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매경’ ‘안티 한경’ 운동을 제안한다.

Scroll this

서울 삼성동 포스코 센터. 동관 30층과 서관 20층 두개의 건물로 이뤄진 포스코 센터는 100% 금연 빌딩이다. 지난 2002년 2월 그나마 남아있던 임시 흡연구역을 모두 폐쇄하면서 이 건물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은 이제 딱 한 군데 밖에 없다. 동관 17층에 있는 기자실이다.

금연빌딩에서 유일하게 마음놓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특권. 대한민국 경제부 기자들의 위상은 그만큼 막강하다. 기자실 옆에 바로 붙어 있는 홍보실 직원들도 가끔 기자실로 건너와 담배를 피운다. 기자들과 홍보실 직원들은 함께 담배를 피우면서 공범 의식으로 뭉친다. 이곳 기자실에서 포스코의 기사가 만들어진다. 홍보실 직원이 보도자료를 건네면 기자들은 그걸 받아서 쓴다.

포스코는 5월 12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최근 사회 현실을 감안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포스코가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는 건 충분히 기사거리가 된다. 경제신문을 비롯해 주요 일간신문들은 일제히 이 기사를 비중있게 다뤘다. 문제는 이 사실을 다루는 태도에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포스코 최대 실적 불구 임금 동결 … 타사업장 영향 줄 듯’ 제하의 기사를 1면에 싣고 “임단협 협상을 벌이고 있는 다른 사업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국내 대부분 업체들이 연월차 휴가 폐지에 대한 보상 등 노동조건 후퇴없는 주 5일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덧붙였다. ‘매일경제신문’을 비롯한 다른 경제신문들과 일간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하나 같이 포스코 노조를 본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며 다른 노조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비난했다. ‘헤럴드경제신문’는 기자수첩을 통해 포스코의 임금동결을 “신선한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노동계의 주장대로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고 임금을 10% 이상 인상한다면 제대로 버텨낼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 정규직이 임금동결 등의 희생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언론의 호들갑과 달리 포스코의 이번 임금동결은 노사합의와 거리가 멀다. 포스코 노동조합은 1992년에 해체됐다가 1994년부터 활동을 재개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노조원은 23명에 지나지 않는다. 포스코 노조정상화추진위원회에 따르면 23명의 노조원 가운데 18명이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어용 노조원’이다. 노조정상화추진위원회는 노조원을 추가로 모집해 노조 집행부를 해산시키고 민주 노조를 다시 구성할 계획인데 회사의 압력 때문에 번번히 무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이름만 남아있는 노조 대신에 노경위원회를 구성, 대부분의 노사 문제를 이곳에서 처리하고 있다.

기자들은 이런 사실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그냥 지나갔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모두 최소한의 배경조사 조차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된 신문 기사들을 살펴 보면 기자들이 회사 측에서 낸 보도자료를 그대로 배껴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사회 현실을 감안,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 등과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데 적극 동참하기 위해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

한 글자도 다르지 않고 모든 신문이 똑 같다. 보도자료는 참조하는 것이지 그대로 신문 지상에 옮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기사가 나오고 나면 언론과 경제 관련 단체들은 서로 협조해가며 이를 두고 두고 우려 먹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 부회장단이 같은 달 17일, 산업자원부 조찬간담회에서 “최근 포스코 등 대기업의 임금 동결 발표를 계기로 대기업 임금 동결 분위기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모든 언론이 이 주장을 또 그대로 받아 썼다.

‘서울경제신문’은 그 다음날 사설에서 “대기업 임금동결은 공생의 지혜”라고 맞장구를 쳤고 같은 달 26일 ‘한국경제신문’은 3면 머릿기사에서 “당장 실적이 좋아도 내일을 기약하기 힘들다”며 “노조의 자발적인 임금 동결 바람이 불고 있다”고 바람을 잡았다. 윤기설 노동전문 기자가 쓴 이 기사는 “흑자 기업·강성 노조까지 확산 … 고임금 고집하단 공멸”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나갔다.

