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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만 바라봤던 저가 케이블의 함정.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1, 2013

[뉴스분석] IPTV·위성방송 등 경쟁 심화, 플랫폼 다변화에 디지털 전환 지지부진 삼중고.

홈쇼핑 송출 수수료는 그동안 케이블 사업자(SO)들의 밥줄이나 마찬가지였다. 수신료로는 거의 돈을 못 벌었지만 홈쇼핑 채널을 지상파 채널 사이에 찔러주는 대가로 엄청난 수수료를 챙겨왔다. 문제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케이블 방송의 점유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IPTV와 위성방송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모바일 쇼핑 비중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케이블 사업자들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1조원 미만이던 TV홈쇼핑 시장은 2010년에 7조원, 2012년에는 10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소매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이지만 최근 4년 동안 연 평균 시장 성장률이 19%에 이른다. 케이블 방송 가입자가 정체 또는 둔화 상태지만 여전히 홈쇼핑 채널은 전체 유통시장의 성장률을 웃돌고 있다. 아직까지는 홈쇼핑 채널의 성장 여력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상파 채널 사이에 있는 채널을 S급, 지상파 바깥의 10번대 채널을 A급으로 치는데 A급 채널로 내려가면 20% 정도 매출이 급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 사업자인 홈앤쇼핑의 경우 지난해 두 배 이상의 송출 수수료를 제시하면서 기존 채널을 밀어내고 S급 채널을 차지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홈앤쇼핑이 가세하면서 채널 확보 경쟁이 심화돼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이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지급하는 송출 수수료는 2009년 4200억원에서 지난해 84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홈쇼핑 업체들에게 받는 송출 수수료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과거 케이블 사업자들이 독식하다시피 했던 시장을 이제는 IPTV와 위성방송 사업자들과 나눠 먹어야 한다는 데 있다.

CJ헬로비전과 HCN의 경우 지난해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전년 대비 50%와 36%씩 늘어났는데 KT스카이라이프는 이 비율이 113%나 된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홈쇼핑 송출 수수료는 가입자 한 사람에 4만5000원까지 받았는데 향후 협상 과정에서 IPTV와 위성방송 사업자들도 이 정도로 높여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케이블 사업자들은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케이블 사업자들이 낮은 수신료에 홈쇼핑 송출 수수료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수익모델을 갖게 된 데는 구조적 요인이 크다. 2001년 케이블 채널 허가제가 등록제로 바뀌면서 채널 사업자(PP)들 사이에 좋은 채널 번호를 받으려는 경쟁이 심화되고 정작 프로그램 사용료를 높여 받기는 어렵게 됐다. 원가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IPTV 사업자들이 케이블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케이블 사업자들은 저가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가입자 지키기에 나섰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홈쇼핑 송출 수수료에 의존하면서 정작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에는 인색했다. 채널 사업자들 매출에서 프로그램 사용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은 이 비율이 50~60%에 이른다. 이런 와중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송신 수수료를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이래저래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홈쇼핑 수수료 협상에 목을 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홈쇼핑과 CJ오쇼핑, GS홈쇼핑 등 홈쇼핑 업체들은 올해 송출 수수료 인상률을 12~15% 수준으로 예상하고 케이블 사업자들과 협상을 벌여왔지만 4분기로 미뤄졌다. 홈쇼핑 업체들은 연초부터 지난해 인상분 수준으로 회계 처리를 해왔는데 지난해 보다 최대한 낮춰 잡는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케이블 사업자들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올해는 확실히 홈쇼핑 업체들에게 주도권이 넘어왔다”고 말했다.

홈쇼핑 사업자들이 목에 힘을 주는 건 모바일 사업 부문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바일 쇼핑 거래 규모는 2009년 100억원 수준에서 2011년에는 6000억원으로 지난해에는 1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고 올해 연간으로는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소매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이지만 온라인 쇼핑에서 비중은 지난해 3.6%에서 올해는 7.3%로 늘어날 전망이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홈쇼핑 3사의 모바일 쇼핑 매출은 올해 28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와 G마켓 등 오픈마켓과 티켓몬스터나 쿠팡 같은 소셜 커머스 사이트들 점유율이 높지만 홈쇼핑 3사 점유율도 지난해 2.8%에서 올해 4.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2~3년은 모바일 쇼핑이라는 새로운 유통 채널을 통해 기존 유통 채널의 판도를 바꾸려는 노력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케이블 사업자들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기 보다는 8VSB나 클리어쾀 등을 도입해 아날로그 가입자들 이탈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도 홈쇼핑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가입자당 매출(ARPU)을 끌어올리는 것도 시급하지만 당장 수익 기반인 홈쇼핑 송출 수수료를 지키는 게 더 절실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케이블 업계 한 관계자는 “케이블 사업자들은 비용 측면에서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송신 수수료를 올려달라고 하고 있고 수익 측면에서는 홈쇼핑 사업자들이 송출 수수료를 올려주지 않으려고 하는 총체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IPTV와 위성방송 등과 같은 시장을 두고 다투면서 홈쇼핑 송출 수수료라는 기형적인 수익모델에 안주해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던 게 결정적인 패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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