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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할아버지.

21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출소하는 송두율 교수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을 마주쳤다. 영화 ‘송환’에 나오는 할아버지였다.

참고 : ‘송환’을 보다. (이정환닷컴)

“저, 조영식 할아버지시죠?” (조 할아버지랑 헷갈렸다.)
“조영식이 아니라, 김영식인데요.”
“맞다. 김영식 할아버지, 영화에서 뵀습니다.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기분이야 말할 수 없이 좋죠. 내가 잡혀있다가 풀려난 것만큼 기쁘죠. 국가보안법이 폐지된 것만큼 기쁘죠.”

김영식 할아버지 사시는 곳은 강원도다. 송 교수의 공판을 보려고 아침 일찍 올라오셨다고 한다. 사람들 틈에 섞여서 재판을 보고 이곳 구치소까지 찾아왔다고 한다. 송 교수는 그와 거의 무관한 사람이고 아무도 아는 척 하는 사람도 없지만 그는 송 교수의 출소를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김영식 할아버지는 간첩이었다. 그는 1962년 간첩선을 타고 내려오다 울산 앞바다에서 붙잡힌다. 그는 물 고문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고 한다. 결국 1972년에 전향서를 쓰고 1988년에 출감한다. 어쩔 수 없이 전향을 했지만 풀려난 그는 같이 배를 타고 내려왔던 다른 할아버지들을 볼 면목이 없다. 다른 할아버지들은 끝까지 전향을 거부했고 30년 이상 감옥생활을 하다가 1992년에야 풀려났다.

다른 할아버지들은 모두 북한으로 송환됐고 억지로나마 전향서를 썼던 김영식 할아버지만 남았다. 오갈데 없는 이방인이 된 그에게 송 교수의 무죄 판결은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둘로 나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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