‘매일경제신문’은 한술 더 뜬다. 이 신문은 6월 25일 기획 기사에서 “도요타 노조, ‘회사부터 살리고’, 한국 차 노조, ‘파업부터 해놓고'”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뽑았다. 제목과 달리 정작 기사 본문에는 한국 자동차 노조가 파업부터 해놓고 본다는 내용은 없다. 본문에도 없는 내용을 제목으로 뽑았다는 이야기다.

도요타자동차와 한국 자동차 업계의 비교에도 문제가 많다. 도요타자동차의 노조도 포스코의 노조처럼 어용의 성격이 강하다. 도요타자동차 노조의 경우 간부 선거에 입후보하려면 5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회사의 압력 탓에 그만큼 추천을 받기가 쉽지 않다. 결국 노조 간부는 대부분 경영진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이런 어용 노조가 노사 합의로 임금을 동결했다고 떠들어 대는 건 아무래도 쑥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도요타자동차에서는 노조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상황이다.

도요타자동차는 경제신문들의 오랜 단골 메뉴였다. 파업이 터져 나올 때마다 경제신문들은 일제히 도요타자동차 사례를 인용하며 노조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도요타자동차 역시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강요하는 대신 일본 최고 수준의 임금과 종신고용을 보장해왔다는 사실은 빼놓고 있다. 중고령 노동자와 청년 노동자를 같은 조직에 편성해 경쟁시키고 자연 도태된 중고령 노동자를 임금이 낮은 청년 노동자로 대체하는 도요타식 구조조정과 그 과정에 어용 노조가 주도적으로 개입한 사실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매일경제신문’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 신문은 같은 면에 “강경 일변도 노조 때문에 영국 로버 분리매각 수모”라는 기사와 “실리형 변신 노조 덕분에 미국 GM 세계 1위 탈환”이라는 기사를 나란히 배치하고 “노조가 바꾼 두 기업의 운명”이라고 소개했다. 로버자동차의 몰락은 1970년대 후반의 일이다. 노조 때문에 망한 회사의 사례를 들기 위해 30년 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그러나 로버자동차가 노조 때문에 무너졌다는 주장은 다분히 편파적이다.

1970년대 후반은 선진국의 자동차산업 전반이 위기로 치닫던 시기다. 당시의 자동차산업은 노동자들에게 상대적인 고임금을 보장하는 대신 컨베이어 벨트를 중심으로 한 지루한 노동을 강요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컨베이어 벨트를 빨리 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 생산성 향상은 벽에 부딪쳤고 그 틈을 노리고 아시아의 신진 자동차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었다.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과노사관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기업은 살아남고 실패한 기업은 몰락했다. 로버자동차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이 격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 위기는 이 회사에만 국한됐던 것이 아니다. 로버자동차의 몰락을 노조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GM이 실리형 노조 때문에 세계 1위가 됐다는 주장만큼이나 근거가 없다.

경제신문들이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노조에 주문하는 것을 보면 아연실색할 정도다.

‘서울경제신문’은 5월 17일 사설에서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 근로자들이 양보함으로써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몫을 키워주는 것이 최선의 비정규직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신문’은 5월 5일 “노동계가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정규직 근로자의 근로 조건을 양보하면 경영계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동참하겠다”는 경제 5단체의 성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동계가 “외견상으로는 비정규직 보호를 주장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정규직의 기득권이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렇게 임금을 하향 평준화하자는 논리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해법이라기보다는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무마하는 구실로 ‘악용’된다는데 있다. 경제신문들은 여전히 노동 시장 유연화를 요구하는 기업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한다. 한 지면에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구실로 노조의 양보를 요구하고 다른 지면에서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장의 정당성은 별개로 하더라도 최소한 논리의 일관성마저도 없다.

