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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없애달라는 방통위 관료들.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31, 2013

“이상한 일이다. 보통은 조직을 없앤다고 하면 자기네 조직이 얼마나 중요한 조직인지 강조하면서 없애지 말아달라고 할 텐데 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들은 사그리 들어다가 미래창조과학부로 가져가야 된다고 아우성이다. 방통위 관료들은 벌써 미창과부 관료들이 된 것 같다. 구 정보통신부 관료들의 탐욕과 통신 재벌들의 후원이 맞물려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다. 앞으로 5년이 정말 걱정된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 되지 않을까.”

강성남 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의 말에 최근 정부 조직 개편안을 보는 언론계의 복잡하고 착잡한 심경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강 부위원장은 “진흥과 규제를 분리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누구랑 토론하고 어디를 견제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이 올 것 같다”면서 “올해 들어서만 두 번이나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새 정부에서는 왜 여기 와서 이러느냐, 미창과부로 가라, 청와대 비서실로 가라,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28일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 ‘바람직한 방송통신 정부조직의 개편방향’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ICT(정보통신기술)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 정책 기능이 포괄적으로 미창과부에 이관되는 데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특히 “KT는 플랫폼도 있고 망도 있다, KT를 밀어주면 KT가 방송통신 시장을 독식하게 된다”면서 “방통위 조직 개편의 최대 수혜자는 KT, 최대 피해자는 공영 방송과 국민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경환 상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진흥과 규제는 이미 5년 전 방통위가 출범하면서 분리됐다”면서 “진흥 업무가 지식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로 다 넘어가 있는데 이제 와서 진흥을 한다? 지경부도 독임제, 문화부도 독임제였는데 이제 와서 독임제가 아니라서 진흥이 안 됐다고 말하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애초에 방통위 업무는 국가 성장동력과는 상관 관계가 낮다”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 언론대책위원회와 언론개혁시민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향후 정부조직법 개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거라는 전망을 실감케 했다. 이효성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합의제 조직이 독임제 같이 운영되는 바람에 부작용을 낳았던 건데 잘못 운영됐던 게 문제지 애초에 합의제 위원회 시스템 자체가 문제였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방송 정책을 독임제 부처로 가져가는 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준상 소장도 “방통위에 규제 정책만 남겨뒀다는 인수위의 평가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사람 뽑고 도장 찍어주는 인허가 업무만 남기고 콘텐츠와 네트워크, 플랫폼 정책 등을 모두 가져갔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정책이 미창과부로 넘어가는 만큼 방송통신 시장 경쟁상황 평가 역시 방통위가 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조 소장은 “방통위는 미창과부가 세운 정책에 따라 기금을 집행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소장은 “수직적 규제를 수평적 규제로 전환하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결국 콘텐츠와 플랫폼, 네트워크 각각의 층위에서 경제적 목표와 사회문화적 목표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정치적 목표로 귀결된다”면서 “이명박 정부 초기에 관료사회에서 유행했던 ‘영혼 없는 관료’라는 말을 떠올려 보면 왜 이런 정치의 문제를 독임제 부처가 아닌 합의제 위원회가 주도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수평적 규제와 관련, 최근 가장 뜨거운 쟁점은 KT의 접시 없는 위성방송, DCS 서비스다. KT는 플랫폼 사업자면서 동시에 자회사를 통해 망 사업까지 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은 위성방송을 수신해 인터넷 회선으로 전송하는 DCS 서비스가 위성방송의 허가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지상파 방송사들과 케이블 채널사업자들이 하는 푹이나 티빙 같은 N스크린 서비스들도 모두 위법이 된다.

방통위는 일단 DCS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하고 법령 개정을 서두르고 있는데 쟁점은 우리나라에서 위성방송 망을 KT가 독점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한다. KT가 위성방송 망을 이용해 플랫폼 사업을 하고 싶으면 위성방송 망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터넷 망에서 수많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경쟁하는 것처럼 망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여기서도 망 투자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가 쟁점이 된다.

조 소장은 “해법은 위성방송 망을 필수설비로 지정하거나 위성방송에 대한 소유규제를 강화해서 위성방송 망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 뿐인데 미창과부가 이런 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지금은 그나마 치고 박고 논쟁하는 과정이라도 있지만 독임제 부처로 가게 되면 KT에 포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조 소장은 “수평 규제를 제대로 도입하려면 방송통신 융합 정책의 상당 부분이 방통위에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 조직을 개편하려면 방통위 설치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인수위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안에 관련 법령을 개정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한꺼번에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언론계와 시민사회 진영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아직 고민이 깊지 못한 모습이다. 김 교수는 “민주통합당도 ICT 전담 콘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동조했기 때문에 대응 논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승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민주통합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로 구성된 언론대책위원회와 여야 원내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열심히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입법 과정에서 최대한 조율을 하겠지만 새 정부 출범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조직 개편의 밑그림을 뒤집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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