 달라 사업비만으로 변별력을 찾기 어렵다”며 “사업비 공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실장은 “오히려 호주의 경우 사업비 내역을 밝혔다가 계약자들 사이에 불신이 확산돼 보험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헌수 순천향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예정 사업비를 필요이상으로 많이 책정해 이익을 남기는 현재의 영업방식은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 실장과 반대로 김 교수는 “신뢰를 얻지 못할 경우 오히려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미 국내 보험산업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외국계 보험회사의 시장 잠식이 계속되고 있고 방카슈랑스의 도입으로 생존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결국 정보공개와 합리적인 가격 형성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이야기다.

보험회사는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주식회사고 그 이윤은 계약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가로채는데서 비롯한다. 그러나 보험은 사회 복지의 한 축을 맡고 정부와 사회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적절한 경쟁과 합리적인 가격 결정 못지 않게 정부의 규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동시에 보험회사들에게도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우선은 보험회사들 폭리를 바로잡아 보험료를 낮춰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보험의 역할을 정부와 사회가 다시 조금씩 넘겨받는 방향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9만원씩 보험료를 내느니 2만5천원씩 세금을 내서 무상의료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역시 어려워보이지만 민간 보험의 역할을 점차적으로 축소하고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과 사회복지 제도를 확대하는 방향도 가능하다. 그게 돈도 훨씬 덜 들면서 다같이 공존하는 방법이다. 발상의 적극적인 전환이 필요할 때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참고 : 제안, 한국형 폭삼 만들어보자. (이정환닷컴)


보험료 이렇게 줄여라.

보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가장 유용한 보험은 순수 보장형 정기보험이다. 순수 보장형은 자동차보험처럼 보장만 받고 만기가 돼도 보험료를 돌려받지 않는다. 보험료는 만기가 짧을수록 싸다. 평생동안 보장받을 게 아니라 10년이면 10년, 5년이면 5년, 가능한 짧게 정해진 기간만큼 그 나이의 위험율에 맞춰 보험료를 내고 만기가 되면 그때가서 새로 들면 된다.

30대는 30대에 맞는 싼 보험료가 있고 40대는 40대에 맞는 좀더 비싼 보험료가 있다. 30대가 굳이 만기 20년 만기의 보험을 들면서 40대에 물어야할 비싼 보험료를 덤터기쓸 이유는 없다. 핵심은 최대한 짧게 최대한 적게 내면서도 비슷한 보장을 받는 보험을 고르는데 있다. 보험회사들 눈속임을 피하려면 몇년 뒤에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등의 감언이설은 아예 귀를 닫는 게 낫다. 보험을 왜 드는가 생각해 보고 확실한 것만 잡아라.

30세 남성이 똑같이 1억원을 보장받는 보험을 들더라도 종신보험이라면 한달에 17만3천원을 내야하지만 5년 만기 정기보험이라면 1만5천원만 내면 된다. 물론 종신보험은 20년 동안 내고 평생을 보장 받지만 이 보험은 5년 뒤에 다시 가입을 해야 한다. 보험료가 그때는 더 오르겠지만 그래도 종신보험보다는 훨씬 싸다.

재테크가 필요하다면 따로 은행의 예금이나 적금을 들면 된다. 엉뚱하게 저축성 보험으로 재테크를 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게 다 보험회사 배만 불려주는 삽질이다. 저축성 보험은 아예 신경을 꺼라.

이렇게 거품을 빼면 보험료가 10분의 1 이상으로 줄어든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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