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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잘못하면 빨리 죽는다?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22, 2012

김윤주(앵커)> ‘좋은 아침 김윤주입니다’. 토요일 첫 순서는 ‘숫자로 본 한 주간’입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입니다.


이정환(미디어오늘 기자)> 안녕하세요?

김> 이번 주의 숫자는 뭔가요?

이> 2.3입니다. 잘 사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요. 연세대 의대 보건정책관리연구소 김지만 교수팀이 발표한 내용입니다. 경제수준 하위 10%인 사람의 사망위험이 경제수준 상위 10%인 사람의 사망위험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건데요. 2005년 건강보험지역가입자 중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분류된 62만 5265명을 경제적 수준에 따라 나눠 2011년까지 6년간 사망 여부를 추적조사 했다고 합니다.

김>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빨리 죽는다면 정말 억울하겠어요?

이> 경제적 수준에 따라 10등급으로 분류했을 때 평균수명까지 살 경우 최하위 등급의 사망위험이 최상위 등급보다 2.3배 높다는 의미입니다. 남자 평균 수명이 75세인데요, 75세 미만에서 하위 10%의 사망 위험이 상위 10%의 사망위험보다 2.48배 높고 평균수명을 넘어선 이후에는 1.7배 높다고 합니다. 여성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요. 여자 평균수명은 82세입니다. 최하위 층의 사망위험이 최상위층 보다 2.02배 높지만 남성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김> 부자들이 오래 산다. 대략 짐작은 되지만, 이유가 뭔가요?

이> 정보 부족과 예방 부족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위 계층은 의학적 정보를 접할 기회도 많고 병이 걸린 후에도 건강관리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있지만, 하위 계층의 경우는 수술로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경제적·지리적인 이유로 사후관리가 어렵다는 겁니다. 또한 경제적 수준이 최하위인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는 최상위 수준이 거주하는 지역에 비해 의료 시설이 없거나 있어도 설비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 사실 운동도 여유가 있어야 하게 되는 거잖아요.

이> 경제 수준이 낮을수록 규칙적으로 건강상태를 진단하기 어렵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하다는 점도 원인입니다. 안타깝지만 빈곤층의 경우 술, 담배도 좀 더 많이 하죠. 또한 스트레스가 호르몬과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미쳐 질병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경우 건강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흡연이나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열악한 수준을 보였는데요, 건강보험 가입자의 흡연율도 소득수준이 ‘중상(45.8%), 중하(49.2%), 하(53.3%)’로 낮아질수록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김> 건강 불평등이라는 말도 나오죠. ‘헬스 푸어’라고도 하고요.

이> 실제로 저소득 취약계층인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161만 명인데요, 뇌출혈 유병률이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5배나 높다고 합니다. 당뇨와 뇌경색증, 급성심근경색증 등 주요 만성 심혈관계 질환의 유병률도 두 배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무전유병 유전무병’ 이라는 말도 가능해 보입니다. 2010년 기준으로 뇌출혈(뇌내출혈) 유병률은 1.09%인데요, 남성 건강보험 가입자의 0.20%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쌍용차 퇴직노동자들이 심혈관 질환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처럼 스트레스가 많을 경우 심혈관 질병에 더 많이 노출됩니다. 여성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뇌출혈 유병률도 0.53%로 여성 건강보험 가입자의 0.16%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당뇨 유병률도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심지어 남성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당뇨 유병률은 10.8%에 달했는데요. 뇌경색증, 급성심근경색증도 두 배, 고혈압과 고지혈증도 30% 이상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김> 병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서 키우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해주는 기초 건강검진도 못 받는 게 현실이죠.

이> 예방 의료도 양극화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종합건강검진을 살펴보면 CT, MRI까지 포함해 수백만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고소득층의 ‘건강 염려증’을 자양분 삼아 고가의 검진 상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예방 의료조차 받지 못하는 ‘의료 소외층’도 여전히 많습니다. 게다가 저소득계층 의료급여 수급권자면 5대 암 검진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액 비용을 지원하지만 실제 검진을 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암 검진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약 104만 명인데요, 이 가운데 검사를 받은 사람은 27만6000여명으로 수검률이 26.5%에 그친다는 것이죠.

