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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를 읽다.

그럭저럭 재미는 있는데 아무래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줄거리가 빈약하고 논리 전개도 어설프다. 그러나 적어도 읽는 동안은 몇가지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이 제법 흥미롭다.

어느날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자크 소니에르 관장이 총에 맞아 죽는다. 그는 발가벗고 손과 발을 활짝 벌리고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발견됐다. 바닥에는 특수 잉크로 씌여져 자외선 광선으로만 볼 수 있는 암호가 적혀 있었다.

첫번째 암호.

13-3-2-21-1-1-8-5
오, 드라코 같은 악마여!
오, 불구의 성인이여!
P. S. 로버트 랭던을 찾아라.

경찰은 곧 로버트 랭던을 찾아 나선다. 랭던은 하버드 대학 종교기호학 교수다. 랭던 교수는 쉽게 암호를 풀지 못한다. 여기에 프랑스 경찰청 암호 해독부의 소피 느뵈 요원이 끼어든다. 소피는 자크 소니에르 관장의 손녀다. 소니에르가 드러누운 모습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를 의미하는 것 같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공통의 관심 주제였다. 그의 죽음을 푸는 열쇠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그가 남긴 비밀에 관련돼 있다.

소피는 첫번째 줄의 숫자 암호가 암호 해독부에 있는 자기를 부르는 메시지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숫자는 피보나치 수열이 틀림없다. 그는 또 ‘P. S.’가 ‘추신’이라는 뜻과 동시에 ‘프린세스 소피’라는 할아버지가 자기를 불렀던 애칭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피보나치 수열에서는 앞 두개의 숫자의 합이 그 다음 숫자가 된다. 이를테면 1+1=2가 되고 1+2=3이 된다. 2+3=5, 3+5=8, 8+13=21이 된다.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다음과 같다.

1-1-2-3-5-8-13-21

그런데 소니에르는 이 수열을 왜 뒤집어 놓았을까. 물론 암호처럼 보이게 해서 소피를 부르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순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랭던은 뒤집어진 순서대로 알파벳을 다시 나열하고 첫번째 암호를 푼다. 이른 바 아나그램이라고 하는 철자 게임이다. 결과는 이렇다.

암호문.

“오, 드라코 같은 악마여! (O, Draconian devil!)”
“오, 불구의 성인이여! (Oh, lame saint!)”

해독문.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
“모나리자! (The Mona Lisa!)”

소피는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 그림 앞에서 할아버지가 남긴 새로운 암호를 발견한다.

“인간의 진로는 너무 어둡다.”

이 암호는 쉽게 풀린다. 소피는 ‘암굴의 마돈나’ 그림 뒤에서 열쇠를 찾아낸다. 열쇠에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

“악소가 24번지.”

두 사람은 악소가 24번지에서 스위스 은행 지점을 발견한다. 이 열쇠는 은행의 금고 열쇠였다. 여기서 다시 세번째 암호가 간단히 풀린다. 은행의 계좌번호는 1123581321이다. 앞서 소니에르가 남긴 피보나치 수열 말이다.

금고 안에서는 클립텍스가 나온다. 다섯개의 철자 다이얼이 있는데 그걸 맞춰야 뚜껑을 열 수 있다. 클립텍스에는 또 다른 암호가 새겨져 있다.

“지혜로운 고대의 낱말이 이 두루마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그리고 그녀의 흩어진 가족 전체를 우리가 지킬 수 있게 도우리라. 기사단이 찬양한 묘석이 열쇠이리라. 아트배쉬가 너희에게 진실을 드러내리라.”

이제야 비로소 성당 기사단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소니에르는 성당 기사단의 지도자였다.

시온 기도회라고도 불리는 이 사람들은 성배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이들이 숭배한 이교도의 신은 바포멧(baphomet)이었다. 그런데 헤브라이어에는 모음이 없다. 모음을 빼면 ‘bphmt’가 된다. 이것을 아트배쉬 암호 해독법으로 뒤집으면 ‘svfya’가 된다. 발음으로 하면 ‘sophia’, 지혜가 된다. 지혜의 고대어는 ‘sofia’다.

