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완결판, 비밀회동 종편 3종 세트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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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13일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종합편성채널 4사의 비밀 회동 문건에는 종편의 절박한 위기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출범 1년 반, 종편은 여전히 생존을 고민하는 단계다. 애초에 종편은 태생부터 특혜와 유착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기형적인 언론 모델이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추가 특혜를 요구하고 신문과 방송을 동원해 정치권을 압박하는 조폭적 언론의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종편 관계자들은 지난달 14일과 21일 두 차례 모임에서 정부를 압박해 추가 특혜를 끌어내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른바 종편 특혜 3종 세트는 8VSB 허용과 미디어렙법 시행 연기, 케이블 수신료 인상 등이다. 종편들이 조직적으로 정부 부처와 국회에 로비를 벌여왔고 그 과정에 기자들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문 지면과 방송을 통해 CJ 등을 압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문건에 따르면 JTBC 관계자가 “8SVB 전송방식이 3개 아이템 가운데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케이블 TV 시청자들에게 편익을 주는 서비스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TV조선 관계자도 “8VSB 케이블 도입이 3개 아이템 가운데 제일 쉽고 PP(채널 사업자)들 반발도 해소할 수 있다”면서 “가능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8VSB는 8레벨 잔류 측파대(8-level Vestigial SideBan)의 줄임말로 지상파 디지털 방송의 전송 방식으로 쓰인다. SO(케이블 사업자)들이 지상파 신호를 변조하지 않고 그대로 재전송하기 때문에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들도 디지털 TV만 있으면 HD 수준의 화질로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다. PP들은 압축률이 높은 쾀(QAM)이라는 방식으로 전송되는데 아날로그 케이블에서는 HD 수준으로 전송을 해도 SD 수준으로 화질이 떨어지게 된다.

만약 지상파 이외의 PP 채널들에 8VSB가 허용되면 당장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종편과 보도 채널들이 8VSB로 전환하면 CJE&M 계열 PP tvN 등에서 왜 우리는 안 되느냐고 반발할 게 뻔하다. 제한된 주파수 대역을 어떻게 배분할 것이냐의 문제인데 종편들이 이런 특별한 대우를 받을 만큼 공적인 책임을 다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고 당장 종편 때문에 케이블에서 퇴출될 군소 PP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미묘한 문제도 있다. 만약 종편에 8VSB가 허용되면 이미 8VSB 방식으로 전송하고 있는 지상파 채널들과 인접대역으로 묶어야 한다. 지금은 SO들이 지상파 채널 사이에 홈쇼핑 채널을 두고 있는데 종편이 여기로 치고 들어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당장 종편은 채널 접근성이 높아져서 좋겠지만 홈쇼핑 채널들에 채널 수수료를 수천억원씩 받고 있는데 SO들 입장에서도 펄쩍 뛸 일이다.

문건에 따르면 채널A 관계자는 “PP들 반발이 클 것이고 잘못하면 요즘 갑을 여론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면서 “8VSB는 우선 순위에서 뒤로 빼는 게 좋겠다”고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관계자는 “미디어렙법 시행 연기가 가장 시급하다”면서 “관련 법의 부칙을 개정해서 적용을 2~3년 유예하거나 법 시행 자체를 재검토하도록 종편 4사가 공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통과된 미디어렙법에 따르면 종편도 미디어렙에 광고 영업을 위탁하도록 하되 적용 시점을 2014년까지 3년 유예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독점이 깨지면서 KBS와 MBC는 코바코에 남고 SBS와 종편은 민영 미디어렙을 만들 수 있게 됐는데 특별히 종편은 출범 이후 3년 동안 미디어렙 없이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3년 유예도 특혜 논란이 있었는데 종편들은 그걸 더 연장해 달라고 로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4개 종편이 각각 미디어렙을 만들어 이른바 1사1렙으로 갈 경우 직접 영업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관측도 있지만 미디어렙을 중간에 내세우면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광고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직접 영업을 하는 YTN의 경우 시청점유율 대비 광고 단가가 지상파 보다 30% 가까이 높게 책정돼 있다.

채널A 관계자가 “미디어렙 적용 연기가 가장 시급한 사안이니 최우선적으로 공조해야 한다”면서 “8VSB를 미디어렙 연기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 제안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8VSB를 허용해 달라고 미래창조과학부를 압박하다가 막판에 8VSB를 양보하고 미디어렙 연기를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JTBC 관계자는 “8VBS 같은 쉬운 사안을 먼저 부러뜨리고 미디어렙은 국회 야당을 설득해야 추진이 된다”고 조금 다른 견해를 드러냈다.

종편이 SO들에게 케이블 수신료(프로그램 사용료)를 받게 된다면 종편 특혜의 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종편이 수신료를 받으려면 의무재송신 특혜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의무재송신 채널인 KBS1과 EBS 등이 수신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과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MBC·SBS 등과 재송신 수수료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 종편까지 숟가락을 얹겠다고 덤벼든 상황이다.

종편 4사 비밀회동에서는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됐다. TV조선 관계자가 “100억원 수준에서 SO들에게 함께 압박하는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각각 25억원, 월 2억원 남짓인데 이런 푼돈에 목을 맬 만큼 종편의 상황이 열악하다는 반증으로 읽을 수 있다. SO들 입장에서도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종편에 수신료를 주면 다른 PP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JTBC 관계자가 “수신료 공조의 시험 무대를 CJ로 잡았으면 한다”면서 “CJ를 총체적으로 공략해서 어느 수준에서 CJ가 백기를 들면 그 이후에 각사가 사정에 맞게 개별 협상을 벌이자”고 제안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CJ 검찰 수사가 시작됐으니 밀어붙일 수 있다”는 발언도 나온다. CJ의 약점을 집중 공략해 수신료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종편 입장에서는 출범 2년이 다 돼 가도록 시청률이 0%대에 머물러 있는 데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혜 연장이 생존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이 방통위에 종편 승인 심사 자료를 공개하라고 결정했는 데도 방통위가 공개를 꺼리고 있는 배경에도 의혹이 제기된다. 오는 10월로 다가온 재승인 심사에 영향을 미칠 만한 심사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종편은 지금도 과도한 특혜를 받고 있는데 8VSB를 허용해 달라거나 수신료를 달라고 요구하는 건 특혜를 넘어 다른 PP들 밥그릇을 뺏는 파렴치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김경환 상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편에 미디어렙 적용을 3년 유예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특혜였다”면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종편이 정치권을 압박해 추가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 권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지면과 방송을 동원,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난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라면서 “종편들은 지면과 방송을 사유화하는 단계를 넘어 과점 형태의 권력 집단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향후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이런 점들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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