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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황토 염색.

월간 ‘말’에 음식 칼럼을 쓰는 황교익씨를 만났다. 황씨는 찜질방에서 입는 셔츠와 반바지에 황토 염색을 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 이름은 ‘황토인’이다.

찜질방에서는 손님들이 입고 난 셔츠와 반바지를 세탁업체에 맡기는데 보통 한벌에 250원 정도다.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다르지만 웬만큼 큰 찜질방은 하루 평균 1천벌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황씨는 이 세탁물을 받아서 세탁과 함께 황토 염색을 해준다. 가격은 한벌에 350원 정도. 그냥 세탁보다 100원이 더 비싼 셈이다.

찜질방 입장에서는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황토로 염색된 옷을 사려면 한벌에 5만원 정도를 줘야 하는데 세탁할 때 100원 더 얹어주고 지금 입는 옷을 황토염색 옷으로 바꿀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 오래돼서 누렇게 변색된 옷도 염색을 하고 나면 그리 보기 싫지 않다.

황씨는 직접 세탁을 하지 않고 다른 세탁업체에 한벌에 250원씩 주고 맡긴다. 황씨는 이들 협력회사에 황토를 공급하고 황토 염색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그게 한벌에 100원씩이다. 처음 염색할 때는 원가가 100원 정도 들지만 그 다음부터는 물이 빠지지 않을 정도만 하면 된다. 두번째부터는 평균 5원 정도밖에 안든다. 비용을 빼고 나면 영업사원들이 30원씩 가져가고 회사에도 역시 30원 정도가 떨어진다.

황씨 회사의 영업사원들도 신바람이 났다. 한벌에 30원이지만 1천벌이면 3만원, 한달이면 90만원이 된다. 10개 찜질방만 잡아도 이런 저런 영업비용을 빼고 영업사원 한명 앞에 한달에 고스란히 600만원이 떨어진다. 이대로 가면 억대 연봉도 결코 꿈이 아니다.

보통 다른 회사의 황토 염색은 황토에 인공착색제를 섞어쓴다고 한다. 황씨는 착색제를 전혀 쓰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랜다. 황씨는 오히려 그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황씨네 황토가 다른 회사들보다 입자가 가늘어 착색제를 쓰지 않고도 염색이 된다는데 있다.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랠 수밖에 없지만 세탁을 할 때마다 조금씩 황토를 풀어주면 된다.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찜질방에서 나온 세탁물을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황씨가 직접 세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충돌도 없다. 찜질방 주인만 좋다고 하면 그 찜질방과 거래하던 세탁회사와 협력 계약을 맺으면 된다. 세탁회사들은 대부분 대여섯명 정도가 겨우 먹고 사는 영세한 규모다. 황씨는 그들의 몫을 뺏을 생각은 없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다. 아직은 마땅한 경쟁상대가 없는 상황이고 시장은 제법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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