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를 네이버에서만 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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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단연 풋볼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도 풋볼이다. NFL(National Football League, 전국풋볼리그) 경기 TV 중계권료가 연간 204억달러에 이른다. 환율 1117원 기준으로 22조7868억원 규모다.


최근 구글이 NFL과 중계권료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 미디어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구글의 방송 진출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돈다.

NFL은 일요일 오후 1시에 경기를 치른다. AFC(아메리칸 풋볼 컨퍼런스)와 NFC(내셔널 풋볼 컨퍼런스)로 나뉘는데 일요일 오후에는 CBS에서 AFC의 원정경기를, FOX에서 NFC의 원정경기를 한 경기씩 중계한다. 각각 연간 6억2250만달러와 7억1250만달러를 중계권료로 지불하고 있다. 이밖에도 일요일 저녁에 중계되는 경기만 묶어서 NBC에 연간 6억5000만달러에, 월요일 저녁에 중계되는 경기는 ESPN에 11억달러에 계약을 맺고 있다.

NFL은 기본적으로 32개 팀의 원정 경기 중계를 원칙으로 하되 경기 중계보다는 티켓 판매를 우선하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티켓이 매진되지 않으면 그 지역에서는 중계를 하지 않는다. 원정 경기는 TV로 보고 홈 경기는 직접 경기장에 와서 보라는 마케팅 전략이다. 그래서 이른바 블랙아웃 룰에 따라 홈 경기인데도 중계를 안 해주는 경우도 많다. 모든 경기를 다 보고 싶으면 별도로 유료 채널에 가입해야 한다.

구글이 욕심을 내고 있는 선데이 티켓 패키지는 일요일 하루 종일 모든 경기를 중계할 수 있는 권리다. 디렉TV가 연 7억달러에 독점 계약을 맺고 있는데 내년 2월에 계약이 끝난다. 디렉TV는 우리나라의 스카이라이프와 비슷한 미국의 위성방송이다. LA타임즈에 따르면 2000만 가입자 가운데 선데이 티켓 가입자는 200만명, 한 시즌에 250달러로 상당히 높은 가격이지만 NFL 경기를 보기 위해 디렉TV에 가입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구글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480억달러에 이르는데 디렉TV의 독점 중계권은 10억달러 규모다. 구글이 디렉TV를 배제하기 위해 20억달러 이상을 거뜬히 지를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CNBC의 한 경제 평론가는 “만약 구글이 독점 중계권을 따낸다면 구글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면서 “내일 당장 디렉TV를 매도하고 구글 주식을 사들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만약 구글이 NFL의 슈퍼볼 선데이 티켓 패키지를 사들인다면 그것은 단순히 디렉TV가 쫓겨난다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는 일요일 저녁 NFL 경기를 보려면 접시 안테나를 달고 디렉TV에 가입하거나 디렉TV가 나오는 펍이나 바에 가야 했다. 그런데 이걸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 보자. 콘텐츠 플랫폼의 판도가 바뀌게 될 수도 있다.

디렉TV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선데이 티켓은 디렉TV의 최대 마케팅 수단이었다. 포브스는 “설령 구글이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구글이 원하는 게 NFL이 원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선데이 티켓을 가져가더라도 월요일 저녁 ESPN이나 다른 요일 경기를 보려면 여전히 케이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이유로 선데이 티켓은 디렉TV에 더 잘맞는다”는 이야기다.

인터넷 속도도 아직 스포츠 경기 중계에 적절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동시에 HD 화질로 스트리밍 중계를 볼 정도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보기술 전문 인터넷 신문 올씽스디는 “구글이 선데이 티켓을 가져갈 수는 있겠지만 화질에 대한 불만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면서 “NFL이 약간의 돈을 더 벌기 위해 그런 위험을 감수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구글의 거실 침공이 아직은 위협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구글은 최근 35달러짜리 크롬캐스트를 출시하고 TV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아직은 호기심 수준이다. 크롬캐스트가 성공할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 당장은 시청 행태를 바꾸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크롬캐스트로 풋볼 경기 중계를 본다는 건 아직은 어딘가 낯설고 어색하다. NFL 입장에서도 구글과 손을 잡는 건 흥행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방송 진출은 아직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이 딜이 성사된다면 코드 컷팅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디렉TV와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구글과 추가로 계약을 할 가능성도 있다. 포브스는 “NFL은 아직 해외 스트리밍 판권을 팔지 않고 있지만 만약 판다면 연 10억달러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NFL과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구글의 TV 시장 진출이 조만간 가시화될 거라는 분석이다.

구글이 NFL 판권을 사들여 유튜브에서 독점 중계할 경우 거실에 TV를 치우고 PC를 들여놓거나 크롬캐스트를 구입하거나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 등 셋톱박스를 연결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인터넷에 연결된 커넥티드 TV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사람들의 풋볼 열풍이 유난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TV 시청 행태를 강제로 바꿀 만큼 인터넷 환경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관측도 많다. 상당한 혼란과 과도기적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월드컵이나 올림픽 경기 중계권을 네이버나 다음이 사들이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과거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중계권을 JTBC가 사들여 독점 중계한 적이 있었지만 이제 포털과 방송사들이 같은 시장을 두고 싸우는 시대가 됐다. 안방 시장을 두고 케이블과 위성방송, IPTV 사업자들의 생존을 건 싸움이 시작됐다. 프리미엄 콘텐츠를 둘러싼 마지막 틈새시장에 인터넷 기업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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