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규제 분리 불가능… 미창과부 욕심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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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자들 긴급 세미나, “산업성과 공익성 충돌, 독임제 부처로는 한계.”

“이를 테면 UHDTV를 도입하는 문제는 단순히 방송기술 진흥 정책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날로그 방송 중단 이후 반납하도록 돼 있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방송에 다시 할당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되고요. 당장 통신사들이 이 주파수 대역을 달라고 난린데 그걸 무시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물론 세계적으로 UHDTV 시장이 뜰 거라고 보고 선도적인 투자를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걸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혼자 결정할 수 있겠습니까.”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 배분을 두고 국회에서 공청회가 열리던 13일 오후 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는 언론학자들이 긴급 세미나를 열었다. 언론학회와 방송학회, 언론정보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세미나는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사안이 급박하고 심각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세미나는 국회 공청회 만큼이나 논의가 겉돌았고 거론된 해법도 그동안 제기된 원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 업무를 전담할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할 필요를 인정하다고 하더라도 이 부처가 굳이 거대 공룡화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고 통신 부문의 육성과 진흥을 미창과부로 이관하는 것 외에 방송 관련 정책 기능까지 축소 제거해 방통위를 식물기관화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방통위는 아주 작은 사안들을 심의 의결하는 일반 행정위원회로 전락하기 직전”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방송통신 부문 주요 정책 과제들을 과제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나눠 가질지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런 식의 사고 방식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영방송이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고는 방송시장의 주요 행위자들의 역할 구분을 할 수가 없다”면서 “공영방송에 대한 차별적 의무를 부여할 수 없으며 그에 따른 공적 부담금 규정과 배분 역시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방송통신 주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통신 대 방송, 산업성 대 공익성, 진흥 대 규제 등의 개념을 사용해서 정부 부처 간 업무 관할 문제로 다뤄서는 안 된다”면서 “망 중립성이나 새로운 방송 사업자 선정, 지상파 재전송, 방송 광고, 공영방송 수신료 등 대부분의 중요한 방송통신 정책 과제들은 방송과 통신에 동시에 관련되며 산업적이며 공익적인 사안이고 진흥과 규제로 구분되지 않은 사안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망 중립성 관련 과제들도 시장의 조정 기능이나 사업자들의 합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를 테면 기본 네트워크의 최소한의 전송 품질을 유지하는 과제를 네트워크 사업자의 사업적 동기에 따를 결정에 내맡길 수 없고 인터넷 망을 이용한 무료 문자와 음성 서비스 등은 이용자의 선택권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독임제 부처에서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이동통신 원천기술 개발이나 네트워크 인프라 고도화, 차세대 방송 기반 구축 등은 미창과부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용자 보호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은 방통위가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망중립성 갈등이나 공익적 사업자와 상업적 사업자 간 상생 발전 등의 과제는 법률개혁이 필요한 부분은 방통위가 선결적으로 처리하되 연구개발 및 진흥은 미창과부가 맡는 게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김경환 상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통신 관련 정부 조직을 합의제로 둔 목적은 언론 및 표현 영역에 대한 자유와 정치적 독립성 유지 때문이었다”면서 “정부조직 개편은 방송의 공공성 및 독립성 확보, 민주적 여론 형성과 같은 미디어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미디어 규제기구는 정부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성이 관건이므로 합의제 독립기구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플랫폼과 콘텐츠 총괄 업무를 방통위에 남겨두되 통신 네트워크와 기기 관련 진흥 업무를 미창과부로 이관하고 인문학적 창의성에 기반한 기초 콘텐츠 업무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맡는 대안을 제시했다. 통신과 전파, 네트워크, 융합 정책만 미창과부로 이관하고 방송진흥과 방송매체 정책, 이용자보호정책 등을 모두 합의제 방통위에 존치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창과부 시스템이 방송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쓸모없는 일에 힘을 빼는 건 어리석은 일(이승선 교수)”이라는 비판도 나왔고 “삼성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미창과부 장관으로 임명될 수도 있다(김경환 교수)”는 우려도 나왔다. 강상현 방송학회 회장은 “방송의 정부 통제가 더 심화될 뿐 아니라 산업 논리에 휘둘려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주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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