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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금융위, 이 거짓말 수습할 수 있을까.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19, 2014

[뉴스분석] 론스타=비금융주력자, 알고도 자료 은폐 논란… “모피아 통제·청산이 유일한 해법.”

금융위원회의 거짓말이 드러났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은폐하고 허위로 있었다는 정황이 금융위 내부 문서로 확인됐다. 이제 와서 론스타의 ‘먹튀’를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외환은행 불법 매각에 연루된 금융위 관료들을 처벌하고 아예 모피아를 해체해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모피아는 특혜를 주고 받는 재정경제부 출신 관료들을 마피아에 빗댄 말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최근 공개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자료를 근거로 “금융위 관료들은 아무리 늦게 잡아도 2008년 9월 무렵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는 사실을 확인했으면서도 반년마다 한번씩 하게 돼 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2011년 3월에서야 론스타는 비금융 주력자가 아니라고 허위 사실을 발표했다”고 폭로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지난해 12월 참여연대 등이 금융위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최근 제출 받은 자료 가운데 일부다. 공개된 내용을 보면 2006년 12월31일 기준으로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론스타펀드 4호는 일본에 솔라레호텔과 퍼시픽골프그룹 등 비금융 계열회사들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자산 총액이 2조8495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극동건설 등 국내 비금융 계열회사 자산을 더하면 3조4317억원에 이른다.

은행법에서는 비금융 계열사들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이거나 자본총액이 전체 자본총액의 25% 이상일 경우 비금융 주력자로 분류해 시중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4% 초과 보유분은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2003년 9월 금융감독위원회는 외환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론스타에 예외적으로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지만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라면 이 조항과 무관하게 자격이 안 된다.

금융위는 KBS가 2011년 5월 론스타가 퍼시픽골프그룹의 대주주라는 사실을 폭로할 때까지 이를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론스타는 2008년 9월 비금융 계열사 자산이 2조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금융위에 낸 자료에서 시인했다. 퍼시픽골프그룹도 당연히 이 자료에 포함돼 있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의 권영국 변호사는 “금융감독 당국이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위가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라는 사실을 언제 처음 알게 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우선 2003년 9월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이전부터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였다는 건 분명하다. 금융위가 2007년 7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론스타에 비금융 계열사 내역을 제출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한 걸로 봐서 애초에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무렵에는 비금융 주력자 여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 교수의 분석이다.

그러나 뒤늦게라도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금융위는 즉각 론스타의 의결권을 4%로 제한하고 외환은행 인수의 적법성 여부를 조사했어야 했다. 금융위는 2008년 12월에 확보한 자료를 2010년 12월에야 공개하면서 론스타의 비금융 계열사 자산총액이 1조7000억원이라면서 “지금까지 확인된 자료와 증거만으로는 비금융 주력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1조7000억원은 퍼시픽골프그룹이 제외된 금액이다.

론스타는 2008년 9월에 제출한 자료를 12월에 보완해서 다시 제출하면서 “골프장은 지주회사 소유고 지주회사는 기타 투자기관이라 금융회사로 분류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는데 금융위는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론스타는 비금융 주력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법원은 2012년 시민단체들이 낸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의결권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골프장이 지주회사 소유라고 하더라도 비금융 주력자로 보는 게 맞다”고 밝힌 바 있다.

전 교수는 “2003년에 이미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라는 사실을 누가 어느 수준까지 알고 있었는지 밝혀져야 한다”면서 “모두가 알고 있지는 않았겠지만 누군가는 알고 있었으면서 숨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더 큰 문제는 2008년에 론스타가 제출한 자료에서 스스로 비금융 주력자라는 사실을 시인했는데도 금융위 관료들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숨기고 면죄부를 줬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론스타의 숨겨진 투자자 가운데 ‘검은 머리 외국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론스타는 금융위에 낸 자료에서 론스타 1호부터 5호가 모두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시인하고 있는데 캐나다 퀘백주 연기금과 스탠포드대, ABN암로 등이 투자자로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 교수는 “투자자 내역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게 시급하다”면서 “외국인으로 가장한 한국인 투자자가 있을 경우 철저하게 확인해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론스타를 상대로 주주 대표소송을 벌이고 있는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부소장은 “2003년 9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무효가 되면 10%를 초과한 41.05% 지분에 대해 론스타가 챙긴 시세차익 2조1231억원은 외환은행에 반납해야 하고 이 지분에 해당하는 배당 1조3249억원도 반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소장은 “원래는 외환은행이 소송을 걸어야 하지만 외환은행이 나서지 않으니 주주 대표소송을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는 “진동수·김석동 당시 금융위 위원장과 권혁세 당시 부위원장 등은 론스타가 퍼시픽골프그룹의 대주주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비금융 주력자 심사를 일부러 늦추다가 론스타가 2011년 12월 이 회사를 매각한 뒤에야 뒤늦게 심사에 착수, 솔라레호텔 등을 고의로 누락한 채 금융 주력자로 보고하도록 공모한 정황이 있다”면서 “이들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정부 기관이 범죄를 저지르고 범죄 사실을 은닉하기 시작하면 나라의 기강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면서 “자료를 은닉하고 심사 내용을 조작해 론스타의 은행 보유 자격을 세탁해주고 5조원에 이르는 먹튀를 지원한 금융위 관료들의 행위는 국민의 이름으로 단죄돼야 할 매국적 범죄행각”이라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만약 이때 제대로 심사를 해서 발표했더라면 론스타의 먹튀를 막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변은 2012년에도 김석동 전 위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이를 각하했다. 김 전 위원장 등은 검찰 조사에서 퍼시픽골프클럽의 존재를 2011년 5월 KBS 보도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이미 2008년 9월에 보고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는 여러 의혹과 관련 론스타와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권 변호사는 “2003년 9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효로 드러나면 여기에서 파생되는 모든 계약이 무효가 된다”면서도 “론스타의 먹튀를 환수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권 변호사는 “안 되는 일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안 된다는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도 “형님 아우 하면서 특혜를 주고 받는 모피아 권력을 통제 또는 청산하는 게 이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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