‘한국경제신문’은 7월 6일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을 인용,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지나치게 많은 정규직을 원활하게 해고하고 대신 능력있는 비정규직을 보다 많이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더 늘려야 한다는 앞뒤가 안맞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경제신문’은 6월 18일 사설에서 “한참 일할 나이에 있는 젊은이들을 흡수할만한 일자리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노동 시장 유연성을 제고해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청년 실업의 해법으로 둔갑한다.

경제신문들은 대기업이 싫어할만한 정부 정책엔 대중 영합주의라는 딱지를 붙여 매도한다. 이른바 ‘포퓰리즘’인데, 경제신문들이 즐겨 쓰는 단어다. 이들에게는 환경이나 노동, 문화 정책등도 모두 해당 이해집단을 대변하는 포퓰리즘일 뿐이다. 이들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말고 기업의 인기에 영합하라는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늘어놓는다.
‘한국경제신문’은 5월 17일 1면에 “장관들의 전쟁부터 수습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탄핵에서 돌아온 노무현 대통령에게 주는 제안인 셈이다.

“기업의 요구를 무시한 채 진행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21세기형 인재양성을 주장하면서도 교육평준화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교조적인 원칙 고수를 개혁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기사는 3면 해설기사로 이어진다.

“환경부 장관이 환경단체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노동부 장관은 노동계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골몰하고, 문화부 장관은 국내 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스크린 쿼터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는 여론에 쫓기고 인기를 좇는 대중 영합주의가 판칠 수밖에 없다.”

이 기사의 제목은 “장관이 장관 ‘딴죽’ 걸어서야”다. 환경부나 노동부, 문화관광부 등 비경제 부처의 장관의 목소리는 모두 ‘딴죽 걸기’가 된다. 심지어 기사에 첨부된 표에서는 “이해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장관을 교체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은 경제신문들이 노무현 정부를 비판할 때마다 등장하는 동네 북이다. ‘매일경제신문’은 “국민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 분담과 위기탈출 노력을 요구하는 대신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을 지향하면서 나라가 거덜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노동자와 여성의 처우개선 등 친 노동 정책과 빈민 계층을 위해 복지예산을 늘리는 정책은 모두 나라를 망치는 포퓰리즘이다. 아르헨티나 위기의 본질이 포퓰리즘보다는 대책없는 금융시장 개방과 국부 유출에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신자유주의 개혁 정책을 도입한 브라질의 루이스 룰라 대통령을 본받으라고 주문한다. ‘파이낸셜뉴스’는 6월 8일 “브라질은 포퓰리즘을 버리고 시장 원리에 충실한 정책을 추진해 세계 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의 성공을 강조하기 위해 브라질의 실업률이 13%에 이르고 실질 임금이 15%나 줄어든 사실은 무시된다. 신자유주의 정책만 부각시킬뿐 360만 빈곤 가정에 가족 수당을 지급하는 등의 빈곤층 구제대책과 과감한 토지개혁도 역시 무시된다.

경제신문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노동자와 빈곤층을 위한 정책은 포퓰리즘이고 포퓰리즘은 나라를 망친다는 것. 그리고 룰라 대통령을 본받아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 때문에 망한 나라, 브라질은 신자유주의 때문에 성공한 나라로 도식화된다.

지난 5월, IMD(스위스 국제경영연구소) 관련 보도는 왜곡과 편파의 전형을 보여준다. ‘매일경제신문’은 5월 6일 “(IMD 자료에 따르면) 국가경쟁력순위에서 우리나라가 노사관계 부문에서 60개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하며 ‘노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주주의 권리와 책임, 주주의 이해 존중, 금융 규제 등에서 모두 50위 밖에 머물며 낙제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이제 노조도 강경 투쟁의 구태를 버리고 국제 기준에 맞는 활동 모델을 정립,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IMD의 경고를 모두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 신문 모두 경쟁력 약화의 책임을 노동계에 전가했다. 다른 일간 신문들이 경쟁력 악화에 초점을 맞추고 정부 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것과 달리 이 두 신문은 유독 노조 때리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평균 노동시간이 51개국 가운데 7위라는 통계도 올라있지만 이 사실은 어느 기사에도 인용되지 않았다.

