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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가 싫어했던 검정색 아이팟과 프로덕트 레드의 뒷 이야기.

스티브 잡스 전기에는 U2의 보노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인연이 짧게 소개 돼 있다. 2004년 10월 아이팟 U2 스페셜 에디션 출시의 뒷 이야기다.

“그들은 한 번도 방송 광고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불법 다운로드로 음악을 도둑 맞고 있던 터라 아이튠즈를 이용한 우리의 판매 방식을 맘에 들어했지요. 또한 그들은 우리의 홍보를 통해 젊은 층에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U2가 애플 광고에 출연하고 애플이 U2의 음악을 홍보하겠다는 계약이 체결됐다. U2는 출연료를 받지 않는 대신에 아이팟 U2 스페셜 에디션의 로열티를 달라고 했다.

U2의 보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리만의 아이팟을 원했죠. 평범한 흰색 제품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것으로 말이죠. 우리는 검은색을 원했지만 스티브는 이렇게 말했어요. ‘흰색이 아닌 다른 색도 시도해 봤지만 별로 멋있지 않았어요.’”

잡스는 검은색 아이팟을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사실 잡스의 스타일도 아니었다.

광고 제작을 감독하는 제임스 빈센트에게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일이 성사될 것 같지 않아요. 그들은 우리가 얼마나 큰 가치를 제공하는지도 모르고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어요. 다른 광고를 하는 쪽으로 생각해 봅시다.”

보노도 사실 광고 촬영을 내켜하지 않았다.

“돈 때문에 하는 쓰레기 같은 짓이라는 뜻이에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팬들입니다. 광고에 출연하는 건 팬들을 실망시키는 짓인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시간을 허비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보노는 광고에 출연할 테니 그 이상의 뭘 달라고 했다. 그게 아이팟 스페셜 에디션이었고 U2의 열성팬이었던 조니 아이브가 붉은 색 휠이 달린 모형을 들고 가 잡스의 허락을 끌어냈다.

그러나 잡스는 끝까지 내키지 않았던 모양이다.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다른 누군가가 또 이런 요구를 하면 곤란하잖아.”

보노는 크게 만족했다. “나는 이렇게 멋진 아이팟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 어려울 지경이에요. 그래서 지금도 손에 꼭 쥐고 있죠. 고마워요.”

U2가 출연한 광고는 큰 성공을 거뒀고 애플과 U2의 인연은 2006년 프로덕트 레드로 이어진다. 보노가 참여하고 있는 에이즈 퇴치 캠페인에 애플의 참여를 끌어낸 것이다. 잡스는 원래 자선 활동에 관심이 없었지만 보노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보노는 (APPLE) RED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제안했는데 잡스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는 애플을 괄호 안에 넣고 싶지 않아요.”

보노도 완강했다. “하지만 스티브, 이게 이 캠페인의 대의에 대한 우리의 단합을 보여주는 방식이에요.”

결국 두 사람은 욕설을 주고 받는 격렬한 논쟁 끝에 (APPLE) RED가 아니라 (PRODUCT) RED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출시하기로 합의했다.

잡스가 죽고 난 뒤 2014년에 출시된 U2의 ‘Songs of Innocence’은 사상 최대 규모로 발매된 앨범(the largest album release of all time)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이 음원을 구입해서 아이튠즈 이용자에게 무료로 뿌렸기 때문이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음반이라고 한다. 애플은 2014년 9월9일 아이폰6 발매에 맞춰 이 앨범의 음원을 공개했다.

나인파이브맥에 따르면 애플이 5억 명의 아이튠즈 이용자들에게 음원을 뿌리는 데 쏟아부은 돈은 1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음악을 들은 사람들은 8100만명, 다운로드는 2600만 명 정도였다. 공짜로 뿌리긴 했지만 애플이 돈을 지불했기 때문에 공짜라고 할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공식 발매된 음원 가운데 가장 많이 배포된 음원이라고 할 수 있다.

보노는 애플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U2를 알지 못하거나 록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들이 이번 기회에 우리의 음악을 들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매우 기쁘면서도 더욱 겸손해지는 기분이다. Apple과 함께 일하는 건 언제나 신나고 멋진 일이다. Apple은 언제나 전례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음반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지만 5억 명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일이고 애플이 스팸을 뿌렸다며 난리가 났다. 자동 설치는 사실상 강제 설치나 다름 없고 게다가 새 아이폰을 구입해도 계속 따라오고 지워지지도 않는다며 불만이 속출했다.

무료(강제) 음반 배포에 대해 사과를 하기도 했다. https://edition.cnn.com/2014/10/15/tech/web/u2-bono-free-itunes/index.html

갑자기 이 글을 쓰게 된 건 ‘Songs of Innocence’를 지우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인데, 다음 링크에서 지울 수 있다. 하지만 사연을 알고 보니 그냥 갖고 있어도 괜찮을 듯. 그래서 이 글은 U2 ‘Songs of Innocence’ 지우는 방법이라기 보다는 지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자는 의미에서 쓴 글이다.

https://buy.itunes.apple.com/WebObjects/MZFinance.woa/wa/offerOptOut

사실 이 음반과 프로덕트 레드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다만 보노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포츈코리아의 다음 글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재미있고 잘 쓴 글이다.

http://www.sedaily.com/NewsView/1KXOCC10MO

“혹시라도 보노가 다보스에 참석하는 사람들과 알고 지내는 ‘어설픈 유명인’으로 생각된다면, 그의 과거 행적을 확인해보라. 빈곤, 특히 아프리카의 빈곤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 정부와 대기업이 빈곤 퇴치를 위해 협조하도록 만든 영향력 측면에서 보노보다 더 큰 성과를 낸 인물은 별로 없다.”

애플 CEO 팀 쿡은 “보노는 이상주의와 실천주의를 모두 가진 흔치 않은 성향의 인물”이라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둘 중 하나만 가지는데, 그는 둘 모두를 가졌다. 그를 신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고로 애플이 레드 프로젝트 후원한 금액이 1억6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애플이 2013년 11월에 만든 레드 맥 프로는 소더비 경매에서 46만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2000년 이래 HIV 신규 감염자는 31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35% 가까이 줄어들었다. 하루 30센트만 있으면 에이즈 치료약을 복용할 수 있다고 한다.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 1820만명, 이대로 가면 2020년이면 에이즈 퇴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The (RED) Movement에 대해 궁금하다면 다음 링크를 참고하시길.

 

https://www.red.org/what-is-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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