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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저널리즘 워크숍 후기.

이틀 동안의 데이터 저널리즘 워크숍에서 하드 트레이닝을 받고 돌아왔다.

신청은 했는데 벌여놓은 일이 많아서 빠질까 했으나 해외 초청 강사들도 있고 애초에 수강생도 많이 받지 않아서 무단 결석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결론은 기대 이상.

나도 나름 데이터 좀 다룰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거의 다 아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전문가들의 노하우는 달랐다. 그동안 내가 했던 수많은 삽질을 이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함수가 있다니! (vlookup은 정말 놀랍더라고요.) 몇 가지 교훈을 정리해보자면, 좋은 도구는 얼마든지 있다, 데이터 저널리즘 역시 저널리즘이다, 기술은 거들 뿐. 게다가 한국은 아직 데이터 저널리즘이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

좋은 기회 만들어 주신 구글코리아 정김경숙 상무님과 데이터저널리즘연구소 권혜진 소장님, 그리고 Irene Jay Liu님과 Jane Pong님 모두 고맙습니다. (권혜진 선배는 이 분야의 밥 로스 같은 분.) 구글이 후원하고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 중인 플로리시도 멋졌고요.

사실, 여력만 있다면 제대로 데이터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꾸려보고 싶기도 합니다. 우리 기자들을 다 데리고 와서 같이 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은 Irene와 Jane의 대화 정리.

“영화 ‘스포트라이트’ 보셨죠? 보스턴글로브가 밝혀낸 카톨릭 사제들의 집단 성추행과 조직적 은폐. 저는 이 영화가 데이터 저널리즘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에서 유사한 패턴을 발견하고 리스트를 더 찾아보자고 제안하죠. 사건을 보지 말고 시스템을 보라고 지시하고요. 데이터를 정량화하고 트렌드를 추출해 냅니다. 목록을 만들어서 분석하고요. 문제가 된 사제들이 어떻게 병가를 내거나 다른 성당으로 옮겨가는지 직접 찾아가서 문을 두들기고 법원 정보를 찾고, 가설에서 시작해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고, 그리고 발로 뛴 겁니다. 데이터 저널리즘이 전통적인 저널리즘과 다른가요? 데이터 저널리즘은 지루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그렇게밖에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데이터 전문가에게 던져주면 그걸 잘 가공해서 뭔가를 끌어내겠죠. 아티스트들이 예쁘게 보여주고요. 그렇지만 데이터 세트는 스토리가 아닙니다. 최첨단 데이터 회귀 분석이나 확률 계산이나 데이터 없이는 작성할 수 없는 기사를 작성할 때는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중요한 건 데이터 분석은 탐사 보도와 취재의 지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거죠. 데이터 분석을 해도 그걸 그냥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스토리텔링적 측면도 감안해야 하고요. 전통적인 서사일 필요는 없습니다. 언제나 스포트라이트 같은 엄청난 뭔가를 끌어내는 건 아닙니다.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죠. 일화에 맥락을 붙여서 일화로 끝날 수 있는 걸 큰 맥락에서 보여준다는 게 중요합니다. 데이터는 기획하고 수집하는 과정이 거의 전부입니다. 시각화와 스토리텔링은 오히려 쉽습니다.”

 

몇 가지 중요한 메모.

1. 나에겐 데이터가 있다.

2. 나에겐 질문이 있다.

1번보다는 2번이 더 중요하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시간에 따른 변화를 살펴보고, 카테고리를 비교하고, 순위를 매기고,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보고, 변수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찾아내고 지정학적 의미를 찾아내는 것.

다음은 파이낸셜타임스 데이터 시각화 에디터 Jane Pong이 공유한 몇 가지 중요한 링크.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여기에 다 있다.

Simple checklists to design visualisations. http://designingviz.com/

Notable things to do with data visualisation, design, and technology. http://pinboard.in/u:officeofjane

FT Visual Vocabulary. https://github.com/ft-interactive/chart-doctor/blob/master/visual-vocabulary/Visual-vocabulary.pdf

이건 태블로 예제. https://public.tableau.com/ko-kr/s/gallery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건 Jane의 프레젠테이션 가운데 이 대목이었다.

“할 수 있다고 해서 그걸 꼭 할 필요는 없어.”

이게 데이터 저널리즘 뿐만 아니라 언론사 콘텐츠 전략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적당히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게 너무 많다. 이걸 꼭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인지 이게 과연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인지 스스로 묻지 않고 이런 걸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 또는 남들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하니까) 따라하거나 적당히 앞에 주어져 있으니까 하는 것. 그런 걸 포기하는 데서, 그리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다르고 가치 있는 게 무엇인가를 찾고 여기에 집중하는 데서 혁신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으니 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이걸 왜 하는가 묻고, 새로운 것과 뭔가 다른 것을 계속 찾아라. 편하게 하고 싶은 것 말고. 적당히 흉내내는 것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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