문제는 IMD 보고서 작성에 참가한 400명의 평가단이 대기업 회장을 일부 포함한 국내 기업인들로 구성돼 있었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의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였뿐 국가경쟁력의 척도로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한국경제신문’은 이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국내 노조를 겨냥,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의 경쟁력이야 어떻게 되든 일은 적게 하고 임금은 많이 받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언론들이 줄기차게 이 보고서를 우려먹자 오죽하면 지난 6월 17일엔 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가 나서서 논평을 발표했다.

“정확성과 신뢰도에 검증이 미흡한 보고서를 경쟁력 강화의 목표지수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처음 발표 이후 두달이 지난 최근까지도 여러 기사에 계속 등장하고 있다.

편집의 묘미도 돋보인다. ‘매일경제신문’은 5월 29일, 11면에 “삼성, 사회공헌 ‘업그레이드'”라는 기사를 실었는데 원고지 5매 분량의 이 기사는 옆으로 길게 편집돼 5단 기사로 실렸다. 기사를 키우기 위해 중간제목이 제목 옆으로 올라갔고 박스까지 쳐서 상단에 배치했다. 단신으로 처리할 정도의 기사가 눈길을 확 잡아 끌만한 비중있는 기사가 됐다.

‘매일경제신문’이 이날 필요 이상으로 이 기사를 크게 부각시킨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은 청와대 회동을 다녀온 다음 날인 5월 27일, 일제히 투자확대와 고용창출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정부도 이에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재벌그룹의 금융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제한을 1년 유예하고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당장 축소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꺾은 것이다.

‘매일경제신문’의 이 기사는 그 다음날 나왔다. 이는 재벌들이 이만큼 사회공헌을 하니까 이제 그만 건드리자는 식의 노골적인 암시로 읽혔다. ‘매일경제신문’뿐만 아니라 대부분 경제신문들도 대부분 재벌의 사회공헌 확대를 낯 뜨거울 만큼 비중 있게 다뤘다.

경제신문들은 사설이나 칼럼 뿐 아니라 기사에도 의견과 주장을 담는다. 문제는 이런 기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들의 친자본, 친재벌 이데올로기로 도배된다는데 있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제신문’의 3면 해설기사들이 특히 그렇다.

‘한국경제신문’은 2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성적표”라는 기사에서 “철도 파업 등에 대해 법과 원칙을 천명하며 강경 대응했으나 재계와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씻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재계와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씻기 위해 더욱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신문에서는 이런 주장이 버젓하게 기사로 실린다. 사실과 주장의 구분도 없다.

심지어 이 신문은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서도 “전쟁에 대한 초기 대응 미흡으로 인해 한미 공조체제에 금이 생겼다는 우려도 확산됐다”고 주장했다.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을 놓고 미국 정부와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춰져 지정학적 안보 리스크가 부각되고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들로부터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경고 받았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매일경제신문’의 미국 FTA와 관련한 보도는 더욱 기가 막힌다. 이 신문은 6월 14일, 3면에 “한미 FTA 논의 급부상… 느슨해진 동맹, 경제로 다진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신문은 이를 위해 “정부가 농산물과 서비스 시장 개방에 대한 반발을 무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칠레 FTA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끈질긴 정부 압박이 재연될 조짐이다.

경제신문들이 이처럼 언론의 기본 원칙마저 무시하고 기업과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데 열을 올리는 것은 이들의 광고 중심 수익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의 관심은 철저하게 기업, 그것도 대기업 광고주의 이익에 맞춰져 있다. 광고주들의 이익이 침해당할 때만 이들은 비판의 칼날을 세운다.

