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브릿지, 무너진 노동자 지주회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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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무너진 ‘황금의 다리’, “노사 공동경영은 말 뿐, 정리해고 갈등 300일째 파업”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 매각된다는 루머에 주가가 껑충 뛰어올랐다. 15일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주가는 전일 대비 5.98% 오른 1240원을 기록했다. 거래량도 36만1941주, 세 배 이상 늘어났다. 서울경제는 14일 “1년 가까이 휘청거리던 골든브릿지 급기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동조합 출신 오너가 노조에 두 손을 들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깊은 한숨을 내쉴 만한 상황이다.

서울경제 등에 따르면 골든브릿지그룹은 최근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을 한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150억원 가량, 주관회사는 한영회계법인이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수탁액은 8일 기준으로 1조990억원, 업계 53위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산 총계는 110억원이다. 이 신문은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핵심 사업체인 골든브릿지투자증권까지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거론되고 있는 매각대금은 1000억원 가량이다.

골든브릿지그룹이 브릿지증권을 인수한 게 2005년 6월의 일이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상장 회사 최초로 ESOP(우리사주신탁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관심과 기대를 불러모았다. 외국계 투기자본 BIH(브릿지인베스트먼트홀딩스)가 7년 동안 회사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 난 뒤라 종업원 지주회사, 노사 공동경영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두 회사의 이름이 비슷한 것도 절묘했지만 ‘황금의 다리’라는 이름처럼 새로운 역사가 열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8년 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다시 매물로 떠도는 신세가 됐다. 노조는 이상준 회장 등 경영진이 노사 공동경영 약정을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개정을 요구하자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 주주총회에서는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이사가 배제되기도 했다. 우리사주조합은 표 대결에서 밀렸고 그 과정에서 노사 공동경영은 허울 좋은 구호였을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8년 전 이상준 회장은 “금융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것”이라며 “노사 공동경영으로 갈등비용이 줄어들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노조 조합원 김종형씨는 “공동경영 약정서를 들고 온 이상준 회장이 깨인 사람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2011년부터 사측에서 공공연하게 무임승차니 귀족노조니 이런 식으로 말을 흘리고 다녔다”면서 “지난 300일 동안 노조가 버텨온 것은 그만큼 배신감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년 전 이상준 회장은 노조에 제안한 공동경영 약정서를 보면 “직원들의 민주적이고 포괄적인 경영참가 제도를 운영한다”거나 “우리사주신탁조합에 등기이사 추천권을 부여한다”, “직원들의 복지증진 및 고용유지에 노력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이 회장이 들어온 직후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부채비율도 줄어들었다. 3년 뒤인 2008년에는 우리사주신탁조합도 설립됐다.

문제는 노사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우리사주신탁조합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러다가 선물 주문 실수 사고가 터졌다. 2011년 1월, 한 직원의 주문 실수로 268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사장과 임직원들이 여럿 사표를 쓰고 물러났지만 후임으로 들어온 남궁정 사장이 “건강하지 못한 기업 문화와 시스템이 보안망에 구멍을 뚫리게 했다”며 노조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밖에도 사측에서는 노조의 경영 참여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업무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을 승진시키라고 압박한다”거나 “신입 직원의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노조가 채용을 거부했다”는 등의 불만을 언론에 흘리기도 했다. 노조는 노조 대로 부당 전보와 임금 체불 등을 문제 삼으면서 사측이 노조 파괴로 유명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노조 탈퇴를 유도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갈등의 지점은 사측이 단체협약 조항 가운데 정리해고에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협의’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데 있다. 사측은 “인사 경영권은 사용자의 고유권한”이라면서 “과도한 인사경영권 침해를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노조에 일방적 굴복을 요구하며 형식적인 교섭만 진행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애초에 공동경영 약정 자체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사측이 공동경영 약정을 파기했을 경우에도 손해배상과 같은 책임을 묻는 구체적인 조항이 없었다”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냉정한 거래의 영역에서 미숙한 노동운동의 한계였다”라고 지적했다. 대주주의 지분이 압도적으로 높고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종업원들의 경영참여를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호열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조 지부장도 “언제든지 자본이 변신하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시혜에 의존한 구조였다”라면서 “ESOP이 단순히 대주주나 시혜자의 판단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으려면 법적인 토대를 마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종업원 주주들도 경영현안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한다”면서도 “발전적인 노사공동경영을 위해 경영진도 종업원들에게 투명하게 경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의 종업원 지주회사를 표방했지만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대주주는 골든브릿지그룹이다. 대주주의 지분 비율이 46.7%나 되지만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은 3.8% 밖에 안 된다. 공동경영 약정이 있긴 했지만 아무런 구속력이 없었고 결국 주주총회에서는 대주주가 전횡을 휘두르더라도 제지할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지난해 6월 주주총회에서는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조합원들을 사측에서 막아서기도 했다.

노조는 공동경영 약정 위반을 문제 삼아 사측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냈다. 사측이 대체 인력을 투입하자 법원에 대체근로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사 승소하기도 했다. 반면 사측은 여전히 노조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노조는 공동경영이라는 미명하에 어떤 위험도 책임도 감수하지 않으면서 7년 동안 사사건건 회사경영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고 말했다.

노조는 파업 300일째를 맞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 조항 등 사측의 악의적 요구안을 철회하고 단체협약을 즉각 체결할 것 등을 요구했다. 김호열 지부장은 “연대의 힘과 동지애가 없었다면 300일을 굳건하게 버텨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언제 싸움이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힘들지만, 여기서 밀리면 회사와 일터와 동지들을 다 잃게 될 것이기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비극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IH는 말레이시아의 조세회피 지역인 라부안에 본사를 둔 페이퍼컴퍼니다. 미국의 위스콘신 연기금과 홍콩의 리젠트퍼시픽그룹 자금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졌다. BIH는 대유증권과 일은증권을 사들인 다음 합병해 브릿지증권으로 이름을 바꾼다. 합병 당시 두 회사의 자본 총계는 4842억원, BIH가 들인 투자자금은 2200억원 밖에 안 됐다.

BIH는 투기자본의 교과서라고 불릴만한 다양한 ‘먹튀’ 수법을 선보였다. 2003년 3월 주주총회에서 대규모 배당을 실시, 204억원을 빼내간데 이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지분을 49.7%에서 70.9%까지 늘린 다음 3차례에 걸쳐 유상감자를 통해 805억원을 빼내갔다. 2004년 4월에는 여의도와 을지로 사옥을 매각한 뒤 그렇게 들어온 돈 가운데 1350억원을 다시 유상감자로 빼내갔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감자였다.

BIH는 먹튀의 마지막 단계로 청산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이상준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국내 최초의 종업원 지주회사를 만들자며 노조를 설득했고 노조는 노동운동 출신의 이 회장을 믿는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BIH의 먹튀를 도운 셈이 됐지만 노조가 BIH의 유상감자를 수용하고 골든브릿지그룹이 나머지 매각 대금을 치른 뒤에야 BIH를 내보낼 수 있었다. BIH는 결국 2200억원을 투자해서 3609억원을 빼내갔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BIH라는 대주주의 먹튀에 맞서 노사 공동경영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했지만 결국 이상준이라는 대주주의 선의에 기댄 반쪽짜리 종업원 지주회사에 그쳤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노사의 이해관계는 충돌하기 마련이고 애초에 유효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사주조합의 경영 참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자가 주인 되는 회사의 이상은 현실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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