김> 건강 염려증이라면, ‘지나치게 비싼 검사를 자주 받을 필요는 없다’ 그런 말인가요?

이> 무조건 값비싼 검사나 예방접종을 좋은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방사선 노출량이 많은 고가의 검사를 자주 받다가 오히려 암에 걸릴 위험만 높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CT 검사는 가슴 X레이를 10분 만에 100장이나 찍는 건데요, 실제로 미국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암 환자의 100명 중 2명이 순전히 검사 때문에 암이 생겼다고 합니다.

김> 한쪽에서는 부족해서 문제, 다른 한쪽에서는 넘쳐서 문제네요.

이> 사실 아프고 난 이후에는 치료 받고 끝나는 건데요. 그와 달리 예방 의료는 끝이 없습니다. 일단 무료 검진도 많으니까 이것을 참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은 최소한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사무직 종사자는 1년 1회입니다. 하지만 이 공짜 건강검진 조차 제때하지 않아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종합병원 등에 마련된 건강검진소를 찾으면 언제든지 편리하게 기본적인 검진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간단한 검사만으로도 당뇨나 고혈압 등 성인병과 암 등 중증질환을 조기에 발견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눈 여겨 볼 것이, 이것도 지역별로 격차가 크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을 보면 울산시가 52.8%로 가장 높은 반면, 충남이 29.6%로 가장 낮았다고 합니다.

김> 무상의료가 도입되면 달라질까요. 이번에 문재인 후보는 의료비 100만 상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박근혜 당선자는 4대 중증질환 무상진료를 이야기했는데요.

이> 우리나라의 전체 의료비 중 가계 직접 부담을 제외한 공공의료비 비중은 2009년 기준 58.2%입니다. 이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평균인 71.5%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데요. 문재인 후보가 공약으로 내 건 ‘100만원 상한제’를 도입해 연간 100만원까지만 의료비를 내게 하려면 모든 국민이 평균 월 1만원이상 보험료를 더 내야 합니다. 박근혜 후보가 제시한 공약도 짚어보죠. 4대 중증질환 무상진료, 물론 좋은데요. ‘그럼 나머지 질병은 어떻게 할 거냐’ 하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재원 마련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데요. ‘4대 중증이라도 하면 좋다’는 의견도 있고 ‘병을 골라가면서 걸리라는 말이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무상의료도 좋지만, 예방치료가 더 중요하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되겠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말처럼 삶의 방식이 달라져야겠죠. 과잉노동도 줄이고, 휴식도 많이 하고요. 건강을 돌볼 여유가 필요하겠습니다.

김> 이렇게 여쭤볼게요.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과는 다른 부자 정당을 지지한다고도 하죠. 이번 선거에서는 어땠나요?

이> 조금 비약하면 투표 잘못하면 수명이 줄어든다고도 말할 수 있겠죠.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자신의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박근혜 당선자에게 투표한 계층의 학력수준은 중졸이하와 고졸. 소득수준은 월평균 가구소득 2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과 자영업 종사자에게서 특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와 비교해 문재인 후보는 대학교 재학 이상, 월평균 가구소득 401만원이상의 고소득층,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보수 성향이 더 강하다는 통계 결과도 있죠. 박근혜 당선자가 자신을 지지했던 저소득 저학력 계층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칠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적어도 가난하기 때문에 일찍 사망하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김> ‘숫자로 본 한 주간’. 이번 주의 숫자는 2.3인데요. 가난한 사람이 죽을 확률이 부자보다 2.3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의료 불평등과 공공의료 문제를 이야기해봤습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원문은 여기. http://www.cbs.co.kr/radio/pgm/board.asp?pn=read&skey=&sval=&anum=1317&vnum=15&bgrp=7&page=&bcd=007C05A7&pgm=1559&mcd=BOAR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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