한국언론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제신문’의 매출액은 각각 1591억원과 1069억원이다. 매출액 기준으로 ‘매일경제신문’은 이른바 조중동 3대 신문에 이어 4위, ‘한국경제신문’은 한국일보에 이어 6위다. 순이익은 ‘매일경제신문’이 12억원의 흑자, ‘한국경제신문’은 83억원의 적자를 냈다.

경제신문의 경우 전체 매출액의 80% 이상이 광고 수입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광고 시장에서 신문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7.8%로 전년 대비 6.4%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미디어 전문 주간 신문인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런 불황 가운데서도 올해 상반기 경제신문들의 광고 매출은 오히려 5~10% 가량 늘어났다.

6월 29일의 경우, ‘한국경제신문’은 섹션을 포함, 모두 68면을 발행했는데 이 가운데 전면 광고가 32면이나 된다. 이밖에 지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하단 광고가 모두 28면에 걸쳐 게재돼 있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지면 가운데 60.8%가 광고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최근 열린우리당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정기간행물법 개정안에 따르면 전체 지면 가운데 광고 비중이 50%가 넘는 신문은 광고정보지로 분류돼 부가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제신문’이 이 기준에 해당된다.

더 심각한 것은 섹션 B의 특집 기사다. 이날은 ‘한경 상반기 주거문화대상’ 특집이다. 첫 페이지에는 우림건설이 소개돼 있다. 그런데 이 섹션의 맨 뒤를 펼쳐보면 우림건설의 전면 광고가 게재돼 있다. 2면에 전면 광고를 낸 현진에버빌의 기사는 7면에 실려있고 3면에 기사가 난 신일건설과 성원건설은 각각 섹션 A의 8면과 섹션 B의 4면에 전면 광고를 냈다. 5면에 실린 현대건설과 신도건설, 11면의 비잔티움, 12면에 실린 동문건설등도 모두 이날 이 신문에 전면 광고를 냈다. 이 지면에 게재된 기업들이 모두 대상을 받았고 대부분 이날 전면 광고를 냈다. 이 정도면 광고정보지라고 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섹션 C는 아예 스폰서 섹션이라고 표시돼 있다. ‘유망 중소기업 특집’이라는 큰 제목 아래 크고 작은 기사가 8페이지에 걸쳐 실려 있는데 기자 이름은 하나도 안 적혀 있다. 모두 기업에서 받은 보도자료를 그대로 실었다. 노골적인 기업 홍보가 민망할 정도다.

‘매일경제신문’도 마찬가지다. 토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보통 8면에서 많게는 32면까지 각종 특집 섹션이 나온다. 특집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자동차 특집에서부터 조선 특집, 반도체 특집, 정유 특집, 유통 특집, 여행 특집, 주류 특집… 광고를 받기 위해 온갖 특집이 다 만들어 진다. 신년에는 기업의 신년 계획 특집, 인사철에는 대기업 임원 특집도 있다. 졸업 앨범처럼 임원들 사진과 약력을 집어넣는다. “삼성의 힘”이나 “세계에서 뛰는 LG” 같은 노골적인 기업홍보 특집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고객만족상품 선정 등 온갖 시상도 있다. 물론 이런 특집과 기획들에는 모두 절반 가까이 전면 광고가 들어가고 나머지 면에 하단 광고가 들어간다. 대부분 해당 기업의 광고다.

그 광고를 채우는 건 광고부 직원들의 몫이지만 기자들도 지원사격에 나서야 한다. 경제신문 기자들은 이런 지원사격을 ‘앵벌이’라고 부른다. 평소에는 그렇게 거들먹거리던 홍보실 직원들에게 이때만큼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부서마다 다르지만 기업을 출입하는 산업부 기자들은 보통 한달에 두세번 이상 특집을 맡고 그 특집에 들어갈 광고를 수주해야 한다. 그래서 기사 보다 광고 부담이 더 스트레스라는 기자들도 많다.

