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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디지털에 길을 묻다.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13, 2013

“검색엔진 최적화의 문제는 방문객들이 풀코스 요리가 아니라 간식을 찾는다는 데 있다. 홈페이지라는 정문을 사용하면 7~8페이지를 읽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검색엔진이라는 쪽문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많아도 2페이지 이상을 읽지 않는다.” 미국의 인터넷 신문 이그재미너닷컴의 대표이사 릭 블레어의 말이다. 그런데 이건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다. 우리나라 언론사들도 정확히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의 종이신문 발행 부수는 90만부 밖에 안 된다. 온라인 독자는 3000만명에 이른다. 그런데 종이신문에서 버는 돈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뉴욕타임스 뿐만이 아니다. 미국 국민의 미디어 사용시간에서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이르는데 전체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 밖에 안 됐다. 인터넷 광고가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도 되고 그만큼 시장이 성장하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

최근 언론진흥재단이 펴낸 보고서, ‘저널리즘, 디지털에서 길을 묻다’에서는 디지털 저널리즘의 한계를 조목조목 짚고 있다. 닐슨미디어리서치 통계에 따르면 뉴스 사이트 방문자의 평균 체류시간은 3분4초 밖에 안 됐다. 워싱턴포스트나 폭스뉴스 같은 주요 언론사 사이트도 대부분 이용자들이 한 달에 고작 3~4번 방문하는 데 그쳤다. 전체적으로 보면 엄청난 페이지뷰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충성도가 낮고 브랜드 이미지도 약하다는 이야기다.

스카우트애널리스틱의 맷 샤나한은 좀 더 직접적인 통계를 제시한다. 미국 동부 해안의 중간 규모 도시에서 발행되는 한 지역신문은 발행부수가 9만부 정도인데 홈페이지 방문자는 45만명에 이른다. 방문객을 네 그룹으로 분류하면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방문하는 애호가(fans) 그룹과 한 번 이상 방문하는 단골(regulars) 그룹, 그리고 한 달에 한두 번 가끔 들르는(ocasional) 그룹과 한 번 올까 말까한 뜨내기(fly-bys)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신문의 경우 애호가 그룹은 4%, 단골 그룹은 3%밖에 안 됐다. 가끔 들르는 그룹이 17%, 뜨내기 그룹이 75%로 가장 많았다. 전체 방문자의 4분의 3 이상이 한 달에 한 번 방문할까 말까 하다는 이야기다. 애호가 그룹이 전체 접속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나 된다는 사실도 놀랍다. 뜨내기 그룹은 기껏해야 세 페이지 안팎을 넘겨 보다가 빠져나가지만 애호가 그룹은 그 50배의 트래픽을 만들어 낸다.

샤나한은 “단순 접속량 자체로는 몰입도가 서로 다른 사용자들의 온라인 활용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체류시간이 아닌 접속량에 집중하는 것은 실수”라는 이야기다. 흔히 인터넷 신문에서는 노출(impression)을 광고 매출의 성과 목표로 삼지만 이런 기준으로 봤을 때는 노출 시간이 1초든 10초든 2분이든 큰 차이가 없다. 흔히 낮은 광고 단가는 뜨내기 독자들을 대상으로 설정된다.

샤나한은 “디지털 세계의 수익 체계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한다. “종이신문 시대에는 발행부수를 늘리면 곧 매출이 늘어났지만 디지털 세계에서 수익의 기본은 콘텐츠의 소비고, 수익실현의의 기본 단위는 몰입정도에 달려있다”는 이야기다. “더 많은 접속량을 얻기 위한 경쟁 과정에서 열성적인 애호가 그룹이 아닌 단순 방문객 확보에 집중한 나머지 뉴스 매체들은 광고를 통한 수익 실현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의미심장하다.

이런 현실은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미디어오늘이 지난해 6월, 네이버 뉴스캐스트 회원사 42개 사이트의 트래픽을 조사한 결과 네이버 의존도가 전체 페이지뷰 가운데 네이버 유입률이 평균 75.2%, 90%를 웃도는 언론사들도 많았다. 1회 방문 당 페이지뷰는 평균 2.04 페이지에 그쳤다. 상당수 독자들이 기사 한두 건만 읽고 창을 닫아 버린다는 의미다. 32개 언론사의 1회 방문 당 페이지뷰가 2건을 채 넘지 못했다.

아직 성과를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뉴욕타임스의 실험도 정확히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뉴욕타임스는 뜨내기 그룹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되, 한 달에 20건 이상의 기사를 읽는 애호가 그룹에게는 정기 구독료를 받는 정책을 도입했다. 마이클 골든 부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뜨내기 그룹의 규모는 엄청나지만 몰입은 매우 제한적이다. 우리는 몰입과 접속량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몰입도가 높을수록 CPM(노출당 단가)이 높아진다.”