클립텍스 안에는 또 하나의 암호와 더 작은 클립텍스가 있다. 암호는 다음과 같다.

“런던에 교황이 묻은 기사가 누워있노라. 그의 노력과 결실이 성스러운 분노를 일으켰노라. 그의 무덤 위에 있어야만할 구를 찾아라. 그것이 장밋빛 살과 씨를 품은 자궁에 대해서 말하리라.”

교황이 묻은 기사가 누구일까. 랭던은 “교황”과 “런던”, “기사”라는 단어로 인터넷을 뒤진다. 그러다가 마주친 문장이 다음 문장이다.

“아이작 뉴턴 경의 장례식은 왕과 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친구이자 동료인 알렉산더 포프의 주관으로 이루어졌다. 포프는 무덤에 흙을 끼얹기 전에 심금을 울리는 연설을 했다.”

아이작 뉴튼이 성당 기사단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교황은 영어로 포프(pope)다. 여기서는 교황이 아니라 알렉산더 포프를 말한다. 여기서 포프는 교황과 알렉산더 포프, 중의적 표현인 셈이다.

아이작 뉴튼의 무덤에 있어야 할 구. 장밋빛 살과 씨를 품은 자궁. 다섯글자 단어. 이거 굉장히 쉬운 수수께끼 아닌가. 결국 두번째 클립텍스도 풀린다. 답은 사과, ‘apple’이다.

다분히 작위적인 수수께끼를 숨가쁘게 풀면서 뛰어왔는데 정작 끝 마무리는 어설프다. 성배의 비밀은 결국 공개되지 않는다.

성배는 프랑스어로 ‘상 그리엘(san greal)’이라고 한다. 성당 기사단은 성배가 그냥 술잔이 아니라 예수의 피를 담은 자궁을 의미한다고 믿었다. 성배, ‘상 그리엘’은 왕족의 피, 상 리엘(sang real)의 은유적 표현인 셈이다. 이 말은 예수가 결혼을 했고 자손을 낳았다는 이야기다. 이게 바로 성당 기사단이 2천년 동안 지켜내려온 성배의 비밀이다.

이 비밀은 자칫 기독교의 본질을 뿌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예수가 신의 아들이 아니라 사람의 아들일뿐이고 여느 사람들처럼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은 2천년 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예수를 신격화했던 사람들은 이 같은 기록을 철저하게 삭제·은폐하고 인위적으로 역사를 추려내 성경을 만들었다. 성배의 비밀은 성경이 하느님의 말씀이 아니라 인위적인 역사적 기록이라는 걸 증명하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수많은 사람들이 성배의 비밀을 지키려고 하고 또 없애려고 했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 성배의 비밀은 극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에 의해 지켜지기만 할뿐 공개될 수는 없다. 그 혼란을 누가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1188년부터 1964년까지 성배의 비밀 또는 성배의 진실을 지켜왔던 성당 기사단의 지도자들은 다음과 같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이름을 눈여겨 볼 것. 이같은 가정은 다빈치가 그의 작품에 남긴 코드를 설명하는 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장드 기소르.
마리 드 생클레르.
기욤 드 지소와.
에두아르 드 바.
잔 드 바.
장드 생클레르.
블랑 데브로.
니콜라스 플라멜.
르네 당주.
이오란드 드 바.
산드로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
코네타블 드 부르봉.
페르디낭 드 곤자크.
루이 드 느베르.
로버트 플러드.
발렌틴 안드레아.
로버트 보일.
아이작 뉴턴.
찰스 래드클리프.
샤를 드 로레인.
맥시밀리앙 드 로렌.
샤를노디에.
빅토르 위고.
클로드 드뷔시.
장 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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