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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IPTV는 없다?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26, 2013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은 모바일 IPTV라는 말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럼 DMB는 모바일 지상파라고 불러야 하나? 모바일 케이블은 없나? IPTV 사업자들이 모바일에서 동영상 서비스를 한다면 그건 IPTV와 전혀 다른 새로운 서비스다. 그걸 왜 모바일 IPTV라고 포장을 하나.”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들은 모바일 IPTV라는 건 통신사들이 IPTV 시장에서 쌓은 기득권을 그대로 모바일로 가져가려는 음모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시장을 노리는 건 IPTV 사업자들 뿐만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만든 푹도 있고 케이블 사업자들이 만든 티빙이나 에브리온TV 등도 모바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통신사들도 다들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를 내놓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의 Btv모바일이나 KT의 올레TV모바일, LG유플러스의 U+HDTV 등은 사실 IPTV와 별개의 모바일 서비스라고 보는 게 맞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많게는 5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유·무료 가입자를 모두 포함한 숫자로 실제 매출을 발생시키는 이용자는 이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양 연구원은 “매출 수준을 토대로 판단해봤을 때 N스크린 서비스는 아직 기존 TV의 대체제로서 TV를 보유하지 않은 1인 가구 위주의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TV가 아직까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를 양 연구원은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아직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공짜 DMB가 살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둘째, 무료 제공 데이터가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HD 화질로 동영상을 한 시간 보면 880MB가 소모된다. 자칫 요금 폭탄을 맞게 될 수 있다. 셋째, 불법 다운로드가 많아 유료 결제를 꺼리는 경향 때문이다.

양 연구원은 그러나 내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잇따라 저렴한 요금의 모바일 IPTV 상품을 내놓고 있는 데다 월드컵과 동계 올림픽 등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많기 때문이다. DMB 보다 좀 더 적극적인 수요가 나타날 거라는 기대다. 콘텐츠 비용을 둘러싼 갈등도 적정 수준에서 타협 지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시장을 키우는 걸 모두가 바라기 때문이다.

실제로 류현진 선수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모바일에서 독점 중계했던 SK브로드밴드의 Btv모바일은 올해 4월 이후 사용시간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SBS의 경우 지난해 런던 올림픽 중계로 광고 매출 200억원에 포털과 통신사, 종합편성채널 등 판권매출로 150억원을 벌어들였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판권매출은 올해 보다 내년에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비중도 더욱 높아질 거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함구하고 있지만 통신 3사와 지상파 3사는 17개월 동안 25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정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BS의 경우 IPTV에 실시간 재송신하는 대가로 연간 45억원을 받고 있는데 이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의 15% 수준에 이른다. 모바일 IPTV의 경우 이와 별도로 건당 정산되는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KBS만 모바일 IPTV에 실시간 재송신을 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모든 방송사로 확대된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Btv 모바일팩을 출시하면서 월 9000원에 매일 최대 2GB까지 SK브로드밴드의 모바일 IPTV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에는 T프리미엄이라는 서비스를 도입해 월 5만2000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하면 달마다 2만포인트를 주는데 이 포인트로 Btv 서비스 결제를 할 수 있다. 모바일 IPTV를 사실상 무료로 풀면서 모바일팩 가입을 권유하는 전략이다.

KT는 월 5000원을 내면 모바일 IPTV를 이용할 수 있는데 데이터가 월 6G 밖에 안 된다. LG유플러스는 U+HDTV라는 이름으로 모바일 IPTV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이용료가 월 5000원, 이와 별도로 100% LTE 데이터팩을 이용하면 하루 2GB씩 데이터를 쓸 수 있다. 푹이나 티빙 등과 비교하면 데이터 요금에 콘텐츠 이용료가 포함되는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심리적인 가격 부담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모바일 IPTV에 유독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건 우리나라가 유독 IPTV 점유율이 높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의 공격적인 끼워팔기 전략에 케이블 방송사들까지 낮은 수신료를 올릴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모바일 IPTV는 수많은 모바일 TV 플랫폼 가운데 하나가 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많은 플랫폼을 뭘로 채울 거냐다, 결국 지상파 콘텐츠가 핵심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지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핵심 콘텐츠의 권리를 쥐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기존 방송 플랫폼 외의 모바일을 포섭할 수 있는 신규 플랫폼도 갖게 되어 예전보다 가진 카드가 많아졌다”면서 “지상파 방송사는 플랫폼 기업들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협력자이자 경쟁자로서의 면모를 각각 활용하면서, 콘텐츠 매출 관련 협상에서 주도권을 차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마지막까지 쥐고 있었던 실시간 재송신은 거의 넘어간 상태고 드라마 다시 보기 서비스도 모든 플랫폼에서 구현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푹을 키우려고 하겠지만 푹은 지배적인 플랫폼으로 크기에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은 콘텐츠 사업자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IPTV 사업자들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시도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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