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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려면 욕실에서 때려, 방음이 잘 되니까.”

Written by leejeonghwan

February 9, 2013

‘오순절 평화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인권 침해’, “일상적 폭력이 더 큰 문제.”

“장애인도 사람입니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장애인 생활시설, ‘오순절 평화의 마을’에는 200여명의 중증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가족들이 돌볼 형편이 안 되는 장애인들이 이곳을 찾는다. 지난해 예산은 108억원, 100% 정부 보조와 후원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이곳에서 일상적으로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내부 고발이 터져 나왔다. 장애인 시설의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구조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호소가 쏟아졌다.

“저 또한 원생들을 학대한 사람이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이곳에서 이야기 하게 됐습니다. 원생이 맞아서 어디가 부러지거나 죽거나 하는 것만이 인권 침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생활 속에 젖어들어 아무 죄책감 없이 이루어지는 학대와 방임, 이게 훨씬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평화의 집 증언대회, 이곳에서 교사로 일하는 황리예씨의 이야기다.

황씨가 털어놓은 일련의 사례들은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기저귀를 차는 원생에게 기저귀 갈기 귀찮다는 이유로 밥을 적게 먹게 한다거나 야뇨증이 있는 원생에게 국물 없이 건더기만 준다거나 편식을 지도한다며 모든 반찬을 잘게 잘라서 국에 말아 넣어 강제로 먹이는 등의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늦게 먹는다고 밥을 빼앗아가거나 간식 시간에는 교사들이 먼저 먹고 동물에게나 하듯이 남은 음식을 던져주는 일도 있었다.

폭언과 폭력, 체벌도 일상적이었다. 자꾸 운다는 이유로 골방에 가둬두는 일도 있었고 머리를 잡아채지 못하도록 큰 옷을 입혀놓고 손목 부분을 묶는 일도 있었다. 황씨가 이곳에 온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한 원생에게 야단을 치자 다른 원생이 글루건 실리콘 심을 들고 왔다고 한다. “엄마, 이게 매에요.” 한 교사는 황씨에게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쌤(선생님의 줄임말), 때리려면 욕실에서 때려. 욕실이 사무실이랑 멀고 방음이 잘 돼.”

“처음에는 죄책감도 들고 잠이 들 때면 미안한 마음에 혼자 미안하다고 중얼거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죄책감은 사라지고 버릇처럼 원생들을 혼내기 시작했습니다. 원생들은 보통 혼을 내는 무서운 교사의 말은 잘 듣지만 신입 교사나 혼을 내지 않는 교사들의 말은 듣지 않아 세게 보이도록 혼을 내면서 자연스럽게 원생들의 인권을 침해했습니다. 그냥 그러한 행동들이 너무나 자연스런 일상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원생들은 저녁 7시만 되면 강제로 취침을 해야 했다. 일찍 잠이 들어야 교사들이 관리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황씨는 말한다. “아무리 장애인들이라고는 하지만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취침시간이 11시간이나 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교사들은 원생들에게 출입문의 비밀번호도 알려주지 않았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 방에 갇혀 있어야 한다.

동생이 평화의 마을에 입소해 있는 장혜영씨는 “내 동생은 이곳에서 사육당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장씨는 “문제가 된 교사들은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아이들을 대했고 심지어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평화의 집 사무처 관계자는 장씨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아시다시피 애들 돌보는 일이 피곤하고 어려운데 그러다보면 등짝도 한 대 때릴 수 있고 하지요. 그런 걸 가지고 징계를 주는 건 사실 좀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지적 장애인인 장씨의 동생은 커피를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집착에 가까울 정도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밤에 잠을 못 자고 선생들과 다른 아이들을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에 동생에게는 커피가 금지돼 있다. 그런데 하루는 어느 교사가 동생 바로 앞에서 캔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이건 내 거야, 너는 안 돼”라고 말하는 걸 봤다. 동생이 날뛰는 걸 보면서도 장씨는 나중에 해코지를 당할까봐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못했다.

한 교사는 욕실에 23명의 원생들을 몰아넣고 20분이면 목욕이 끝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고 한다. ‘장애인와 인권 발바닥 행동’ 활동가 여준민씨는 “한 방에 20명이 넘는 사람이 하루 종일 앉아있거나 누워있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설과 폭력이 행사되고, 목욕탕에 한꺼번에 들어가 씻김을 당하고 문제는 이런 폭력이 시설의 일상 문화로 자리 잡아 모두가 무감각해지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게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씨는 “도가니 사건 이후 수많은 시설의 인권침해 실태조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후속조치가 미비해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방임과 방치, 과다 약물복용 실태, 자기결정권 침해 등은 인권의 항목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냥 하루 종일 멍하게 벽을 바라보고 있어도, 칫솔이 다 마모되거나 소병 때문에 홑이불에서 자야해도 인권침해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학부모 장씨는 “지난해 11월에 터진 일이 아직 해가 바뀌고 2월이 됐는데도 해결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동생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인데 동생을 위한다면 그냥 동생을 집으로 데려오거나 다른 더 나은 시설로 보내는 선택도 가능하겠지만 여기서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에서 어느 사회복지시설에 가더라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익 법무법인 ‘희망을 만드는 법’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재왕 변호사는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과 장애인복지법은 시설에서의 성폭력과 같은 인권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을 도입하고 있지만 일상적이고 상습적으로 벌어지는 ‘조용한 인권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을 따로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시설 운영자와 보건복지부,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해 일상적인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평화의 마을 부원장을 맡고 있는 이동진 신부는 “그 사람들 주장은 잘못된 부분이 많다”면서 “법적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평화의 마을 사무처 관계자는 “그 사람들 주장에 따르면 평화의 마을이 폭력이 난무하고 인권 유린이 심각한 조직이라는 건데 말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도 많다”면서 “인권적으로 완전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우리 조직이 완전히 엉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설 안에 문제가 있으면 함께 노력해서 고쳐나가면 되는 것이지 누구를 비난하고 책임을 떠넘기는지 모르겠다”면서 “안 좋은 쪽만 부풀리고 왜곡하면서 시설을 폐쇄하고 법인 허가를 취소하라고 요구하는 건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화의 마을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도가니 사건이나 되는 것처럼 이렇게 찍어서 공격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발바닥 행동 여준민씨는 “왜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반복되는지 구조적인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면서 “핵심은 장애인들도 사람이고 이들도 자기 결정권을 갖는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여씨는 “좋은 시설을 만들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장애인들을 시설에 격리 수용하는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탈시설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99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장애인을 시설에 격리 수용하는 것이 차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장애 당사자의 뜻에 따라 거주 지원 서비스를 하도록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른바 옴스테드 판결은 탈시설 자립생활 운동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 준 역사적인 판결로 평가된다. 격리수용 자체가 차별이며, 국민들의 거주 이전의 자유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는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 가운데 하나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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