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에 디폴트, 미국 경제 붕괴에 세계 경제가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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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요일 첫 순서는 숫자로 본 한 주간입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안녕하세요. 이번주의 숫자는 뭔가요.

= 16조7000억달러. 미국의 국가채무 한도인데요. 지금 이 한도까지 국가채무가 불어난 상태입니다. 미국 정부가 오는 17일까지 국가채무 한도를 올리지 못하면 공식적으로 채무 불이행 상태에 들어가게 됩니다. 빚을 못 갚게 되는 상태를 디폴트 상태라고 하죠.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미국이 국가부도 사태를 맞게 되는 겁니다. 일단 부채한도를 단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미국이 디폴트 상태가 되면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1000배에 이르는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일 예산안 합의에 실패해서 한시적으로 연방정부 폐쇄에 들어갔습니다. 그걸 셧다운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정부 셧다운과 디폴트 위기에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1-1. 그동안 미국이 윤전기를 돌려서 달러화를 찍어낸다고 비유하곤 했데요. 그런 상황이 불가능하게 되는 건가요.

= 미국 정부가 달러화를 뿌리는 방식은 먼저 국채를 발행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담보로 제공하면 FRB가 그걸 담보로 잡고 달러를 찍어내게 됩니다. 그러니까 부채한도 16조7000억달러가 목까지 차 있는 상태인데 이걸 더 높이지 않으면 국채를 발행할 수 없게 됩니다. 미국 정부가 쓸 돈이 바닥나게 되는 거죠. 미국 정부의 수입이 하루 70센트라면 지출은 1달러가 됩니다. 지금은 현금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상황인데, 최종 부도 시점은 이달 30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일단 지난 10일 백악관과 공화당 의원들 회동에서는 부채한도 상한을 단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스몰 딜이라고 하는데요. 그렇지만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정부 폐쇄 상태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셧다운은 1977년 이후 17차례나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닌데, 디폴트 사태로 가는 게 큰 걱정이죠.

2. 오바마 케어가 쟁점이라고 하죠. 합의가 쉽지 않을 것 같던데요.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의료보험 개혁법, 이른바 오바마 케어를 두고 공화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들이 건강보험에 의무가입하도록 돼 있지만 미국 국민 3억명 가운데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국민들이 4700만명이나 됩니다. 오바마는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가입 비율을 9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빈곤 기준인 연간 소득 2만3550달러에서 4배인 9만4200달러 구간의 국민들이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하면 그 보험료의 10~40%를 정부가 부담해 주겠다는 건데요.

3. 미국은 병원비가 굉장히 비싸서 감기 걸려서 병원 한 번 가면 1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고 하던데요.

= 감기 10만원, 맹장 수술은 2000만원, 이게 괴담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출산 한 번 하면 4000만원이 들고요. 병원 한 번 갔다가 빚더미에 올라앉거나 파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해마다 200만명이 병원비 때문에 파산을 한다는 통계도 있었고요. 앰뷸런스 타고 응급실에 실려가서 수술 받고 열흘 입원하면 1억원이 훌쩍 넘어섭니다. 병원비를 못 내고 야밤도주하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하려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연간 1만1천~1만4천달러, 월 100만원 이상을 내야 합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에 보면 손가락 두 개를 잘린 남자가 나오는데 중지를 붙이려면 6만달러, 약지는 1만2000달러가 든다고 하자 가운데 손가락을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손가락 하나 붙이는데 6000만원 이상이 든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수술을 하려면 입원비를 포함해서 300만원 정도가 듭니다. 폐암 환자가 1년 더 살려면 10억원 가까이 든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미국의 기대 수명이 우리나라보다 더 낮습니다.

3-1. 그래서 캐나다나 멕시코로 의료 관광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 병원비가 너무 비싸니까요. 영어가 통하는 싱가폴로 가는 사람들도 많고요. 항공권료를 감안해도 훨씬 싸다고 합니다. 미국 교포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친척들 의료보험으로 대신 치료를 받고 약을 타가는 경우도 많죠. 미국에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메디케어와 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한 메디케이드라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의료 보험이 있습니다. 이게 전체 국민의 19%와 15% 정도를 차지하고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는 사람이 35% 정도, 직장에서 의료보험을 제공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좋은 직장과 그렇지 않은 직장이 나뉘게 됩니다. 심지어 의료보험이 없으면 응급실에서 치료를 하지 않고 환자를 내버려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4. 공화당의 반발이 거센데요. 합의가 쉽지 않을 것 같죠.

