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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 한 명 늘리는데 63만원? ARPU 계속 줄어드는데….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2, 2013

지난 6월 CJ헬로비전이 전남 목포와 무안, 영암 등에서 케이블 사업을 하고 있는 호남방송의 지분 90%를 인수했을 때 인수 가격이 1240억원이었다. 호남방송의 가입자는 22만명. 가입자 한 사람에 62만9000원의 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7월에는 전북지역 케이블 사업자(SO), 전북방송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584억원, 가입자가 12만명이니까 한 사람에 47만1000원씩 주고 사들였다고 볼 수 있다.


호남방송과 전북방송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289억원과 140억원. 가입자당 매출(APRU)이 13만원과 12만원 수준이니까 연 매출의 4~5배 이상을 지불한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수신료가 평균 7만2000원과 8만6000원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월 평균으로 치면 6000~7000원 정도다. 나머지는 홈쇼핑 채널에서 받는 수수료인데 각각 한 가구에 2만8000원과 9000원 수준에 그쳤다. CJ헬로비전은 5만4614원 정도를 받았다.

SO들은 낮은 수신료를 홈쇼핑 수수료 매출로 만회하고 있는데 규모가 클수록 단가를 높여 부를 수 있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이 2007년에 인수했던 중앙방송과 금정방송의 지난해 기준으로 ROI(투자자본수익률)가 5.4% 정도다. 1200억원을 투자해서 13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수신료 매출은 큰 차이가 없지만 홈쇼핑 수수료가 크게 늘어났다.

CJ헬로비전이 인수합병에 목을 매는 건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신료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홈쇼핑 수수료가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협상력을 키우는 게 핵심 성장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CJ헬로비전은 올해에만 4개의 SO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CJ헬로비전이 업계 3위 씨앤엠이나 4위 현대HCN 등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HCN의 경우 지난 2분기에 가입자가 7000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는 늘었지만 삼성증권 전망에 따르면 방송 부문 ARPU가 지난해 8821원에서 올해는 8795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인터넷 부문도 1만5429원에서 1만5372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CJ헬로비전이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외형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달리 씨앤엠과 현대HCN 등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SO들은 가뜩이나 낮은 수신료에 IPTV 사업자들과 경쟁하느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 통신 사업자들은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전화 서비스에 IPTV를 결합상품으로 내걸고 가입자를 확대하고 있다. 홈쇼핑 사업자들이 IPTV나 모바일로 눈을 돌리면서 협상력도 예전 같지 않다. 군소 SO들이 디지털 전환에 큰 관심이 없거나 지지부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ARPU를 끌어올리는 것보다 당장 가입자 이탈을 막는 게 급박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김민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통신사들이 자금력을 내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IPTV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면서 “다만 전체 케이블 가입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ARPU가 3배 이상인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평균 ARPU가 개선될 여지는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디지털 전환 비율은 39.9% 수준이다.

통신사들도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 주력 사업인 무선통신 부문은 LTE로 넘어왔는데도 트래픽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고 결합상품으로 판매하는 IPTV 서비스는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통신 사업자들의 경쟁이 무선에서 유선으로 옮겨 붙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료방송 시장의 ARPU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IPTV 가입자 성장이 지속될 2015년까지는 경쟁 강도가 완화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 연구원은 “가입자 수만 놓고 보면 시장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가입자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정 연구원도 “연초 홈쇼핑 수수료가 SO는 10~15%, IPTV는 50% 이상 인상될 걸로 예상했으나 협상 시기가 지연되면서 예상 인상률을 각각 6%와 30%로 낮춰 잡았다”고 설명했다. 홈쇼핑 업체들이 을에서 갑으로 위치가 격상된 반면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협상력은 약화됐기 때문이다.

최남곤 동양증권 연구원은 “LTE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내년에는 통신 사업자들 성장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면서 “트래픽이 늘어나면 가입자들의 월 정액요금이 높아지게 되고, LTE ARPU 하락 추세가 멈추거나 혹은 상승 전환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확신을 줄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속도가 빨라진 만큼 이를 뒷받침할 만한 킬러 콘텐츠나 서비스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통신 사업자들이 결합상품 가격을 낮추고 보조금을 올리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공세의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는데 재정적으로 열악한 SO들은 요금인하 프로모션으로 맞서고 있다”면서 “유료방송 시장의 가격 인하와 비용 증가 트렌드는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다만 SO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의 경우 디지털 전환과 VOD(주문형 비디오) 매출 증가에 따른 ARPU 상승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SO들이 통신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통신 사업자들이 유료방송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게 중요한 차이다. 특히 통신 결합상품은 가입자들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가 커서 SO들이 한동안 어려운 싸움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N스크린 기반의 VOD 시장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한 데다 콘텐츠 구매 비용이 높아서 본격적인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동안 통신 사업자들이 유료방송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저가 덤핑 경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군소 SO들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이 확산되고 상위 업체들을 중심으로 과점 구도가 굳혀진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고 수신료 인상과 ARPU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생존을 건 몸집 부풀리기 경쟁이 본격화될 거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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