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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다.

“프로야구 원년, 우리의 슈퍼스타즈는 마치 지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온 패배의 화신과도 같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오늘도 지고 내일도 지고 2연전을 했으니 하루를 푹 쉬고 그 다음날도 지는 것이다. 또 다르게는 일관되게 진다고도 말할 수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용의주도하게 진다고도 말할 수 있겠으나 더 정확한 표현을 빌리자면 주도면밀하게 진다고도 말할 수 있고 쉽게 말하자면 거의 진다고 할 수 있겠다.”

동생이 요즘 책을 제법 읽는다. 기특한 놈.

언젠가 서점에서 잠깐 들춰보기는 했지만 딱히 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동생이 사들고 왔다. 눈에 거슬려서 그냥 읽어버렸다. 출근길과 퇴근길에 잠깐, 하루만에 다 읽었다. 전철에서 읽다가 내릴 역을 지나치기도 했다. 안 읽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언급할 부분은 없다. 다만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 팬이 겪어야 했던 패배감과 절망감은 언뜻 이해가 된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야구 원년이었던 1982년, 15승 65패를 기록한다. 승률 0.188, 전무 후무한 불멸의 참담한 기록이었다.

“아름다운 것만 생각하고 아름다운 것만 보며 자라나도 시원찮을 그 시절, 그렇게 우리는 원망과 분노와 사무친 원한 속에서 자신을 자학하며 자라나고 있었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어린 소년에게 무거운 체념을 안겨주었다. 그가 OB 베어즈나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었다면 그의 인생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소년은 가슴앓이를 한다. “엄마…… 가슴 속에 뭔가 있어.”

읽을만한 데는 딱 거기까지다. 나머지는 모두 한심한 넋두리다.

참고 : 삼미 슈퍼스타즈를 생각함.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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