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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얀센과 미니 비스트.

언젠가 테오 얀센(Theo Jansen)의 강의를 테드(TED)에서 보고 곧바로 빠져 들었다.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도 하고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라고도 하는데 표현이 뭐든 직접 보는 것만 못하다. 네덜란드 출신의 공학자 테오 얀센은 플라스틱 튜브와 케이블 타이, 페트병 등으로 벌레 모양의 인공 생물(strandbeest, 해변 생물)을 만든다. 해변 생물이라고 부르는 건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엔진도 모터도 없지만 바람이 불면 관절을 움직여 꾸물꾸물 걸어다닌다.

 

테오 얀센의 작품이 놀라운 것은 단순히 동물의 관절을 흉내내는 걸 넘어 바람을 받아 관절에 힘을 불어넣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테오 얀센은 이 해변 동물들을 실제로 바닷가에 풀어놓는데 최근에 만든 놈들은 바람을 따라 여기저기 걸어다니다가 파도를 만나면 방향을 틀기도 하고 압력을 감지해 바람이 거세면 스스로 말뚝을 박고 멈추기도 한다. 압축 공기를 이용해 근육의 움직임을 흉내내는 놈들도 있다.

마치 스스로 행동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아니마리스(animaris, 해양 동물이란 의미의 라틴어, 테오 얀슨은 마치 학명처럼 라틴어로 이름을 붙였다.)들은 뇌가 없다. 전기도 없고 프로그램도 당연히 없다. 오로지 바람과 물, 공기의 압력이 조건이다. 심지어 아니마리스 리노체로스 트란스포르트(Animaris Rhinoceros Transport, 코뿔소 교통 수단이라는 의미)처럼 사람이 올라탈 수 있는 놈들도 있다. 풍력 승용 로봇인 셈이다.

테오 얀슨의 자료를 찾아보다가 이게 조립식 완구로 나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본의 ‘어른의과학(大人の科學)’이란 잡지에서 테오 얀센이 직접 감수해서 만든 미니 비스트(mini beast)와 미니 코뿔소(Mini Rhinoceros)를 부록으로 줬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지금은 품절된 상태다. 테오 얀센 홈페이지에 가면 파는 것과 거의 같은 제품인데 가격은 훨씬 쌌다. 암튼 미니 비스트가 부록으로 들어있는 잡지를 우여곡절 끝에 구입하게 돼서 조립해 봤다.

테오 얀센의 코뿔소. 바람으로 움직이는데 사람이 탈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조립 시간은 1시간 남짓. 의외로 손이 많이 가지만 특별히 어렵지는 않다. 관절이 얽히지 않도록 조립하는 게 관건인데 만들면서도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람개비의 움직임을 톱니바퀴를 통해 감속시키는 동시에 토크를 강화하고 이걸 수직으로 엇갈려 움직이는 12개의 다리로 전달하는 방식인데 물 흐르듯 부드럽게 회전한다. 관절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것도 놀랍지만 힘의 전달 방식이 경이롭다. 부채질이나 입으로 바람을 불어도 반응한다.

어른의과학 부록 중에 또 강력한 뽐뿌를 부르는 것은 전자블록이다. 아마도 어릴 적 TV 광고를 마구 때렸던 만능킷트를 기억하는 사람들 많을 텐데(1985년 가격으로 3만8000원) 그게 일본의 전자블록을 아마도 무단 카피한 버전이다. 일본의 가켄(学研)이란 곳에서 1976년부터 1986년까지 만들었다가 단종된 제품이 2001년에 복각판으로 출시됐고 2012년에 어른의과학 부록으로 전자블록 미니가 출시됐으나 역시 모두 품절 상태다.

미니 비스트와 미니 코뿔소 구매 링크는 여기. http://www.strandbeest.com/shop/index_usa.php

테오 얀센의 작품 목록이 한글로 잘 설명돼 있는 리브레위키의 관련 항목은 여기. https://librewiki.net/wiki/%ED%85%8C%EC%98%A4_%EC%96%80%EC%84%BC/%EC%9E%91%ED%92%88_%EB%AA%A9%EB%A1%9D

가켄 전자블록 홈페이지는 여기. http://otonanokagaku.net/products/kit/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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