= 의료보험 확대에 소요되는 정부 예산이 올해부터 10년 동안 총 1조7600억달러로 추산됩니다.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도 문제지만 병원이나 보험사, 제약사들 반발도 거세고요. 이렇게 큰 돈을 들여서 결국 흑인과 히스패닉, 불법 이주자들을 지원하게 된다는 데 대한 불만도 많습니다. 이 사람들 상당수가 민주당 지지자들이라는 것도 백인 사회의 반발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디폴트 사태를 볼모로 잡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오바마 케어를 포기하지 않으면 최악의 사태까지 밀고 가겠다는 거죠.

5. 취지는 좋지만 상당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같은데요. 디폴트 사태로 가기 전에 합의될 가능성은 없나요.

= 오바마 대통령 어머니가 난소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는데 죽기 직전까지 병원비 걱정을 했다고 하죠. 오바마의 의지가 강력합니다. 가뜩이나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는데 오바마는 의료보험 확대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미국 의회는 양원제로 돼 있는데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고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라는 겁니다. 하원으로 넘어가면 예산안을 부결시키고 오바마 케어를 빼고 예산안을 짜서 이걸 다시 상원으로 넘기고 그럼 상원에서 다시 부결시키고 하는 핑퐁 게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료보험 문제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년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여론의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어떻게든 해결될 거라는 거죠.

6. 미국 정부가 17일까지 부채한도를 높이는 데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나요.

= 일단 미국의 단기 국채 1200억달러어치가 오는 17일 만기가 되는데 이걸 상환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만 지급해도 됩니다. 그런데 24일에는 추가로 930억달러어치, 이달 말에는 1500억달러어치의 장단기 국채 만기가 돌아옵니다. 17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만기가 되는 미국 국채는 총 4170억달러어치입니다. 17일 기준으로 재무부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300억달러 미만으로 줄어들 텐데, 이게 다 떨어지는 시점이 24일이 될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부채한도를 늘리지 못하면 결국 현금이 바닥나고 빚쟁이들이 몰려들겠죠.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급락할 거고. 미국 채권을 팔아치우기 시작할 거고요. 만약 그런 상황이 되면 세계 경제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엄청난 재앙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7. 최근까지도 양적완화 축소가 이슈였는데 이번에는 부채한도 증액이라는 변수가 또 터졌어요. 두 가지 변수가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요.

= 동전의 양면과 같은데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는 미국 정부가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는 걸 말하고 양적완화 축소(tapering)는 돈을 푸는 규모를 줄여 나가는 걸 말합니다. 양적완화를 줄인다고 하니까 세계 경제가 요동을 쳤죠. 양적완화라는 게 FRB가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자산을 사들이고 그 대금으로 현금을 내주는 방식입니다. 지난달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 일단 양적완화를 당분간 축소하지 않겠다고 해서 시장을 겨우 안정시켰는데 디폴트 사태로 가게 되면 미국 국채 금리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것이고 양적완화 축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겠죠.

8. 최악의 사태로 가지는 않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많은 것 같아요.

= 미국 시간으로 10일 뉴욕 주식시장은 급등을 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부채한도를 증액해 봐야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도 많은데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많은 것같고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어떻게든 해결되지 않겠느냐, 설마 미국이 망하겠느냐, 그런 막연한 기대심리도 있습니다. 미국 경제지표는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돌았고요.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것 같지 않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9. 자넷 옐런 차기 FRB 의장에게 거는 기대도 큰데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 일단 내년 3월 공식 임명되기 전까지는 지금 정책 기조를 그대로 가져갈 거고요. 양적완화나 초저금리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리세션(경기후퇴)에서 벗어나고 경기회복력을 더 강화하려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죠. 강경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사람이라 급격한 양적완화 축소는 없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그렇지만 양적완화 축소를 무작정 늦추는 게 해법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부양에 신경을 쓰다가 적절한 시점을 놓쳐서 더 큰 위험을 맞게 되는 건 아니냐는 우려도 남아있습니다.

10. 셧다운 사태 때문에 양적완화 축소가 늦춰질 거라는 전망도 있던데 이건 왜 그런 건가요.

= 경기회복 속도가 늦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출구전략을 늦출 수밖에 없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출구전략을 앞당긴다고 해서 세계 경제가 요동을 쳤지만 이런 식으로 늦추는 것도 결코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정리를 하면 미국은 양적완화 규모를 줄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채를 계속 늘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세계 경제가 미국 경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게 근본 문제인데요. 미국의 패권을 중국이 넘겨 받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고요. 한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주간지 포츈이 디폴트 사태 대비 전략 다섯 가지를 소개했는데요. 첫째, 현금 보유량을 늘려라. 둘째, 패닉하지 마라. 셋째 자산 전략을 다시 짜라. 넷째,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려라. 다섯째, 헷지용 안전자산에 투자하라 등입니다.

11. 숫자로 본 한 주간, 이번 주의 숫자는 16조7000억달러.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을 둘러싼 여러 가지 쟁점들 살펴봤습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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