고커미디어의 실험도 주목된다. 마니악한 취미를 주로 다루는 이 인터넷 신문은 ‘품격 있는 접속자(branded traffic)’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웹 브라우저에 즐겨찾기를 해두고 방문하거나 주소 검색창에 정확히 주소를 입력할 줄 아는 독자들을 말한다. 고커미디어는 검색엔진을 통해 유입되는 방문자의 40%를 품격 있는 접속자로 분류했는데 이는 다른 신문보다 매우 높은 비율이다. 이들은 한 번 방문할 때마다 91초 이상을 머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커미디어의 전략은 광고 단가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현실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미국에서는 2004년 대비 2008년에 페이지당 광고수익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뜨내기를 대상으로 싼 광고를 팔지 말고 충성도 높은 독자들을 공략하는 품격 광고를 내놓으라는 이야기다. “몰입도가 높은 사용자들은 몇 초 동안 뉴스 콘텐츠를 가로막은 다음 서서히 없어지는 길막이(road block) 광고를 인내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도 흥미롭다.

미국의 공영 라디오 PBS도 몰입도 방정식이라는 기법을 동원해 독자들의 충성도를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도 애호가 그룹은 5% 수준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들은 한 번 방문할 때마다 13.5분을 머물면서 9페이지 이상을 읽었다. 전체 방문자들의 평균 체류시간은 3분 안팎, 1회 방문당 페이지뷰는 3페이지에 지나지 않았다. PBS는 기부금으로 운영되는데 애호가 그룹의 기부금은 38%나 더 많았다.

여러 사례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로 수렴된다. 뜨내기 독자를 잡지 말고 충성 독자를 잡고 광고 단가를 높여 받아라. 물론 반론이 없는 건 아니다. 충성 독자는 여전히 너무 적고 광고주들은 여전히 페이지뷰를 가장 먼저 보기 때문에 뜨내기 독자를 포기할 수도 없다. 그나마 대안이라면 검색엔진(우리나라 같으면 포털이 되겠지만)보다는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라고 좀 더 근본적으로 콘텐츠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해법 정도다.

온라인 유료화의 실험은 지지부진하다. 마이애미헤럴드의 사례를 보자. 2009년 기준으로 월간 방문자 수가 388만명, 페이지뷰가 2520만건이었다. 광고 단가는 CPM 기준으로 13달러, 지면의 42%를 광고로 팔았다. 36%의 지면은 CPM이 1달러도 채 되지 않았다. 재고 물량(인벤토리)의 22%는 팔리지 않았다. 유료화를 한다면 페이지뷰가 줄어들면서 그나마 광고 수입이 더 줄어드는 걸 감수해야 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월 99센트를 받을 경우 페이지뷰가 91% 줄어들고 매출이 76%까지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구독료가 들어오는 것보다 광고 매출이 줄어드는 게 더 크다는 이야기다. 월 1000원에 33만5000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거나 5만명 정도로 낮춰 잡되 구독료를 12만원으로 올리는 대안도 있었다. 아니면 1000원에 5만명 수준으로 만족하고 광고 단가를 10배로 올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어느 것도 쉽지는 않다.

마이애미헤럴드가 선택한 대안은 1%에 해당하는 3만8000명을 목표로 월 1.99달러에 유료화를 실시하고 나머지 99%에게는 기사 건수를 제안하는 방식이었다. 방문자 수와 광고 수익을 모두 유지하는 차선의 대안이었지만 이 경우에도 구독료 수입이 100만달러 수준, 전체 매출의 1%에 그쳤다. 온라인 유료화를 검토하는 상당수 언론사들이 이처럼 차등화 모델을 선택하지만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이 신문사는 편집국 직원 25명을 포함해 전체 직원이 45명 밖에 안 된다. 2010년 기준으로 운영 경비가 500만달러, 그 해 이 신문사는 2127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맥북프로 한 대 값이지만 흑자를 내는 언론사라는 게 중요하다. 이 신문사는 철저하게 일반인이 아닌 투자자와 금융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설정했고 최소의 인력으로 상당한 수준의 페이지뷰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미디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초기 투자비용은 급감했지만 접속량의 증가에 따라 달라지는 광고 수익도 줄었다. 그러나 최소 비용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언론사에게 인터넷은 분명히 기회다. 몇 천명 또는 몇 만명 정도의 방문객을 목표로 하는 낮은 비용의 지역 밀착형 또는 특화형 언론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여러 신생 인터넷 신문들이 적정 수준의 광고 수익과 그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온라인 뉴스 경제학의 핵심적 역설은 여기에 있다. 심각하게 제한된 광고 수익에 매달려야 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전통적인 규모의 경제학은 붕괴됐다. 온라인 저널리즘에서 콘텐츠 경쟁력과 비즈니스를 이해 강력한 자산으로 간주됐던 잘 구축된 브랜드와 전문적인 뉴스 인력은 접속량과 광고 수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가격 경쟁력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부채로 바뀌고 있다.”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으로 인터랙티브광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랜들 로젠버그는 “문제의 본질은 저널리스트들이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변화를 수용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이야기다. 콘텐츠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시장이 무너지는 걸 걱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의미심장하다. 달라진 플랫폼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식상하지만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몰입도가 낮은 단순 방문객 규모를 늘리는 데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쏟아 붓거나 그런 독자들을 상대로 정크 메일 수준의 지저분한 배너광고를 남발하는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차별화된 콘텐츠 없이 지불장벽을 세우는 유료화 전략도 대부분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콜롬비아대 저널리즘스쿨 빌 그루에스킨 교수 등은 “저널리스트들은 자신들의 독자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좀 더 철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존경하는 김성해 대구대 교수께서 번역을 하셨습니다. 보고서 원문은 PDF 파일이 뜨면 링크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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