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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 네이버 뉴스 개편, 다섯 가지 궁금증.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10, 2014

네이버 첫 화면 개편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4월 뉴스캐스트를 뉴스스탠드로 전환한 이후 언론사 트래픽이 평균 3분의 1 이하로 급감한 상태지만 네이버는 별다른 후속 대책 없이 여전히 기다려 달라고만 말하고 있다.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제목 낚시가 줄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선정성 경쟁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는 비판도 많다. 특히 검색 어뷰징이 급격히 늘어났지만 과거와 달리 제대로 단속도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 기사 :공유지의 비극, 네이버 뉴스스탠드 어떻게 이 지경이 됐나.)

네이버는 최근 임원 인사를 내고 미디어센터 윤영찬 센터장을 김상헌 대표 직속 대외협력 대관업무 총괄로 발령냈다. 미디어서비스실 실장을 맡았던 유봉석 실장이 이사로 승진해 윤영찬 이사가 추진하고 있던 뉴스 서비스 개편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유 이사는 원칙적이고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네이버 안팎의 여러 관측을 종합하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네이버 뉴스 개편 관련 쟁점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뉴스스탠드 문턱을 크게 낮춘다. 네이버는 이미 35개 언론사를 추가 선정, 뉴스스탠드 선택형에 배치했다. 네이버는 기본형 진입과 퇴출을 유도한다는 원칙에 따라 지난해 7월 뉴스스탠드 기본형 회원사를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52개 기본형 언론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순위에 변동이 없다는 게 이유였으나 이용자들의 뉴스 선택이 매우 저조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련 기사 : 네이버 뉴스스탠드 총체적 실패, 새판 짜야 할 때.)
(관련 기사 : 뉴스스탠드 6개월, 방문자 47% 페이지뷰 29% 줄어.)

1월에 추가로 선택형에 편입된 언론사들 명단은 다음과 같다. CBSi더스쿠프, EBN, enews24, KNN, MK스포츠, TV데일리, TV리포트, 경북매일신문, 국방일보, 기호일보, 농민신문사, 뉴스엔미디어, 뉴스컬처, 뉴스토마토, 뉴스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머니투데이방송, 미디어잇, 스타뉴스, 스포츠월드, 쎄씨, 아사히신문, 아시아투데이, 아주경제, 연합인포맥스, 이버즈, 이투데이, 인민망, 인벤, 일요신문, 주간한국, 중부일보, 충북일보, 컴퓨터월드, 텐아시아 등.

기본형은 네이버 첫 화면에 임의적인 순서로 노출되지만 선택형은 이용자가 마이뉴스로 설정을 해야 노출이 되기 때문에 노출 빈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상당수 언론사들은 여전히 네이버 뉴스스탠드 의존도가 절반이 넘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마이뉴스 설정 비율이 여전히 전체 네이버 이용자의 5%도 채 안 되기 때문에 순위를 크게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련 기사 : 네이버 뉴스스탠드 전략, 충성 독자들에게 물어봐라.)

그러나 과거 선택형 언론사들이 지역 신문과 매거진 전문지 영역이라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분위기였다면 이번에 신규 진입한 언론사들은 종합·경제지와 방송·통신 영역까지 걸쳐 있어 일부 순위 변동이 불가피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기본형에서 탈락하는 언론사가 나온다면 일부 외신 언론사들이 우선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있고 일부 진보적 성향의 언론사들이 퇴출되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거론된다.

(관련 기사 : 뉴스 없는 네이버, 거대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

둘째, 네이버가 검색 제휴 문턱을 크게 낮춘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아직 전면 개방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면 개방이라고 알려진 건 사실과 다르다”면서 “다만 제휴 언론사를 늘릴 계획인데 아직 어느 정도 폭이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군소 언론사들 입장에서는 네이버에 검색되는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첨예한 관심사안이다.

(관련 기사 : 네이버 제휴 안 해도 검색 해준다?)

셋째, 검색 어뷰징은 네이버의 큰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다. 과거에는 상습적으로 실시간 인기 검색어 장사를 하는 언론사들을 단호하게 퇴출시키곤 했지만 최근에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메이저 언론사들까지 검색어 장사에 나서서 네이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명백한 제휴 규정 위반”이라면서도 “제재 수위 등 대안을 찾고 있다”고만 말했다. 일부 메이저 신문들은 네이버가 아무리 경고를 해도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 조선·동아의 검색 어뷰징, 네이버는 왜 방치하나.)

(관련 기사 : 조선·동아, 미란다 커 기사 하루에 144건 쏟아내.)

넷째, 모바일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네이버는 모바일 페이지를 언론사들에게 오픈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확고하다. 네이버는 이미 지난해부터 모바일 체류시간이 온라인(PC)을 넘어섰다. 검색광고 점유율도 이미 모바일이 20%를 웃돈다. 네이버 관계자는 “모바일은 흘러가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면서 “좁은 화면에 뉴스를 계속 바꾸기 때문에 언론사들에게 오픈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네이버가 믿는 구석? 줄어든 트래픽 모바일에서 만회.)
(관련 기사 : 조중동이 아무리 때려도 네이버에겐 라인이 있다.)

다섯째, 뉴스스탠드 개편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로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윤영찬 전 센터장이나 신임 유봉석 센터장도 마찬가지다. 다만 “언론사들의 줄어든 트래픽을 보완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도 했고 일부에서는 뉴스캐스트 방식을 일부 보완해 제목을 몇 줄이라도 노출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언론사들을 만족시킬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해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뉴스스탠드 개편 이후 제목 낚시가 크게 줄었다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뉴스스탠드 개편 이후 첫 화면에서 외부 유출이 줄어든 반면 네이버 뉴스 섹션의 트래픽이 늘어났고 일부에서는 뉴스스탠드가 저널리즘 원칙에 더 맞다는 평가도 있었다. 뉴스스탠드 초기 거세게 반발했던 언론사들도 상당 부분 누그러든 상태다. 이용자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지만 사실 뉴스스탠드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네이버는 개별적으로 언론사들과 제휴 단가 협상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극비로 취급되지만 일부 언론사에서 깜짝 놀랄만한 금액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네이버가 돈으로 비판을 무마하려 한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언론사들은 줄어든 트래픽이 제휴 단가 인상으로 커버된다면 큰 불만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검색 권력이 된 대형 포털과 언론의 유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 두들겨 맞던 네이버, 언론사들에 제휴단가 인상 제안.)
(관련 기사 : 네이버가 내민 당근, 언론사들 달랠 수 있을까.)

네이버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뉴스캐스트로 돌아가기에는 다시 제목낚시 경쟁이 우려되고 첫 화면을 더럽힌다는 비판이 쏟아질 게 뻔하다. 이제 와서 자체 편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차라리 뉴스 없는 첫 화면이 일부 매출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안전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스탠드는 안전한 선택일 수 있지만 포털의 책임 회피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네이버는 한동안 비판을 뭉개면서(가뜩이나 조중동 등의 비판도 무뎌졌고 정치권의 압박도 소강상태다) 언론사들을 개별적으로 달래는 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국민들은 뉴스 없는 네이버에 적응하고 있고 그 빈 자리를 실시간 인기 검색어와 가십성 연예 콘텐츠들이 채우고 있다. 유봉석 이사 체제의 네이버 미디어센터가 어떤 변화를 들고 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네이버는 여전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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