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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환율 하락에 쥐약!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던 현대중공업이 환율 하락으로 비상이 걸렸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달러당 1200원을 웃돌았던 원화 환율이 새해들어 118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 조선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 조선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환 헤지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환율 하락에 따라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 헤지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물환 거래나 환변동 보험 옵션 등을 통해 특정시점에 거래될 환율을 미리 정해놓는 금융기법.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환 헤지를 하지 않는 대신 일정부분 환율하락에 대비해 사업전망을 보수적으로 잡고 견적 단가를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환 위험을 관리해왔다. 어느 수준까지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영업목표를 맞출 수 있도록 하되 환율이 오를 경우 그만큼 환 차익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환율이 강세를 보였던 지난 5∼6년동안 1조원을 넘는 환이익을 거둔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부터다. 연초부터 환율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올해 큰 폭의 환 차손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환율 1200원선에서 환 헤지를 걸 계획이었으나 환율이 갑자기 빠지면서 헤지에 들어갈 시기를 놓쳤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관측과 관련, 현대중공업은 영업비밀이라며 환율 대책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환 헤지 없이 이대로 밀고 나가는게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고만 밝혔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조선사업 부문에서 3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달러로 지출되는 영업비용 7억달러 가량을 제외하면 23억달러 정도가 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셈이다. 영업이익만 놓고 볼 때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200억원 이상의 환 손실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타 사업부문까지 포함하면 환율 하락에 따른 환 손실은 훨씬 늘어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초 환율 1250원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들어 지난해보다 환율전망을 훨씬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수준까지 환율하락을 예상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그룹 정책에 따라 모든 외환 거래에 대해 100% 환 헤지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환율이 오를 때 환 차익을 고스란히 놓치게 되지만 환율과 무관하게 매출과 이익을 고정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도 결제하는 자재구입비와 원화 결제부분은 제외한 전체 매출의 70%가 환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이 가운데 50∼70%를 환 헤지한다. 결국 전체 매출의 25∼40%가 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STX조선도 90% 가까이 환 헤지를 하고 있다.

top@leejeonghwan.com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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