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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더 내고 덜 받기? 부자들만 하면 된다.”

Written by leejeonghwan

February 15, 2013

고소득 계층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높이고 급여는 깎아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13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주제로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김진수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소득비례 연금의 성격에서 벗어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행 보험료율을 유지하면서 부과 대상 소득의 상한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해 연금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소득 상한을 월 389만원에서 국민건강보험의 소득 상한인 월 8719만원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자는 이야기다. 지금은 월급이 400만원인 사람이나 4000만원인 사람이나 똑같이 보험료를 35만원만 내지만 소득 상한을 높이면 4000만원을 버는 사람은 국민연금 보험료로 월 360만원을 내야 한다. 월급이 8000만원이면 720만원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고소득 계층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는 아이디어다.

김 교수는 “지금 국민연금 소득 상한 389만원은 처음 국민연금이 도입될 때 평균 소득이 90만원 수준일 때 책정된 것”이라면서 “지금은 평균 소득이 220만원 수준이니까, 네 배인 880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행 제도에서는 월급 800만원을 받는 사람은 보험료를 9%를 내는 게 아니라 389만원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책정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소득 대비 4.5% 밖에 안 낸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보험료를 올리거나 급여를 깎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등의 단순한 정책적 접근보다는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 최저연금제와 연금액 상한제를 도입해 재정 안정화를 이루도록 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최저연금제는 국민연금 신규 수급자의 연금 급여가 일정 수준(최저 생계비)이하일 경우 최저 생계비로 지급, 연금액 상한제는 연금 급여가 최저 연금의 일정 배수 이상일 경우 그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김 교수는 “저소득 계층에게 유리하게 고소득 계층에게 그리고 중간 계층은 재정 중립이 되도록 설계해서 고소득 계층의 소득이 저소득 계층으로 이동하게 해 전체적으로 재정구조가 안정화되는 체제를 구축하자는 이야기”라며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의 경우는 가입자가 소득의 절반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해 비정규직 등 낮은 임금에 대한 사용자 부담을 상대적으로 높이도록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추산에 따르면 최저 급여를 40만원으로 올리고 최대 급여를 3배인 120만원으로 제한할 경우 기금 소진이 2059년이 된다. 국민연금 재정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소득 재분배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최대 급여를 최저 급여의 2배 수준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저가 40만원, 최대가 80만원으로 제한된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기금 소진이 2063년으로 늦춰지게 된다.

기초노령연금과 연계 및 통합 방안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현재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한시적인 제도의 성격이 크다”면서 “기초노령연금 수급자가 줄어들고 국민연금 최저 생계비 이하 수급자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기초노령연금에서 남는 재원을 국민연금 최저연금제를 지원하는 형태로 점진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고소득 계층의 연금을 깎자는 김 교수의 주장은 고소득 계층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교수는 “공적 부조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뒷받침되기 때문에 이를 부담하는 사람은 고소득 계층일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연금에서 최저연금제를 둔다면 본인이 낸 보험료의 모자라는 부분을 고소득 계층이 지원하게 되기 때문에 고소득 계층에게도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국민연금 급여가 최저 생계비도 안 되는 가구가 늘어날 거고 결국 국가에서 공적 부조를 늘려야 될 텐데 결국 고소득 계층이 어떤 식으로든 세금을 더 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지금도 용돈 수준인데 더 내고 덜 받자는 개혁으로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면서 “적어도 건강보험 수준의 소득 재분배 구조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조선일보 등에서 국민연금 소득 상한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지만 김 교수는 “고소득 계층의 수익비율을 낮추지 않고 소득 상한만 높일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이 더 빨라지고 저소득 계층에게 돌아갈 기금을 고소득 계층에게 몰아주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고소득 계층도 동등하게 9%씩 보험료를 내도록 하되 급여를 지나치게 많이 받지 않도록 상한을 둬서 재정을 확충하고 하한을 높이자는 데 있다.

그러나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비례형인 국민연금을 기초보장 형태로 전환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자칫 국민연금 기여 회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고소득 계층의 수익비율을 1 이하로 줄일 경우 현실적인 저항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을 최고의 저축이라고 홍보했는데 어느 순간 수익비율을 줄이게 되면 고소득 계층 뿐만 아니라 이에 해당하지 않는 계층도 신뢰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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