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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번호는 신성불가침? 왜 못 바꾸게 하나.

출생신고와 동시에 부여되는 주민등록번호를 당신은 절대 바꿀 수 없다. 당신의 주민등록번호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팔려 유령 아이디가 돌아다닌다고 해도 당신은 그 번호를 버릴 수 없다.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바꿔주는 경우는 딱 세 가지 경우 밖에 없다.

첫째, 성전환자의 경우 법원에 소송을 내서 바꾸는 경우가 있었다.

둘째, 새터민(탈북자)들의 주민등록번호가 일괄적으로 뒷자리가 남성은 125로 여성은 225로 시작돼 중국 비자를 받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이 받게 되자 특례조항을 만들어 바꿔준 적이 있었다. 125와 225는 경기도 안성의 새터민 교육기관인 하나원이 위치한 지역번호다. 새터민으로 오해를 받게 된 이 지역 주민들 일부도 주민등록번호를 함께 바꿨다.

그리고 셋째, 행정 착오로 남성인데 2로 시작되는 번호를 받았다거나 중복되는 번호가 발급됐다거나 하는 특별한 경우에 재발급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면서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경우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다.

28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한 법률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2011년 7월 중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에 의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람들이다. 네이트와 싸이월드, 옥션 등 개인정보 유출 건수는 3495만4887건에 이른다. 이들은 2011년 11월 행정안전부에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행안부에 낸 결정취소 소송 역시 각하됐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 따르면 현행 주민등록법은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주민에게 개인별로 고유한 등록번호(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주민등록번호의 변경과 정정은 “생년월일과 출생지 등의 오류가 있을 경우”로만 한정하고 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실장은 “관련 법률조항이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거나 유출될 걸로 예상되는 경우에도 국민들이 이러한 피해를 제거할 방법이 전혀 없다”면서 “주민등록법의 목적에 비하여 과도하게 많은 양의 정보를 주민등록번호에 담았으면서도 이러한 정보 유출에 대한 아무런 변경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장 실장은 “성명과 생년월일, 주소 정보만으로도 인구의 동태 파악을 위한 개인 식별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운전면허번호나 의료보험번호, 여권번호, 예금계좌번호, 신용카드번호, 학번, 군번 등 개인을 식별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면서 “한 사람의 나이, 생년월일, 성별, 지역 등을 한번에 알 수 있게 하는 13자리 숫자코드로 구성된 주민등록번호제도는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함은 물론 국민은 행정기관에 의해 고유번호로 분류되거나 구분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등록번호는 1968년 북한의 특수부대 요원 12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 직후 간첩 식별 편의 등의 목적으로 발급됐다가 1970년 1월 신분확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됐다.

미국은 은행 거래 등에서 사회보장번호를 주민등록번호와 유사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국가에서 특정목적없이 일괄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부여하는 개인 식별 번호는 없다. 물론 변경도 가능하다. 일본에는 개인 식별 번호가 있지만, 개인정보를 담고 있지 않으며, 역시 변경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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