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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을 이고 가는 기자들에게 미래는 없다.”

Written by leejeonghwan

May 28, 2013

[인터뷰] 김익현 아이뉴스24 글로벌리서치센터 센터장.

“한 달에 3300원씩, 1년이면 4만원, 유료회원 1만명을 모으면 1년에 연봉 4억원이 된다.” 김익현 아이뉴스24 글로벌리서치센터 센터장이 자신의 콘텐츠를 유료화할 테니 구독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칼럼을 게재해 화제가 됐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당장 시행하라, 구독하겠다”는 격려도 있었지만 “1만명 독자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아르바이트가 필요하면 연락해달라”는 메일도 받았다고 한다.

김 기자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상당한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한 전문 기자로 꼽힌다. 전자신문과 디지틀조선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성균관대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땄다. ‘웹 2.0과 저널리즘 혁명’ 등의 책을 썼고 번역서로 ‘하이퍼텍스트 3.0’ 등이 있다. 그런 그가 IT 외신 큐레이션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섰다. 밤 사이 미국에서 벌어진 주요 이슈를 압축적으로 정리하고 사안에 따라 심층 분석까지 해준다면, 월 3300원 정도 낼 수 있지 않을까.

김 기자가 유료화의 아이디어를 얻은 건 네덜란드의 DNP라는 인터넷 신문의 실험을 전해듣고서다. De Nieuwe Pers, 새로운 언론이라는 의미의 이 신문은 기사를 유료로 서비스하는데 기자 단위로 구독이 가능하도록 했다. 전체 신문을 구독하려면 월 4.49유로인데, 기자 한 명만 구독하려면 1.79유로만 내면 된다. 3명 이상 구독하면 전체 구독이 더 싸겠지만 2000여명의 유료 구독자 가운데 40% 정도가 기자 단위로 유료 구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김 기자가 당장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아침마다 9시에 콘텐츠를 띄우려면 새벽 6시 이전에 일어나 3시간은 작업을 해야 한다. 회사 차원의 지원이 있거나 아예 회사를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된다. 1인 미디어에 유료 회원 1만명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김 기자는 그러나 “결국 유료화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모험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빈이 입대를 했다, 그러면 모든 언론사들이 똑 같은 기사를 씁니다. 온 나라에 그 이야기 밖에 없습니다. 류현진이 5승을 했다, 그럼 온 국민이 알게 됩니다. 그런데 독자들이 진짜 원하는 건 한 뎁스(깊이, depth) 더 들어간 기사입니다. 기자들도 그런 문제의식은 있지만 그동안 네이버 뉴스캐스트라는 링겔을 맞고 있으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제 현실을 바로 들여다 봐야 할 때입니다.”

지난 4월1일, 네이버 첫 화면 개편 이후 대부분 언론사들이 그야말로 멘탈 붕괴에 빠졌다. 미디어오늘이 코리안클릭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언론사 마다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언론사들이 4분의 1토막이 났다.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뉴스스탠드를 통한 뉴스 사이트 유입 방문자는 약 11%, 페이지뷰는 3% 수준에 그쳤다. 줄어든 페이지뷰는 뉴스스탠드 도입 2개월이 지나도록 회복될 기미가 없다.

퓨리서치센터 자료를 보면 특정 사이트를 한 달에 10번 이상 방문한다고 응답한 비중이 10%에도 미치지 못했고 2회 이상은 35%를 조금 넘는 수준, 한 달에 한 번만 방문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65% 수준에 이르렀다. 언론재단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뉴스 독자들 중 54%는 어떤 언론사 기사인지도 모르고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사를 알고 기사를 읽는다는 답변은 6% 밖에 안 됐다. “언론사 브랜드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는 이야기다.

김 기자는 “그렇기 때문에 스타 기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가 운영하는 블로그 ‘유용원의 군사 세계’는 조선닷컴 트래픽의 3분의 1을 몰아다 준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츠조선 출신인 민훈기 기자는 민기자닷컴이라는 이름으로 네이버에 독점으로 메이저리그 소식을 게재하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김형준 기자나 박동희 기자, 이동진 기자 등 네이버에 의존적인 모델이긴 하지만 1인 미디어로 자리 잡은 경우가 꽤 된다. 김 기자는 “나만 해도 야구를 좋아하는데 메이저리그 뉴스는 김형준 기자 기사만 찾아 본다”면서 “이 기자들은 내공도 있지만 이 분야가 오랜 시간의 노력과 전문성이 필요한 데다 진입 장벽도 높고 얄팍한 글 솜씨로 되는 것도 아니라서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뉴스캐스트 4년 동안 뉴스의 구독 행태가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독자들이 이제는 네이버나 다음 같은 중립적인 플랫폼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데 익숙해져서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뉴스의 휘발성이 너무 크고 이슈의 지속 속도도 매우 짧다”면서 “콘텐츠에 투자를 아무리 많이 해도 몇 년 안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콘텐츠 경쟁이 아니라 트래픽 경쟁에 매몰되기 쉽다는 이야기다.

“많은 언론사들이 소셜 네트워크가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끌어들이는 트래픽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눈길을 끈다. “RT를 하고 좋아요를 누르기는 하지만 정작 기사를 클릭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다. 김 기자는 “언론사들이 네이버 욕을 많이 하지만 모바일 시대, 독자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고민의 깊이는 언론사들이 포털에 훨씬 못 미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기자는 노동운동가 황광우씨의 ‘뗏목을 이고 가는 사람들’을 한국 언론의 현실에 비유했다. 뗏목을 이고 가는 사람들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강을 다 건넜는 데도 왜 뗏목을 버리지 않느냐고. 대답은 또 강이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고 간다는 것이었다. 김 기자는 그동안 언론사들이 의존해 왔던 보험성 기업 광고나 네이버 트래픽에 의존하는 온라인 광고나 모두 타고 온 뗏목과도 같다고 지적한다. 다시 그 뗏목을 쓸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타고 온 뗏목이라는 비유는 절반 정도만 맞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언론은 여전히 기업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갑을의 관계가 바뀌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한동안 언론과 자본의 공생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는 큰 변화 없이도 상당한 시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기자들은 어떨까. 대부분 기자들이 소비되다가 버려지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언론사 시스템에서는 전문적 식견을 갖고 50세 넘어 글 쓰는 기자들이 많지 않습니다. 데스크 되고 국장 되는 길도 있지만 40대 중반이 넘고 조직에서 자리가 없으면 이직을 고민해야 하는 게 한국 언론의 현실입니다. 강조하고 싶은 건 콘텐츠 생산자도 차별화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고 독자들도 이제는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좋은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 기자는 “타고 온 뗏목을 당장 버려야 된다는 게 아니라 언제까지 이고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언론사 차원에서는 당장 수익원을 포기할 수 없겠지만 기자들 입장에서는 5년 뒤에도 이런 콘텐츠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언론사를 팔지 말고 기자를 팔아라”라는 조언은 거꾸로 말하면 “회사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브랜드를 키워라”라는 조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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