직책이 올라갈수록 광고 수주의 부담은 더 커진다. 지난 2002년 ‘매일경제신문’의 이메일 사건은 그 단적인 사례다. 이 신문의 금융부장이 14개 은행 홍보실에 보낸 협박 이메일이 공개돼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이 부장은 대기 발령을 받았다. 사건의 발단은 하나은행이 조중동 보다 광고를 덜 준 것에서 비롯됐다. 다른 데는 전면 광고를 두개씩 줬는데 ‘매일경제신문’에는 하나 밖에 안줬다는 것. 메일에는 “이제는 차별 대우를 하거나 합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을 경우 반드시 그만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고 적혀 있었다. 당시 전국언론노조는 성명을 통해 “언론의 타락과 궤도 이탈의 끝이 어디에 이르는가 확인해 준 이번 사태에 분노를 떨칠 수 없다”며 장대환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만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건 공연한 협박이 아니다. 광고를 안주는 기업에 대해서는 광고를 줄 때까지 부정적인 기사를 보도하는 비열한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건설회사는 ‘한국경제신문’에만 광고를 냈다가 ‘매일경제신문’이 연달아 부정적인 보도를 내보내는 바람에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이기도 했다. 이 회사는 얼마 후 ‘매일경제신문’에도 광고를 게재했다. 경제신문 기자들에 따르면 외부적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사례는 수두룩하다.

기업에 부정적인 기사가 가판에 실렸다가 배달판에서 빠지거나 축소되는 경우도 많다. ‘파이낸셜뉴스’는 7월 8일 가판 23면에 “CJ-해찬들 법정 공방”이라는 기사를 실었다가 배달판에서 다른 기사로 교체했다. ‘매일경제신문’ 노조는 한때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의 기사가 삭제돼 광고로 바뀐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노조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경영진들의 해명을 요구했지만 사실 기사와 광고를 바꾸는 관행은 대부분 일간신문에서 일상화돼 있다.

대부분 기업에서 기자실은 홍보실과 붙어있다. 기자들의 취재는 대부분 홍보실의 도움으로 이뤄진다. 출입기자들은 온갖 편의시설을 제공받고 심지어 점심식사까지도 홍보실 직원에게 얻어먹는다. 홍보실은 기업을 홍보하는 것 못지않게 기업의 정보를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기자실은 철저하게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는 기업홍보 시스템의 한 부분이다. 경제신문과 기업은 기자실을 통해 기사와 광고를 주고 받는다. 이런 취재 관행에서 이들이 철저하게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진보진영이 나서서 경제신문 비판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언론의 탈을 쓰고 재벌이 전파하는 이데올로기를 여과없이 그대로 받아쓰고 있는데도 아무런 비판을 받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조준상 언론노조 교육정책국장은 경제신문의 이데올로기를 ‘시장근본주의’와 ‘반노동 적대주의’로 규정한다. 조 국장은 “경제신문들이 퍼뜨린 시장 만능의 이데올로기가 재벌옹호의 논리를 만들고 결국 정부의 재벌 정책을 좌초시켰다”고 지적한다. 적어도 경제분야에서 경제신문의 영향력은 그 어떤 일간신문 못지않다. IMF 경제위기 이후에는 경제신문이 치고 나가면 다른 일간신문들이 이를 추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민주언론운동연합회 김유진 정책실장은 “최근 들어 경제신문의 영향력이 조중동 등 수구보수 신문의 영향력에 버금가거나 능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념적 지향은 그들의 자유지만 언론을 표명한 이상 최소한 사실 보도라는 언론의 기본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공회대학교 유철규 교수는 “주장을 하려거든 정당한 논리와 근거를 대야 하고 논리와 근거는 없더라도 최소한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경제신문은 언론 운동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제 ‘안티 조선’뿐만 아니라 ‘안티 매경’과 ‘안티 한경’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다. 월간 ‘말’도 이에 동참할 계획이다. 경제신문 바로보기 운동을 제안한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1 Comment

Submi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